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소통, 대화, 권한, 책임
사회생활을 하면서 직급과 직책이 올라가고 점차 책임과 권한이 커지면서 내가 보스가 되면 절대 하지 말자고 다짐한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3 Depth 질문법이다. 현재도 상황과 필요에 따라 아예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정말 필요할 때 매우 제한적으로만 사용하고 최대한 지양하고 있다.
3 depth 질문법은 단순하지만 파괴적 효과를 갖고 있다. 먼저 3 depth 질문법이 무엇인지 먼저 설명하면 질문을 할 때 첫번째에서 두번째, 그리고 세번째로 가면서 점점 더 깊게 혹은 디테일하게 질문하는 것이다. 이 방법이 파괴적 효과를 갖고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그 누구도, 하물며 천재라 할 지라도 이 질문법으로 질문하면 결국에는 답하기 곤란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100명 중 1명이 이 질문법을 이겨냈다 싶으면 3단계 질문으로 확인한 그의 지식 범위를 가지고 그가 잘 알 수 없을 새로운 다른 첫번째 질문을 던져서 전투력을(?) 파악하고 다시 3 Depth 질문법을 활용해서 결국엔 그를 처절하게 침몰하게 만들 수 있다. 수평적 관계에서 이루어지는 토론이나 토의에서는 물론이고, 책임과 권한에 따른 수직 관계에서 보스가 이 방법을 쓰면 조직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보니 보스가 이 방법을 자주 쓴다는 것은 부하직원을 내려까면서 자신의 힘을 과시하거나 우월함을 증명하기 위해서 혹은 그런 상황을 이용해서 다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예를 들어 그 자리에 참여하거나 보고 있거나 듣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줘서 특정 감정이나 생각, 행동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바꿔말해서 그 자리에 관련된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 방향성을 정하거나 일이 되게 만들거나 성과를 내게 만드는 것과는 큰 상관이 없다. 그래서 같은 맥락에 있는 질문과 화법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정치인들이 흔하게 받는 질문인데, 왜 그들이 무조건 버스비를, 배추값을 정확하게 알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간다. 자기 책임하에 있는 보스라해도 대략적으로 알고 있다면 실무자가 아닌 이상 정확하게 알 필요까진 없다.
보스면 보스에 맞게, 자리와 상대방에게 맞게 이야기를 나누는 목적에 맞춰서 이루고자 하는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만들어야한다. 보스가 조직원들 데리고 3 Depth 질문법으로 곤란하게 만드는 건 감정적 쾌락을 위한 잡도리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아는데 너는 왜 모르니 논법도 마찬가지다. 이런 시간들은 모두 시간낭비, 에너지낭비일 뿐이다. 상대방이 진짜 바보거나 벽창호면 더더욱 의미없다. 어떻게 하면 내 시간을 최대한 아끼고 상대방이 내가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바에 따라 의식적이던 무의식적이던 움직이게 만들지를 고민하고 실행하는게 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