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7년차 이하 직장인을 위한 체크리스트
사람의 이직 이유는 개개인마다 정말 다르지만 연차에 따라 어느 정도의 경향성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과장이 되기 전, 그러니까 경력 2~7년 사이의 퇴사/이직은 조직이나 직무, 상사에 대해 만족하지 못해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찾는다에 가까운 것 같고 10년차 이상은 조직 내에서 자기의 역할이나 존재감, 혹은 조직에 대한 기여(Contribution)와 보상 등에서 만족스런 결과를 만들지 못했을 때, 혹은 자기 인생의 2막을 열기 위한 창업 등의 목적을 위해 이뤄지는 것처럼 보입니다.
즉, 주니어 때는 "지금 여기는 아닌 것 같다" 라는 것이 트리거로 작용하고, 연차가 차면 그것보다는 '연봉이나 직급에 어울리는 성과' 관련 이슈 또는 새로운 도전을 위한 것인 셈이죠. (지나친 일반화일 가능성도 여전히 있습니다. 퇴사 이직이 원체 복잡한 이슈고 개개인의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라서 그렇죠.)
이번 글에서는 7년차 이하가 퇴사나 이직을 할 때 몇 가지 고려할 점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 퇴사/이직 욕구가 치솟는 것 같습니다. 아래 항목은 총 22개인데요, 이 중에서 10개 이상 해당되면 본인이 이직을 생각하는게, 그리고 15개 이상 해당되면 본인과 직원 모두가 도망치고자 하는 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1) 회사가 문제인 경우
회사의 비전이 도저히 안보인다.
실적 압박이 너무 심해 실적 회의 때마다 심장이 벌렁거린다.
경영진의 무능력함 때문에 일에 집중을 못하겠다.
뿌리깊은 권위주의문화 때문에 숨이 막힌다.
회사 자체가 乙이라서 갑질하는 고객들을 벗어날 길이 없다.
2) 직무나 일하는 방식이 문제인 경우
이 일만 계속하다간 성장 따위는 없을 것 같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가 없고 계속 다른 업무만 주어진다.
의견을 내고 추진해봐야 위에서 커트되고 늘 흐지부지된다.
일이 지겹고 매너리즘에 빠진 것 같다.
일을 할수록 내가 무능하고 잘 못한다는 자괴감만 든다.
하지만 나에게 일을 올바로 가르쳐 줄 사수도, 교육 기회도 아예 없다.
3) 조직문화, 사람이 문제인 경우
상사나 동료와의 인간적인 갈등이 너무 심해 일요일 밤에 잠이 안온다.
사내 정치가 만연해 있고 제대로된 의견 개진 기회조차 없다.
뒷담화가 너무 심해 일만 하다간 왕따되기 십상이다.
대충대충하면서 줄서기하느라 열심히 하려는 사람만 피본다.
평가, 승진이 완전히 정실주의로 이뤄진다.
새로운 시도를 하면 항상 비난으로 끝난다.
인격모독, 성추행 비슷한 말들이 일상이다.
일도 없는데 불합리한 야근과 주말근무가 보통이다.
휴가를 3일 이상 붙여서 쓰는 것은 이 회사에서는 반동이다.
4) 연봉이나 기타 조건이 문제인 경우
연봉이 동종 업계 동일 직급, 연차 대비 70% 미만이다.
과거 3년간 연봉 인상이나 보너스가 한번도 없었다.
대표 집무실엔 고오급 양주가 있지만 직원 탕비실엔 카누 한 통 없다.
위 항목에서 상당부분이 본인 얘기라고 해도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진 마세요. 추가로 한 가지 더 생각할 것이 있습니다. 1.에서 회사에 대해 평가한 내용이 과연 객관적이냐는 것입니다.
실제로 회사나 조직이 개판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가 감정적으로 과장해서 평가한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냉정하게 돌아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한 번 살펴봅시다.
내 친구가 시킨 짬뽕이 내 간짜장보다 맛있어 보이는 것과 같은 현상입니다. 지금 회사가 객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가 지금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른 회사 얘기에 내 판타지를 덮어 씌우는 것이지요. 동기네 부서로 이동하면 나도 회사에 적응을 더 잘할 수 있을 것같고, 친구네 회사로 옮기면 내 커리어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은 것들 말입니다.
이럴 때는 객관적인 지표들을 한 번 찾아보세요. 회사 실적 추이, 업계에서의 위상, 연봉이나 복지 수준, 구성원들의 역량 등 최대한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친구네 회사와 비교도 해보면서 "객관적으로 우리 회사가 정말 노답인가?"를 검증하는 것입니다.
지레짐작으로 감정적으로 남의 회사와 비교만 하다가 멀쩡한 회사를 박차고 나오면 정말 힘들어집니다. 정말 그러지 마세요.
우리 회사에서 일을 잘 한다고 다른 회사, 다른 직무에서도 일을 잘 한다고는 확신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희한하게도 여기서 일 못하는 사람은 이직을 해서도 마찬가지로 일못이었습니다.
특히 객관적인 상황이나 맥락보다는 자신에 대한 처우나 평가에 대한 불만, 팀원들과의 갈등, 업무 의욕 부족이 이직 트리거인 경우에는 스스로를 꼭 점검해보시길 조언드립니다. 가장 간단한 체크리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여기에 해당된다면 본인에게 문제가 있는 겁니다.
회사나 팀을 3번 이상 옮겼는데, 그래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지금 회사에서 1년 이상 있었는데도 친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 경우에는 이직/퇴사는 금물입니다. 스스로는 잘해왔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순간 본인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바로 드러납니다. 이미 박차고 나온 상황에서 이직길은 막혀버리겠지요. 무턱대고 지금 회사를 나오기보다는 전문적인 성격진단을 한 번 받아보시길 권합니다. 심리 상담 등을 통해서 전문가의 분석과 조언을 구해보십시오. 팩폭으로 인해 놀랄 수도 있겠습니다만, 장기적으로는 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현명한 선택이 될 것입니다.
새는 바가지 증후군과 같은 맥락입니다. 여기 말고 다음 회사/조직에서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지요.
물론 여러가지 사정으로 인해 지금 회사에서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만 바꿔서 생각해봅시다. 다음 회사, 즉 낯선 조직에서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익숙할대로 익숙한 지금 이 자리에서는 능력에 걸맞는 평가를 못받고 있다..? 뭔가 이상합니다.
일을 잘하는 것, 그리고 성과를 창출하는 것은 역량의 문제가 아니라 습관에 가깝습니다. 즉, 지금 성과를 만드는 사람이 다른 상황에서도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아주 높다는 것이지요. 성과를 내는 습관이 있으니까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특히 외국에서는 이력서를 쓸 때 반드시 담당 업무의 성과를 숫자로 표시하는게 상례입니다. 어떠한 프로젝트에서 무슨 역할을 맡았고 그 결과 nn%의 매출 신장에 기여했다는 식으로 적는 것이죠. 이전 회사에서 성과를 냈던 사람이 우리 회사에서도 성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크다고 전제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지금 회사에서 일을 잘 못해서, 혹은 팀원들과 관계가 원만하지 못해서 이직하고 싶은데 그걸 인정하고 싶지가 않으니 핑계를 대는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봅시다. 일과 이직에 있어서는 '이번 생은 망했고 다음 생을 노려보자'라는 자세는 통하지 않습니다. 일못은 끝까지 일못일 뿐입니다.
지금까지 언급한 세 가지 증후군을 조금 강한 어조로 꼭 확인하라고 말씀드린 것은 까딱 잘못하면 소속된 곳도 없이 기약없는 백수가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면 마음이 급해져서 이직 전보다 조건이나 분위기가 안 좋은 곳에 도착할 개연성이 커집니다. 게다가 퇴사/이직 과정은 물론, 새로운 조직에 적응하는 과정 또한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직은 양날의 입구입니다. 탈출구가 될 수도 있지만 지옥문의 입구가 될 수도 있지요. 자기와 상황에 대해 보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필요성이 분명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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