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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수평적인 조직문화는...

조직문화, 사회생활, 직장생활, 직장

by 강재상 Alex

요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시행하는 곳들이 많다. 보통 그 첫단계가 조직내에서 사용하는 직급과 호칭을 바꾸는 작업이다.

ㅇㅇ님, ㅇㅇ 매니저님, 그리고 영어이름을 쓰기도 한다. (코치로 있는 스타트업캠퍼스는 서로 영어이름을 쓴다) 호칭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호칭의 변화를 통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문제도 많다. 나이와 직급, 혹은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존댓말 문화가 발전한 우리나라에서 잘못 사용되면 폐해도 크다. 일단 윗사람들은 사용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잘못 말하면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야자타임'처럼 느껴져서 매우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수평적인 관계라 함은 '상호존중'을 통해 격식없고 자유로운 의견을 교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기본적으로 서로 높여줘야 한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수평적인 관계를 부적절한 언어 선택이나 태도를 보여줌으로서 그 의미를 퇴색시킨다. 마치 친구한테 대하듯이 하거나 심하면 아랫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바꿔 말하면, 수평문화는 조직 속 사람들 모두 예의와 예절, 매너를 이미 갖춘 상태여야지 문제 없이 돌아간다. 존댓말도 해보고 배운 사람이 제대로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쉽지 않다.


또한 수평적인 관계가 의미하는 것은 모두 동등한 관계라는 것이지, 책임과 권한까지(R&R) 동등하다는 것이 아니다. R&R은 명확하게 수직적인 관계이다. 소위 군대문화라 불리는 수직관계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문제인데, 수평문화를 시행하는 곳에서는 상호존중의 수평적 관계와 업무상 책임과 권한에 따른 수직적 관계 사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면,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서 일을 정돈하고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종의사결정은 R&R상 담당자가 하는 것이다.(R&R상 담당자는 나이나 직급상 윗사람일수도 있고 아랫사람일수도 있다) 그리고 결정되면 거기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는데, 자기는 생각이 다르다고 제대로 일하지 않고 결정된 것을 자꾸 원점으로 되돌리거나 상급자에게 바이패스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것은 진정한 수평문화 조직이 아니다. 수평문화를 빙자한 하고 싶은 것만 입맛대로 하는 동아리모임에 불과하다.


다른 문제는 시니어들이 쥬니어들을 의무적이던 의식적이던 가르쳐서 육성할 이유가 거의 없어졌다는거다. 수직문화일 경우, 자연스럽게 사수-부사수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시니어 입장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쥬니어 입장에서는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수평문화에서는 시니어가 가르쳐야만 한다는 의식도 약해지고, 쥬니어 입장에서도 굳이 시니어에게 싫은 소리 들어가며 배울 이유도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시니어의 노하우나 인사이트, 스킬이 쥬니어에게 전수되지 않게 되었다. 시니어 입장에서 굳이 말많은 꼰대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가르칠 바에는 그냥 자기가 하는게 더 빠르고 시간도 절약된다.


진정한 수평적인 조직문화의 의미를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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