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는 신는게 아닙니다. 주인과 함께 맞춰서 낡아가는것이죠.
형, 옷은 어떻게 사야되요?
선배님, 이거 어디서 샀어요?
감사하게도 옷에 대해 주변에서 제법 물어보는 편이고,
어떻게 옷을 입는게 좋은지에 대해서도 많이 물어본다
사실 남자는 굉장히 간단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쉽게 대답 해준다.
- 셔 츠 : 드레스 셔츠/데일리는 맞춰입거나, 랄프로렌/브룩스브라더스에서 옥스포드 같은 기본템 몇벌이면 충분
* 오버핏으로 갈거면, 일본 브랜드 추천.
- 팬 츠 : 취향따라 브랜드 잘 골라서, 체형에 맞도록
예전엔 브랜드 추천도 많이 했는데, 요즘은 미국/일본 완전히 갈리는 취향이라 패스.
* 도메스틱 중에 포터리 같은 브랜드도 많이 입는 추세던데, 셔츠랑 데님은 이쁘더군요.
- 시 계 : 형편되는데로. 진짜 좋아하면 빈티지 롤렉스/오메가로 시작하는 걸 추천했음.(사회인 기준)
셔츠, 팬츠, 시계까지는 무난하게, 적당한 선에서 추천을 한다.
내가 패션 MD도 아니고.. 직접 사줄것도 아닌데
당사자 지갑 사정 고려 안하면서 비싼 것만 좋다고하는 사람들 좀 있던데 되게 꼴불견.
꼭 그런 말 하는 애들이 본인들도 할인할때 사거나 지인 찬스로 싸게사면서 되게 센척함.
그런거 꽤 보기 싫고 없어보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질문에서는 꼭 힘을 줘서 말하게 된다, 바로.
- 구 두 : 하나 살때 '좋은' 가죽으로 살 것. 은근히 잘 찾으면 연말 직구에서 득템할 확률이 제일 높음.
예~전엔 사회 초년생에겐 금강 헤리티지 리갈 7천 번대 추천했는데(나도 처음엔 그거였음) 가격도 많이 올랐고 넘버링 체계가 바뀐듯?
그래도 국내 수제구두 1티어라고 봄
처치스를 전세계에서 제일 싸게 살 수 있는 한국이었는데(금*제화 상품권 + 세일 신공), 이제는 그 신공이 안먹히니 아쉽다.
그때 잘 사둬서 지금도 잘 신는중임 흐흐.
'숨쉬는 가죽의 구두'를 사는건 제법 중요하다고 본다.
괜찮은 가죽, 바탕이 좋아야 내 발에도 맞아가고, 케어를 해나가는 보람도 있지 않겠는가.
요즘 대학생들이야 다르겠지만, 나 때만 하더라도, 대학생에게 구두에 대한 지식은 전무했다.
잘 신으면 닥터마틴이나 락포트, 거기서 좀더 신경쓰면 콜한* 정도
*당시엔 나름 힙했다. 무려 나이키 루나와 콜라보를 하던.
회사 면접을 보러다닐 때 샀던 구두는, 신세계 백화점 4층 남성관에 있던 구두였다
남성관 4층의 구두샵을 폄하하는게 절대 아니고, 더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다는 아쉬움이다.
* 한때 '지지엠티커'가 유행했듯, 내 구두도 '미텐소'중 하나였다!
검은 구두약(말표) 외에는 어떤 영양을 줘도 비닐(..)이 토해내던.
과외비 낸 셈 치기엔 정말 몇번 신어본 적 없는 구두가 되었던
좋은 구두를 오래 신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슈케어, 주인의 정성이랄까
릿-슈 같은데 가져다 줘도 알아서 잘해주긴 하는데(손세차 맡기는 느낌),
나는 직접 만지면서 정성을 쏟는게 좋더군(새벽에 셀프세차 장비 잔뜩 들고 가는 느낌)
그래서 "무려" 슈케어를 어떻게 하느냐. 사실 별건 없다. 다만 손이 간다. 보통 사람보다 더.
슈케어도 피부관리와 마찬가지로 네개의 과정이 필요하다.
0. 말털 브러시로 깨끗이 오염을 제거
- 사실 이건 기본 중의 기본이라서, 신고 들어온 날 벗기전에 꼭 해주시면 좋음.
아빠들이 수륙양용으로 쓰던 '검은 브러시'는 먼지 털이로는 지양하자.
그건 돼지털, 즉 돈모솔이라고 하는데 나중에 광 내는 단계에서 쓰는거지
먼지를 털어내는 건 아님.
말털 브러시로 잘 털어만 줘도, 구두 청결상태를 제법 오래 유지할 수 있다.
욕심이 난다면 슈트리를 활용하자. 플라스틱 말고 냄새까지 흡수해주는 원목으로.
(사실 플라스틱 슈트리도, 안쓰는 것보단 훨씬 낫다.)
1. 끈을 풀어주고, 리무버로 오염을 제거(클렌징에 속함)
- 콜로닐 리무버를 사용한다. 너무 강력하지 않다고 해야하나.
묵은 떼를 벗겨내는 의미로 사용하는데, 말표 크림 바르듯이 벅벅 바르지말고
* 스크럽 세게 하면 피부 다 상하는거 아시죠. 딱 그 느낌 됩니다.
가죽에 무리가 안가도록, 부드러운 천에 조금만 발라서 전체적으로 닦아낸다.
쌓여있는 때와 예전에 발라둔 약품을 지워내는 느낌으로.
전체적으로 발라주고 조금 쉬게 놔두자
2. 리무버가 건조되면, 건조한 가죽에 영양을 주자(보습 기능)
- 마찬가지로 콜로닐 알로에 로션을 쓰고 있음.
이번에도 가죽에 직접 바르지 말고, 부드러운 천이나 헝겁에 일정량 발라서
전체적으로 고루 발라주자.
"많이 바르면 안되나요?" 어차피 많이 발라도 가죽이 "토해" 낸다.
토하면 아까우니 적당히 발라주자. 과유불급.
3. 보습했으니 컬러를 입혀주고(색조), 광을 내주자.
- 사피르를 쓰고 있다. 부드럽게 발라서 펴줍시다.
검은색은 사실 쉬운데, 브라운 계통은 미세한 톤의 차이가 있어 브라운은 3통 정도 쓰고 있음.
* 꼭 브라운 계통은 구두를 신고 가서 매장에서 확인해시라.
천으로 발라주고, 이때 드디어 돈모솔로 열심히 문질러주자. 광이 난다.
돈모솔까지 갈 것 없이, 엄마 또는 아내가 버리는 구멍난 스타킹을 여기 써주자.
수회 문질러주면 광이 번쩍 번쩍 난다.
사실 이 단계가 슈케어의 백미. 가장 즐거운 순간.
4. 광택제는 기호의 차이
- 여기서 더 광택을 내고 싶다면, 별도로 구매해서 활용.
막상 사두고 두어번 썼던가. 돈아까우니 사실 안해도 될듯.
슈케어를 그렇게까지 해야되나?
정확한 비유를 하자면,
굳이 모두가 잠든 새벽 시간에 이런 저런 용품 다 챙겨서 한시간 넘게
셀프세차를 하는 당신의 수고와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정말 그 느낌이다.
세차를 즐기는 당신이 구두는 말표 구두약으로 대충 닦는 그 정도의 수고가
=> 딱 나에게는 구두는 제대로 케어하고,
차는 기름 넣고(그나마도 너무 차가 더러워졌을때) 오천원 내고
자동세차 돌리는 정도의 수고와 관심이라는 것
어깨선부터 발목까지 핏하게 맞춘 셔츠와 팬츠를 입으면,
아무래도 마지막은 '깨끗한 구두'가 장식해주는게 좋지 않겠는가?
호들갑스럽게 격주로 해줄 필요는 없고,
4~5켤레 정도를 한 과정씩 여유롭게 로테이션해준다는 느낌으로
분기에 한번 정도씩만 해줘도 충분하다는 생각.
(사실 너무 힘들땐 반기에 한번 하기도 한다.)
왜 비싼게 좋을까? 비싸니까 아까워서 잘 쓰니까 그렇다. '모든 물건'을 잘 쓰면 다 좋은 물건이 된다.
특히나 구두가 그렇다. 잘 관리해서 같이 늙어가자.
첫 사회생활때 산 리갈 7천 시리즈는 아직도 신는다.
오히려 태닝감도 좋고, 적당히 낡은 느낌이 참 정감가더라. 오랜 친구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