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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내밀하고 진실된 인간관계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수평관계라고 무조건 계급장 떼고 야자타임처럼 막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서로 최소한의 예의는 지키면서 생각과 의견은 오픈마인드로 나누면서 서로 눈치 안보고 억지로 맞추지 않아도 되는 편안한 관계를 말한다. 그런데 수평관계를 못하고 수직관계가 익숙해서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나 역시 비즈니스 관계나 아주 친한 관계가 아니면 굳이 수평관계를 원하지도 않고 수직관계에 맞추기도 한다. 어차피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이 다르니 참견할 생각도, 강요할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진실되고 깊은 사적인 인간관계에서만은 수평관계가 아니면 굳이 내 개인생활 속으로 끌어들이고 싶지 않다. 그래서인지 내 따뜻한 모습과 차가운 모습을 모두 보는 사람들이 종종 있게 되는 것 같다. 최대한 그렇게 안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만 관계를 다시 설정하는 과정에서 피할 수 없는 면이 있는 듯하다. 하지만 최근 몇년 사이에 급변한 환경은 점차 비즈니스 상황이나 조직생활 속에서 수평관계에 익숙한, 아니 정확하게는 수평관계라고 불리우는 기묘한 관계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수직조직과 수평조직 모두 장단점이 있다.
리더로서, 혹은 팔로어로서 양쪽 모두 겪어본 입장으로는 조직 입장에서나 개인 입장에서 장단점이 너무나 뚜렷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사람에 따라 하나는 좋은 것, 다른 하나는 나쁜 것으로 인식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 구분은 본질적인 것을 놓치는 경향이 있는데, 중요한 것은 수직이냐 수평이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일을 바탕으로한 'R&R'과 '육성&성장'이다. R&R이 불명확하거나, 육성과 성장을 대하는 개인의 태도가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어떤 형태의 조직을 구성해도 큰 의미가 없다. 바꿔 생각하면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정돈할 수 있거나 양쪽 조직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한다면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생기기도 한다.
요즘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시행하는 곳들이 많다. 보통 그 첫단계가 조직내에서 사용하는 직급과 호칭을 바꾸는 작업이다. ㅇㅇ님, ㅇㅇ 매니저님, 그리고 영어이름을 쓰기도 한다. (코치로 있는 스타트업캠퍼스는 서로 영어이름을 쓴다) 호칭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크다. 그래서 호칭의 변화를 통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시작할 수 있다는 점은 대단히 높게 평가한다.
하지만 문제도 많다. 나이와 직급, 혹은 상황에 따라 사용하는 존댓말 문화가 발전한 우리나라에서 잘못 사용되면 폐해도 크다.
일단 윗사람들은 사용하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잘못 말하면 수평적 관계가 아니라 '야자타임'처럼 느껴져서 매우 불쾌한 경험을 하게 된다. 수평적인 관계라 함은 '상호존중'을 통해 격식없고 자유로운 의견을 교환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즉, 기본적으로 서로 높여줘야 한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수평적인 관계를 부적절한 언어 선택이나 태도를 보여줌으로서 그 의미를 퇴색시킨다. 마치 친구한테 대하듯이 하거나 심하면 아랫사람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바꿔 말하면, 수평문화는 조직 속 사람들 모두 예의와 예절, 매너를 이미 갖춘 상태여야지 문제 없이 돌아간다. 존댓말도 해보고 배운 사람이 제대로 하는 것이지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쉽지 않다.
또한 수평적인 관계가 의미하는 것은 모두 동등한 관계라는 것이지, 책임과 권한까지(R&R) 동등하다는 것이 아니다.
R&R은 명확하게 수직적인 관계이다. 소위 군대문화라 불리는 수직관계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문제인데, 수평문화를 시행하는 곳에서는 상호존중의 수평적 관계와 업무상 책임과 권한에 따른 수직적 관계 사이를 혼동하는 경우가 흔하게 발생한다. 예를 들면, 자유로운 의견 교환을 통해서 일을 정돈하고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종의사결정은 R&R상 담당자가 하는 것이다.(R&R상 담당자는 나이나 직급상 윗사람일수도 있고 아랫사람일수도 있다) 그리고 결정되면 거기에 맞춰서 움직여야 하는데, 자기는 생각이 다르다고 제대로 일하지 않고 결정된 것을 자꾸 원점으로 되돌리거나 상급자에게 바이패스하는 경우도 많이 발생한다. 이것은 진정한 수평문화 조직이 아니다. 수평문화를 빙자한 하고 싶은 것만 입맛대로 하는 동아리모임에 불과하다.
다른 문제는 시니어들이 쥬니어들을 의무적이던 의식적이던 가르쳐서 육성할 이유가 거의 없어졌다는거다.
수직문화일 경우, 자연스럽게 사수-부사수 관계가 형성되다 보니, 시니어 입장에서 가르쳐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쥬니어 입장에서는 배워야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수평문화에서는 시니어가 가르쳐야만 한다는 의식도 약해지고, 쥬니어 입장에서도 굳이 시니어에게 싫은 소리 들어가며 배울 이유도 없어졌다. 그러다 보니, 시니어의 노하우나 인사이트, 스킬이 쥬니어에게 전수되지 않게 되었다. 시니어 입장에서 굳이 말 많은 꼰대 소리까지 들어가면서 가르칠 바에는 그냥 자기가 하는게 더 빠르고 시간도 절약된다.
진정한 수평적인 조직문화의 의미를 제대로 생각하고 행동해야할 필요가 있다.
수평문화는 야자타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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