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뛰기도 전에, 머리가 내 상황을 정리해버렸다

사회에 몸을 담은지 15년, 남보다 나를 설득하는게 쉽다는걸 안다

by 알렉스키드

최근 몇 주, 잠자리가 영 불편했다

잠을 자도 개운하지 않고,

깨고 나면 불안이 몰려와 자꾸 머리를 흔들던 시간들


20대엔 샤워하면서 나쁜 상념이 몰려들면 머리를 털면 그만이었는데, 40대가 되니 뿌리가 단단히 박혀 흔들리지 않는 느낌이다. 그래. 이젠 불안에 대한 예측과 그에 대한 플랜이 앞서버리는 사람이 되어가는구나.


불안할땐 몸이 바쁜게 최선이라던가

이틀 연속 행사 현장을 취재하느라 달리고 있었다

가장 바쁜 타이밍에 결과가 “도둑처럼” 찾아왔다

꽤 많이 아쉽게. 원하던 결과가 아니었다.

거기에 내 이름은 없었다. 담백했다.


1분 전까지 숨 가쁘게 달리던 현장은

새벽의 한강 둔치 같은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잠시 자리에 앉았다

주저 앉은 것인지, 내 다리로 앉은 것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불안한 상황”에 대해서

그토록 지겹게 상상을 했는데 막상 “그런 때의 내 감정”은 상상해보지 못했다.


상담사 선생님은 그것을 예기 불안이라 하셨다
불안장애를 20대 내내 달고 살았던 나인지라
이런 것이야 익숙한 생활 같은 사람이다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데 나는 불안함을 예측하게 된다. 성장 환경이 준 영향일텐데, 이제라도 직면해야하는 것 아닐까.


불과 두시간도 채 안되서, 나는 뭘하고 있더라?

좋은 사람들의 위로 전화를 받고있노라니

내가 생각하지 못한 내 모습을 확인하게 됐다


위로와 화를 내주는 이들에게 공감하기보단

너무나 객관적으로 내 상황을 판단하고,

오히려 내가 내 처지를 대변해주고 있는거다


내 감정은 아직 충분히 정리가 안됐는데
내 머리는 내 상황을 정리해버린 것이다.


그래.

나는 너무 사회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내 감정과 마음이 완전히 동하기도 전에,

사회화된 머리와 이성이 이를 막아버리는 것이다.


내가 느끼는 감정이 뭔데?

오히려 글을 쓰면서도 감정이 드러날까 두려워하는,

이런 소심한 사람이 될것을 내 20대는 예상했던가?


나는 왜 내 감정을 알려고하는 노력보다

남에게 보이는 내 모습, 학습된 “체면”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가?


커피 한잔 놓고 30분만 혼자 넋두리를 할 용기. 이젠 그런것조차 용기가 필요하다. 나는 남의 시간을 뺏는게 두렵다. 남에게 나를 관심갖게 한다는 그런 대범함을 원한다


이번에는 궁금하던 것들을 눈치 안보고 물어보고,

솔직한 대답을 들었고 또 내 입장을 이야기했다


누군가의 시간을 뺐는다는 생각을 버리고

그냥 내가 떠오르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감정을, 진심을 느낄 수 있어 마음이 조금 개운해졌다


그냥

그냥 놔둬보자

내 감정이 이끄는대로,

내 마음이 시키는대로 놔둬보자


나 괜찮아 라고 외치지말고,
내가 왜 괜찮아져야되는지를 뜯어보자


지금 떠오르는 것이 뭔가?

떠오르는 감정은 불안한 미래에 대한 예측이 아니라,

지금 펼쳐지는 나의 가장 솔직한 상태다.


자주 오지 않는 경험과 감정을 들여다보고,

모든게 정리가 될 때까지 지켜보고 보듬어보자

정리가 안되면 안 되는데로, 삶을 흘러가게 둬도 된다


내가 왜 괜찮아야하는지 모르면서 괜찮다고 생각하면

남의 인생을 살아주는 것 아닌가.

내 인생 살자. 남의 일을 해주는 회사에 다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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