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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부아c Nov 22. 2024

대기업 연봉 1억 벌어 봤자 아무 소용없습니다.

저는 2019년부터 억대 연봉을 받았습니다. 인센티브까지 포함해서 말이죠. 2020년에는 1억 3천도 넘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벌어도, 의미가 없을 수 있다는 것, 왜 그런지 예상이 되시나요?


세상에 꿀빠는 직업도 있겠죠. 모 자동차 회사 생산직 놀면서 돈 번다. 네, 그런 경우 있을 수 있습니다. 버는 돈에 비해서 적게 일하는 경우죠. 하지만 대부분의 정상적인 직업은요, 돈을 많이 받으면 그만큼 일을 많이 해야 합니다. 1억을 받으면 1억 원치 일을 해야 하는 거고요. 1억에 가까운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것입니다. 1억에 가까운 건강을 잃을 수 있고요. 1억 원이 생명력을 깎아 내려가요. 제가 직접 경험한 것을 예시로 들어보겠습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간들을 되돌아보겠습니다. 회사에 나갑니다. 8시 전에는 가야죠. 노트북을 켜면요, 메일이 100개가 있습니다. 물론, 쓸데없는 메일도 있지만 대부분은 제가 읽고요, 답을 해야 하는 메일입니다. 바로 답을 할 수 있는 것도 있고 유관부서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 것도 있어요. 100개. 하루를 보내면서도 메일이 계속 들어옵니다.


그러면 고민을 해야 해요. 예전 걸 먼저 읽을지, 새로운 것을 먼저 읽을지. 뭐, 물론 팀장이나 부서장 것을 먼저 읽게 되어 있지만. 하루는 제가 도대체 오늘 하루 메일을 몇 개 읽고 몇 개 썼는지 세어봤습니다. 지금도 기억나는데 밤 9시에 집에도 못 가고 메일이나 세고 있었습니다. 억울해서. 제가 읽은 것은 200개가 넘고 답을 한 것은 100개가 넘더라고요. 100개. 10시간 일했다고 하면, 한 시간에 메일을 10개 쓴 것입니다. 그것도 어느 정도 중문 이상 길이의 글을요.


그런데요, 제가 메일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요, 기획하고 실행에 옮기는 사람이에요. 하루에도 3-4번씩 미팅이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또 미팅을 잡아야 해요. 한 번 미팅하면 30분, 1시간은 기본입니다. 그러니까 그 시간에는 메일을 못 보내죠. 가끔 진짜 빡칠 때는 미팅을 하면서 메일을 보냅니다. 그런데 그러면 사람 미쳐버립니다. 미팅을 하면서 메일을 보낸다? 미팅을 이해하면서 메일도 쓰고 있다. 거의 뭐 정신병 걸리는 코스죠.


그런데 가끔 진짜 물리적으로 출장을 가야 해요. 여수, 부산, 울산, 이런 곳. 그러면 하루 다 날아갑니다. 다음 날에는 메일을 2배 써야 해요. 밥도 못 먹어요. 그냥 죽는 것입니다. 그래서 출장 가기 싫어요. 그런데 출장 가기 싫어하는 모습 보이면요, 노는 것처럼 보입니다. 진퇴양난이죠.


가끔 팀장이나 부서장 비위도 맞춰야 합니다. 책상 앞에 서서 일장 연설도 듣고, 부서장 담배 피러 가면 따라가서 요즘 무슨 소문 없는지 듣고 꼬리 흔들면서 딸랑딸랑도 해야 하고. 저녁에 술자리 있다고 하면 “일 많은데요” 시전하면 “너만 일 많냐“ 한 마디 듣고 깨갱해야 합니다.


그렇게 집에 가면 매일 밤 10시. 토요일과 일요일 중 하루는 거의 반납입니다. 하루는 거의 일하고, 하루는 쉬려고 노력했습니다. 집에서 하면 잘 안 돼서 회사에 나오기도 했고요. 그러다 보니 저의 2살, 4살 아이들 몇 년 동안 거의 챙기지도 못했습니다. 그때 생각하면 와이프에게 진짜 미안하죠. 그때 생각했던 것은 '진짜 시간과 공간의 방에 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이 메일 다 처리하고 오고 싶다.'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허리디스크 2번 걸렸습니다. 공황장애도 1번 왔습니다. 밤에는 잠이 안 옵니다. 오늘 하지 못한 일이 남아 있으면 머릿속에 맴돕니다. 이거 다 못하면요, 결국 누군가에게 피해가 갑니다. 나에게도 피해가 가죠. 회사에 피해가 갑니다. 그러니 누워서도 잠을 자지 못합니다. 유튜브 쇼츠 보는 거요? 그런 것도 사치가 됩니다. 나는 하루 8시간 계약하고 일하는 사람인데, 사실은 자면서도 일하는 24시간 일하는 일의 노예가 됩니다.


가장 절망적인 것이 승진하면 더 바빠진다는 것입니다. 승진하면 더 힘들다는 것이죠. 1억을 넘어 1억 5천, 2억 받는다. 그러면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물론, 그런 이야기할 수 있어요. 내가 아는 누구누구는 1억, 2억 받는데 꿀 빨던데? 하나도 안 힘들던데? 그런 남일이라서 그렇고요. 무언가 이유가 있겠죠. 평범한 사람이 직장에서 아무 이유 없이 그 정도 돈 받으면요, 진짜 육체, 정신 다 갈아 넣어야 합니다. 그러니, 누가 1억, 2억 번다? 그렇게 부러워하지 마세요. 저는 누구 그렇게 번다고 하면, '그만큼 힘들겠지' 이렇게 생각합니다. 저는 그 당시 그렇게 하면서 1억 받는 것, 가치 없다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또 생각했습니다. 저에게 다시 그 일을 해라. 1억 5천 준다? 저 절대 안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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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떤 결정을 했을까요? 저는 그게 동력이 되어 직장 다니면서 돈 아껴서 주식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서울에 자가도 샀습니다. 직장 후반부에는 일부러 한직에 지원해서 시간을 만들고, 콘텐츠 크리에이터 및 작가의 삶을 준비했습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1/3 정도 일하면서, 그것도 즐거운 일을 하면서, 돈도 잘 법니다. 직장을 다니며 직장 탈출을 준비했기 때문에 가능했어요.


물론, 위에 제가 묘사한 일을 좋아하는, 일 중독 사람들도 있습니다. 일하는 것이 제일 좋아, 가정을 못 돌봐도 괜찮아, 사람 스트레스 안 받아, 그런 분들이 결국 임원되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일에 적성이 맞는지, 가장 먼저 그걸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은 내가 하는 일이 내 적성에 맞는 일인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가 가장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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