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회사에 다닐 때 정말 알뜰한 후배가 있었습니다. 신입 연봉이 5천만 원 정도일 때였는데, 매년 3천만 원 정도를 모아가며 서울에 아파트를 사는 것이 꿈인 후배였습니다. 유흥은 전혀 하지 않고, 다들 싫어하는 회식을 좋아하면서 "맛있는 것 먹을 수 있잖아요"라고 말하던 후배입니다.
아버지가 과거에 운전 관련 직업 경력이 있었지만, 무직으로 지내고 있어, 아버지에게 1억 가까이 하던 운송 트럭을 사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서울 아파트의 꿈은 멀어졌지만, "부모님이 더 행복해지셨으면 좋겠어요"라고 어느 회식 자리에서 수줍게 웃던 모습이 기억납니다. 회사 내에서 효자라고 주변 사람들이 칭찬이 자자했죠.
그런데, 그런 그가 아침 출근할 때마다 사는 것이 있었습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그는 테이크아웃 커피를 매번 사서 사무실에 출근하였습니다. 조금 신기했습니다. 다른 것은 대부분 아끼는데 사무실에서도 내려 먹을 수 있는 커피를 사서 먹는다는 것이. 조심스레 그에게 이유를 물어보니 이건 ‘기분 값’이라 하더군요. 하루의 시작을 위한 ‘기분 값’.
그때는 후배의 그 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지만, (저는 회사에서 커피를 먹는 편) 시간이 지나, 저도 커피를 사 먹고, 가끔 혼자 영화를 보는 소비를 하면서, 후배가 말한 그 '기분 값’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기분 값을 내고 나면 하루 종일 제가 기분이 좋고, 그런 좋은 기분은 하루를 대하는 저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사람들에게 더 상냥하고, 저의 일과를 조금 더 즐겁게 대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각자의 기분 값을 지불합니다. 누군가는 고양이 사료를 사고, 누군가는 요가원을 가고, 누군가는 속눈썹 파마를 합니다. 누군가는 여행을 즐기고, 누군가는 전자책을 읽는 것을 즐깁니다. 꼭 해야 하는 필수 소비가 아닐 수 있지만, 나의 기분을 좋게 하고, 이를 통해 다시 살아가는 힘을 얻기도 합니다.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 나를 리프레시할 수 있게 해 주는 것, 그래서 일을 더 열심히 하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사는 데 도움을 주는 것. 나의 기분을 좋게 해 주는 그 모든 것들이 소중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결국 내가 나를 잘 돌보고 나를 더 행복하게 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그런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과도하지 않다면, 언제나 옳다고 생각합니다. 나의 기분을 좋게 하는 것도 결국은 운을 모으는 행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