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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재상 Alex May 08. 2018

사무실의 싸이코 #4. 안해봐서 어쩌라구, 고문관하급자

슬직살롱, 직장인, 인간관계, 심리, 패스파인더넷, 직장생활

누군가와 함께 일할 때 속터져 죽을 뻔한 경험 다들 한번쯤은 있으시죠?
대학생이던 직장인이던 사회생활을 하는 누군가라면 말이죠.

혼자 일할 때는 일이 많아도 차라리 속이 편합니다. 죽이 되던 밥이 되던 스스로 알아서 하고 거기에 맞는 책임을 지면 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할 때 입니다.
프로젝트나 일을 계획에 맞춰 정해진 시간내에 정해진 결과물을 반드시 가져와야 하는데, 나 혼자 열심히 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닙니다.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공동의 성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에 누군가가 해내지 못하면 내 노력과 상관없이 결과물은 망가집니다.
군대에서는 고문관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상황과 꼭 맞는 건 아니지만 '고문관'이 먼저 떠오르는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고문관은 반드시 아랫사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윗사람일수도 있고, 같은 부서 동료일수도 있고, 타부서나 파트너사 사람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편의상 이해를 돕기 위해 아랫사람 사례로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갑자기 경쟁사에서 신제품을 내놓았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런데 그 신제품 반응이 심상치 않습니다. 고객은 열렬히 환영하기 시작하고 시장은 반응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쯤되면 회사에서는 비상이 걸립니다. 각 부서별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령이 떨어지는게 당연합니다.
우리는 마케팅 부서입니다. 이미 시장의 흐름에 맞춰 고객 니즈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윗사람들은 하나 둘 불려가서 와장창 깨졌겠지요. 그룹장부터 본부장, 부서장, 팀장까지 점차 아래로 내려오면서 말이죠.
팀장이 대책 마련을 위한 숙제를 한보따리 가져왔습니다. 파트장부터 선임대리, 과장급까지 숙제를 나눠 맡았습니다. 비상상황인만큼 '빨리', '최선의' 아니 '최고의' 방안을 마련해서 보고해야 합니다.
각각 사원, 대리급의 아랫사람들을 불러 회의를 하고 어떻게 일을 진행해야 할 지 의견을 나누느라 분주합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정리가 끝나갈 시점, 서로 나눠 일을 분배하기 시작합니다.
아~ 그런데 '고문관' 사원이 역시나... 일 시작 전부터 제대로 초를 칩니다.
"저 그 일 안해봤는데요?"

말문이 턱 막힙니다.
마음은 급하고 위에선 쪼고 한시가 급한데 그 일 안해봤다는 말 한마디 툭 던지고 너무도 당연한듯 얼굴만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딴짓을 합니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듭니다.
'누군 그 일 해봤냐? 누구는 처음부터 일을 다 배우고 알고 태어나남? 대부분의 일은 처음 겪거나 부딪혀 보는 게 당연한데, 특히나 사원, 대리급 일 때는 더더욱 말인데 저 강아지 소리는 뭐지? 이미 이 부서로 온지도 6개월이 훨씬 넘었는데 여전히 안해봤고 모르겠으니 못하겠다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저 자식은 뭐지? 뒤에 든든한 빽이 있나? 애초에 저 자식을 우리 부서에서 받은게 잘못이다'
뭐 처음이었다면 찬찬히 설득도 하고 가르치려고 노력했겠지만, 여러번 겪은 터라 이내 포기합니다.
'차라리 내가 2-3시간 일을 더하고 끝내고 말지'
그 사이 그 녀석은 회의중에 카톡만 하면서 어여 회의 끝나기만을 기다립니다.
생각할 필요가 없는 단순 작업을 시켜놓았는데 퇴근 무렵 다들 일하는데 여자친구랑 싸웠다고 일찍 가봐야 한다고 합니다. 
피가 거꾸로 도는 느낌이지만... "어~ 빨리 가라" 이야기합니다.
어차피 앉혀놓아봤자 집중 못하고 다른 사람들 일하는데 분위기만 망쳐서 오히려 업무효율이 떨어집니다.

그 사원은 당신의 주위사람일수도 있고, 어쩌면 당신 자신일수도 있습니다.
"저 그 일 안해봤는데요?"
비즈니스 상황, 사업이던 직장일이던 매번 새로운 문제가 터지고 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수십년 아무리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도 매번 새로운 문제에 직면하게 됩니다. 경험은 그 문제를 넓은 시야에서 보다 쉽고 빨리 가장 최선의 방안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할 뿐, 기본적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은 연차 상관 없이 똑같습니다.
따라서 연차 상관 없이 모두에게 필요한 역량이 바로 '문제해결력 (Problem Solving Skill)'입니다.
문제해결력은 고객 클레임 처리 능력이 아니고, 비즈니스의 수많은 상황에서 모르고, 명확하지 않고, 예측할 수 없을 때 대안을 만들고 주변을 설득하고, 이를 실행해서 성과로 바꿔내는 능력을 말합니다.
특별한 누군가에게만 필요한 역량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누구나 갖춰야 하는 능력입니다.

특히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과 직장인들에게는 필수역량입니다. 창업을 하거나 취업을 하던, 이직을 하거나 조직내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이 역량이 있어야 합니다. '일잘러'가 되기 위해선 말할 것도 없이 필수죠.

그런데 의외로 Problem Solving Skill 역량을 제대로 갖춘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특히 한국에서는 더더욱 말이죠. 미래 직업의 핵심역량 중 하나로 4차 산업혁명을 언급할 때마다 나오는 핵심역량인데 갑갑합니다. OECD 조사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33개국 가운데 29위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하단 기사링크 참고)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001&oid=016&aid=0001259100


자기 자신이 고문관 되지 않고 일잘러가 되기 위해 문제해결력을 꼭 키워야 합니다. 더구나 경제가 더 힘들어지고 안정적인 직업이 더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 이상 그 중요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역설적이지만 한국이기 때문에 미리 문제해결력의 중요성을 깨달은 사람들에게 희망은 있습니다. 다른 나라보다 이 역량을 가진 사람이 적기 때문에 먼저 갖추면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문제해결력은 직장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역량 3가지 중에서 연습을 통해 가장 빨리 습득할 수 있는 역량이기도 합니다. ('직장인에게 반드시 필요한 역량 3가지' https://brunch.co.kr/@alexkang/553)


고문관들을 특히나 밑에 사람으로 만나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괜한 설득으로 시간 낭비하는 것보다는 명확하게 권위나 책임소재를 가지고 일을 하도록 만들고 해내지 못했을 경우에 대해 어떤 손해를 보는지를 객관적으로 기준을 만들어 주는 것입니다. 물론 왜 저렇게 하는지 다양한 경우의 수가 있지만, 결과적으로는 대부분 이미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일을 해낼 수 없는 수준이기 때문입니다. 해내지 못했을 때 본인이 받게될 불이익을 받게 되고 최악의 경우 개선이 안되면 내보낼 것까지 생각해야만 합니다.
사회생활과 직장생활은 상급자가 베이비시팅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정확하고 냉정히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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