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고 못살던 대학 동기 결혼식에서 느낀 오랜 추억
지난 여름의 어느 주말,
대학 동기 결혼을 위해 우리는 안성으로 모였다
대학생 때는 10명 가까이되던 군단이,
이러저러한 각자의 사정들로 5명만 참석했고
4명은 이미 애 아빠,
1명은 돌아오는 겨울에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까지
각자 부지런히 주말에 타지까지 왔다.
알아서들 집안 눈치를 감내하며 왔겠지 라는 생각에,
이정도 우정이면 훌륭하다는 그런 공감대도 형성하고-
식을 마치고 밥을 먹는 내내 우리는 더이상
18년 전 대학생 때처럼
위닝 이야기도, 챔피언스리그 이야기도 하지 않았고
서로가 무슨 옷을 어떤 브랜드인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10년 전 신입사원 시절처럼
회사에서 느낀 불합리를 토로하며 분을 터뜨리지도 않았고,
니가 힘드니 내가 힘드니 도토리 키재기도 하지 않았다.
아이 얘기, 결혼 준비 얘기, 직장 생활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안성에서 올린 식이라
커피나 술을 마시러 자리를 옮기지 않고
다들 다음에 보자는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차를 타고 떠났다.
나는 아내와 딸들이 있는 내 차로 왔고,
거제에서 온 친구가 가장 늦게 나가면서 딸들에게 인사를 하고 갔다.
거제로 떠나는 친구 차가 멀리 사라지는 걸 보며,
18년전 북악관 영어 회화 수업 끝나고 처음으로 인사했던 그 날이 떠올랐다.
너는 폴로 사찌 가디건에 MLB 모자를 쓰고 있었고,
나는 조던 후드티에 501을 입고 있었지
전역하고 같이 도산공원 Aland 가서 탐스도 사고
가로수길 카페에서 아아 마시면서 취업, 연애, 챔스 얘기 몇 시간을 둘이서 떠들었는데
다같이 인사할 때 얘기한 것처럼 우린 정말
2016년에 나온 위닝일레븐 20주년 광고의 주인공이 되었다
우리가 대학생이던 그 시절,
신촌, 강남, 대학로 어디서 모이든 최우선 목적지는 플스방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별 것도 아닌 축구 게임 하나 때문에
핏대 올리고 소리지르고, 환호하고, 좌절하던 그 순간들
그런 우리의 '찬란한 20대를 함께한 위닝일레븐'을 돌이켜주던, 10년 전에 나온 그 광고처럼
그래. 그때 그 영상을 보면서 "와 우리 대학생 때 생각난다"했는데,
가끔 만나 정겨운 이야기 나누고 큰 내용은 없어도
대학생 때처럼 웃고 함께 취하는 그 기분..
우리가 만나던 그 나이만큼 살아온 지금에,
맘 편히 웃고 떠들 수 있는 친구들이 있다는 그거 하나면 충분하다는 생각이 드니 마음이 따뜻해지기도 한다.
J군 결혼전에 또 모이자. 이제 위닝은 누구도 하지 않지만
https://youtu.be/tEtuPNnEHjA?feature=sha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