한 커피숍에서 옆 테이블 가족의 대화를 우연히 듣게 되었다. 열 명 정도가 앉아 있었고, 아버지와 아들이 언쟁을 시작했다. 아들은 게임을 하고 싶은데 자신을 데려왔다며 불만을 토로했고, 아버지는 가족이 함께하는 시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들은 이내 욕설을 섞어가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버지는 거친 말을 쓰기 시작했고, 아들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했다. 자리에 함께 있던 다른 가족들도 당황했고, 나도 결국 그 심한 언쟁을 피해 자리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
부자가 더 좋은 언어를 사용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아버지도 아들도 정반대의 언어를 선택했다.
말은 비슷한 종류의 말을 끌어내는 힘이 있다. 나쁜 말은 나쁜 말을 부르고, 좋은 말은 좋은 말을 이끌어낸다. 그 가족에게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있는 공간에서 거친 언어가 오가는 상황은 어떠한 이유로도 좋게 들리지 않았다. 다정한 말투는 다정한 관계를 만들고 거친 말투는 거친 관계를 만든다.
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는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라고 말했다. 사람은 자신의 언어 수준 이상으로 생각할 수 없다. 욕을 하는 사람은 그 수준에서 사고하고, 험담을 즐기는 사람은 그 수준에 머문다. 기품 있는 단어와 문장으로 말하는 사람은 그 수준으로 사고하고 있다. 인간은 말을 통해서 자신의 수준을 드러낸다. 사실은 말이 아니라 서로의 수준이 부딪치고 있는 것이다.
사용하고 있는 언어가 곧 그 사람을 정의한다. 사용하는 언어가 서로의 관계를 정의한다.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말을 사용해야 한다. 다정한 말이 다정한 관계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