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솔롱고스 Sep 26. 2019

런던에서는 해리 포터 스튜디오에 가야 한다

런던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만나는 영화 속 판타지

금세기를 대표하는 최고의 판타지 소설 중 하나로 조앤 롤링 J. K. Rolling의 해리 포터 시리즈를 꼽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리 포터로 '가난한 싱글맘'에서 일약 세계 최고의 부호 반열에 오른 롤링은 1990년에 기차에서 꼬마 마법사에 대한 영감을 얻어 1995년 에든버러에서 원고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에든버러에 놀러 간 적이 있었는데, 롤링이 해리 포터를 집필했다는 앉았던 의자와 테이블까지 광고하던 붉은색의 'the elephant house' 카페를 보고 웃었던 기억이 있다.

롤링은 그 카페에서 잠든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구석에 앉아 집필에 몰두했었다고 한다. 그녀는 1996년 1편을 시작으로 2007년 여름에 시리즈의 마지막인 일곱 번째 '해리포터와 죽음의 성물'을 발간했는데, 7권 당시에 '해리 포터' 브랜드가 이미 약 1.5조 ~ 2조 원의 가치로 평가되었다 하니 대단한 성취가 아닐 수 없다.


처음에 롤링의 원고를 보고 거절한 영국의 12개 출판사는 모두 얼마나 땅을 치고 후회를 했을까. 하지만, 당시 영국의 출판 시장에서 ‘아동 도서’는 돈이 되지 않는 상품이었고 롤링의 원고는 '성공 방식'과 한참 멀었다고 한다. 기존의 관념과 틀을 깨지 못하는 사고로 중박은 가능해도 대박은 불가능한 법.

CEO가 8살 난 딸의 반응을 보고 해리 포터의 출판을 결정했다는 영국의 소규모 아동 도서 출판사 블룸즈버리는 이후 20여 년간 승승장구하며 영국 출판업계의 메이저로 성장했으니,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감'이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블룸즈버리는 2018년에 매출 약 16억 파운드, 우리 돈으로 2,350억 원을 올렸다.)


해리 포터 시리즈의 장점은 전 세계 8-10살의 새로운 팬층이 끝없이 유입되는 것도 있으나, 주인공들이 성인으로 성장함에 따라 3권 아즈카반의 죄수 이후로는 성인에 대한 흡입력도 엄청나서, 세대와 시공간을 뛰어넘는 전무후무하며 지속 가능한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이다.


워너 브라더스는 1998년에 첫 두 편의 판권을 구입한 이래, 10년 간 8편의 시리즈를 제작했고 입장권 수입으로만 7조 원 가까이 벌어 들였다 하니 가히 기록적이다. 롤링은 워너 브라더스에 판권을 주면서 영화의 캐스팅은 모두 영국인으로 하는 것은 물론, 영화의 촬영지 역시 모두 영국으로 할 것을 조건으로 걸었으며 시리즈 전반에 걸쳐 스크립트를 검토했다고 한다.


헐리우드 제작사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법한 이 조건이 관철된 것을 보면 콘텐츠의 파워가 얼마나 큰 지 실감이 나기도 하지만, 워너 브라더스 측의 '감'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제작자는 어떤 인터뷰에서 이 책이 처음 출판되었을 때 '밤새워 단숨에 읽어버렸다.'라고 말을 했다.

멀게는 셰익스피어부터 가깝게는 찰스 디킨스, 코넌 도일, 조지 오웰 등 영국은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미국의 자본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영국인의 꼿꼿한 자존심 덕에 영화 해리 포터도 소설 안에 있는 영국 고유의 색깔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런던 근교에 위치한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는 실제로 해리 포터 시리즈가 촬영되었던 현장으로, 실내외 촬영지뿐 아니라, 특수 분장과 소품, 의상, 호그와트 및 각종 건물들의 축소판 등 영화 해리 포터의 리얼리티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딸이 어려서부터 해리 포터 시리즈의 마니아여서 시리즈의 모든 책과 영화, 웬만한 기념품을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시리즈의 초반부 몇 권은 런던의 중고 서점을 뒤져서 초판까지 따로 사서 수집하는 열정을 불태운 바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런던 근교의 해리 포터 스튜디오에 가자고 했으니 엄청난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중고 서점에서 집어 온 1998년 출간된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초판본(좌)과 아이 방의 해리 포터 컬렉션.

런던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에 가려면 미리 온라인으로 티켓을 구매해야 하며, 현장에서는 아예 티켓을 팔지 않는다. 주말 티켓은 보통 서너 달 전에 마감되기 일쑤이며, 주중 티켓들도 인기 있는 오전은 두어 달 전에 마감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방문 일정을 짤 때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티켓은 2019년을 기준으로 확인해 보니 16세 이상 45 파운드, 어린이는 37파운드인데, 영국의 다른 어트랙션처럼 Family 티켓이 있어 어른을 포함한 4명까지 묶어 할인된 가격으로 살 수 있다.


아이들의 가을학기 중간 방학에 맞추어 서너 달 전에 예약을 했는데, 주말 티켓은 아예 없었고 주중 티켓도 오전 시간이 없어 오후 4시 반으로 구매했다.

관람은 두어 시간이면 충분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빠듯했다. 해리 포터의 팬이라면 소품 하나하나가 소중할 테니 관람하느라 시간이 부족할 것이고,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진짜 같은 마법사, 괴물, 판타지 영화 현장이 주는 리얼리티만으로도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스튜디오는 런던 북서쪽의 왓포드 정션 Watford Junction 역에서 전용 셔틀버스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런던 남서쪽의 집에서 한 시간 가량 기차를 타고 가 내려 역 밖으로 나갔더니 역전 버스 정류장에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한가로운 북런던 근교의 기차역에 줄을 서야 할 곳은 단 하나,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이다.

아이들은 해리 포터를 만나러 가는데 예의를 지켜야 한다며 딸은 슬레데린의 초록색 가운을, 아들은 그리핀도르의 자주색 가운을 차려입고 갔다.

아이들은 이런 '코스프레'에 자못 익숙한데, 영국 학교의 Books day에서 책의 주인공들로 분장해 본 경험이 있기도 하고, 그만큼 좋아하기도 한다는 뜻이다.

셔틀버스는 무료이며, 10분가량 가면 스튜디오의 정문에 도착한다. 어차피 입장 대기 줄에서 약 30분가량은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입장권에 찍혀있는 내 시간보다 20분가량 빨리 들어가는 것이 좋다. 대기 줄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티켓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

호그와트 학생 가운과 완드까지 들고 온 아이들. 완드는 예전에 킹스 크로스 역의 해리 포터 샵에서 생일 선물로 받은 것.

대기줄에 있다 보면 줄이 한 번에 확 줄었다가 멈추기를 반복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데, 이는 입장객들을 대략 50-60명 그룹 단위로 끊어서 한 번에 입장시키고 문을 닫기 때문이다.(선착순으로 차근차근 들어가는 시스템이 아니다.)

일단 처음에 넓은 방으로 들어가면 해리 포터에 대한 방송을 10분가량 시청하게 되는데, 영상은 소설과 영화 제작의 히스토리와 이야기로 시작해서 해리 포터(다니엘 레드클리프), 헤르마이어니 그레인저(엠마 왓슨), 론 위즐리(루퍼트 그린트)가 화면에 나와서 영화 이야기와 스튜디오를 설명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어릴 때 영화배우로 데뷔해서 10년간 이 영화와 자란 그들의 회고를 듣다 보니 빙그레 웃음이 났다. 영상이 끝나니, 화면이 올라가고 그 뒤에 호그와트의 정문이 나타나면서 연회장 안으로 입장하게 된다.

해리가 어릴 때 구박받으며 생활했던 계단 방은 입장 대기 줄에서 구경할 수 있다.

스튜디오에서 유일하게 관람 시간제한이 있는 곳이 호그와트 대연회장이었다. 아마 우리 뒤에 들어오는 '그룹'을 위해서 자리를 비워줘야 하기 때문인 것 같은데, 연회장에서 10분가량 지나고 나니 본격적인 관람을 위해서 반대편 출구로 나가 달라고 안내를 해준다. 입구에서 이렇게 입장객의 숫자를 컨트롤하기 때문에 일단 들어가면 쾌적한 관람이 가능하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면 식당 밖에 줄 서 있는 사람에게는 신경을 너무 쓰지 말고, 일단 안에 들어오신 손님이 최고의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경영철학이 나온다.

아직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은 고객이 아니다. 서비스업에서는 existing user의 만족도를 극대화해서 재방문을 유도하고, 이들의 viral을 통해 잠재 고객에게 기대감을 심어주는 게 가장 중요하다.

티켓 구하기는 어려운데 일단 한번 오면 만족도가 높은 곳, 해리 포터 스튜디오의 운영은 훌륭했다.

스튜디오에서 유일하게 시간 제한이 있는 대연회장. 뒤편에 보이는 문으로 한 그룹씩 입장한다.

영화에서 호그와트의 연회장 장면은 옥스퍼드 대학 내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다이닝 홀(Christ Church Colledge Dining Hall)에서도 촬영되었다. 옥스퍼드에 갔을 때 엄숙한 분위기의 칼리지 안 영화 촬영지에 가 보았는데, 마치 영화 속에서 들어온 것 같은 연회장 분위기를 느껴볼 수 있었다. 다만, ‘학생들을 위해 정숙해 주세요’ 푯말이 있는 수백 년 전통의 대학 내에서 이런 판타지 영화를 찍었다는 게 좀 아이러니컬하게 느껴졌다.

옥스퍼드 크라이스트 처치 칼리지 내 다이닝 홀. 영화 해리 포터의 촬영지이다.

이곳 런던 스튜디오에서도 그 연회장의 여러 장면이 촬영되었을 텐데, 연단에 교장 덤블도어를 비롯한 교수진들의 마네킹이 서 있고, 좌우에 연회장 테이블이 세팅되어 있다. 각 테이블의 중간에는 그리핀도르, 슬레데린, 허플퍼프, 레이븐 클로우 등 4개 하우스의 유니폼을 전시해 두었다.


우리나라 학교에는 없지만 영국 학교에는 이 ‘하우스’라는 개념이 실제로 있다. 학생들의 커뮤니티 그룹이라고 해야 할까, 우리 아이들도 자기가 속한 하우스 이름을 걸고 여러 가지 커뮤니티 활동을 했고, 체육대회 등 학교 내 각종 액티비티도 하우스 간의 대항전으로 한다. 작품 속 호그와트 생활은 영국 학생들의 모습과 영국인들의 생활 및 유머가 많이 녹아 있다.

호그와트 연회장 연단에 도열해 있는 덤블도어와 교수진.

스튜디오는 관람의 편의를 위해 크게 3-4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곳에서는 영화의 여러 실내 촬영장들이 비행기 격납고 같은 넓은 스튜디오에 흩어져 있었다. 이 곳에서는 해리가 생활했던 기숙사의 침실이나 커먼 룸, 교장 덤블도어의 집무실, 처음에 악역으로 오해를 받았던 세베루스 스내이프의 실험실 등 촬영장뿐 아니라, 볼드모트가 스내이프의 충성심을 테스트하기 위하여 나기니에게 머글(인간) 태생의 마법사를 먹이로 주었던 것 같은 영화 속의 장면이나 퀴디치나 마법 지팡이 등 수많은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해리와 론의 기숙사 침실. 매우 아늑해 보였다.
그리핀도르 커먼 룸. 3명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면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에서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은 모두 CG로 처리되었는데, 그 기본 촬영은 여기서 진행되었다. 배우들은 아래 기계가 작동시키는 빗자루 위에서 정해진 연기를 했고, 그린 스크린의 뒷배경은 모두 CG로 따로 입혀졌다.

여기서 관람객들은 빗자루를 타며 자신만의 CG 장면을 비디오로 찍어서 구입, 소장할 수 있다. 우리 아이들도 빗자루 타고 날아다니는 장면을 촬영해서 기념품으로 가지고 왔다.  

실제로 빗자루를 타고 나는 장면을 촬영했던 장치. CG를 위해 그린 스크린으로 되어 있다.
덤블도어의 집무실(좌)과 마법약 교수 호레이스 슬러그혼의 실험실(우)
볼드모트가 스내이프의 충성심을 테스트했던 장면이 표현되어 있다.

실내 촬영지의 마지막 부분에는 런던 킹스 크로스 King's Cross역이 그대로 재현되어 있다. 이 곳에서 마법학교 학생들이 빨간색 기차를 타고 호그와트로 간다. 실제로 북런던의 킹스 크로스 역에 가면 해리 포터 샵이 있고, 그 옆에서 9와 3/4 플랫폼으로 들어가는 사진을 찍어볼 수 있는데 거기는 늘 긴 줄이 늘어서 있다.

이 스튜디오에서는 기차에 올라 해리와 친구들이 앉았던 기차 칸도 자세히 둘러볼 수 있고, 9와 3/4 플랫폼 사진도 기다리지 않고 여유 있게 찍어볼 수 있다. 물론, 기차 칸에 앉아 창 밖으로 풍경이 지나가는 CG를 통해 기차를 실제로 타고 가는 것 같은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실물 크기의 기차도 주기적으로 증기를 내뿜어 분위기를 돋운다.


이 기차역 한편에서는 다양한 기념품도 팔지만 뒤쪽 휴게소 공간에서 버터 맥주(Butter Beer)를 맛볼 수 있다. 소설과 영화에서는 주인공들이 학생 펍에서 자주 마셨던 음료지만 그 맛을 알 수 없어 사람들이 많이 사 마셔본다. 실제로 맥주는 아니고 탄산음료 위에 버터맛의 크림이 올려져 있는 음료수로 생각보다 맛은 별로 없다. 버터 비어 기념품 컵에 주문하면 일회용 컵에 음료만 마시는 것보다 2배가량 비싸다.(7 파운드 가량)

킹스 크로스 역이 재현되어 있고, 호그와트 기차가 정차되어 있다.

 런던의 가을은 해가 짧다. 실내 촬영지를 지나 밖으로 나갔더니 이미 해가 져서 어두웠다. 야외에는 호그와트로 들어가는 나무다리와 해리 포터의 부모가 볼드모트에게 살해당했던 집, 유명한 3단 나이트 버스, 플라잉 카, 시리즈 1편에 나왔던 체스 판 등이 전시되어 있었다.


해리 포터에서 나이트 버스(Knight Bus)는 기사가 구조한다는 의미에서 '구조 버스'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한데, 롤링은 Night Bus와 동음 이의를 의도했다고 했다. 실제로 런던의 버스 노선은 24시간 운행하는데 자정 이후 심야에 운행하는 버스들은 Night Bus라고 불리고, 일반 버스와는 다르게 번호 앞에 N자가 붙어 있다. 버스가 끊긴 줄 알고 좌절할 시간에 나이트 버스를 보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영국의 시스템을 알면 해리 포터가 더 많이 보인다.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해리 포터를 '구조'했던 나이트 버스.

영화에 줄곧 나오는 호그와트 뒤쪽 절벽 위 나무다리의 대화 장면은 대부분 이 스튜디오의 야외 나무다리에서 촬영되었을 것 같다. 첫 방문에서는 밤이라 실감이 잘 나지 않았는데, 나중에 2번째 방문 시 낮에 본 나무다리는 또 다른 느낌이었다.

나무다리에 서서 호수를 바라보며 부모를 그리워하는 해리도 기억나지만, 시리즈 마지막 편에서 네빌 롱바텀이 다리를 폭파시켜 새까맣게 몰려드는 볼드모트의 군대를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뜨려 몰살시켰던 명장면도 떠오른다.

호그와트 정문으로 진입하는 나무다리가 야외에 있다.

관람 동선은 야외 촬영지를 지나 다시 실내 스튜디오로 이어진다. 두 번째 실내 스튜디오에서는 영화에 나오는 주요 인물들의 80% 축소 모형, 각종 상상 속 동물들과 특수 분장 소품, 의상, 건물의 모형과 설계도 등을 방대하게 전시해 두었다.


스튜디오의 촬영지와 소품들은 시리즈처럼 순서대로 차근차근 관람하는 구조가 아니다. 특히,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와 동물들, 각종 소품들을 한 곳에 모아 두었는데, 영화에서 이들을 유심히 봐 두지 않았다면 기억해 내기 쉽지 않은 것들도 많았다.

아이들이 집에서 영화를 수없이 반복해 볼 때 나도 덩달아 몇 번씩 봐 둔 덕에 세세한 소품들이 각각 몇 편에 나왔는지, 어떤 스토리가 있는지 서로 퀴즈를 내며 관람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4권 불의 잔에서 부활하기 전의 볼드모트. 로봇처럼 움직인다.
고블린의 얼굴 모형들(좌)과 불의 잔에 나오는 용 헝가리언 혼테일, 디멘터, 세스트랄(죽음을 인식하면 보이는 말)
4권 아즈카반의 죄수에 등장하는 히포그리프

거인 혈통의 루베우스 해그리드는 볼드모트 때문에 마법사가 될 수는 없었지만 덤블도어가 가장 신임하는 캐릭터 중 하나이다. 실제로 덩치가 커야 했기 때문에, 해그리드를 연기했던 배우 로비 콜트레인은 머리 위에 해그리드의 로봇 얼굴을 얹어 두고 연기했었다.

거인 혈통을 지닌 루베우스 해그리드.
4권 불의 잔에 등장한 호수의 반인반어 머퍼슨(Merperson, 좌)과 2권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 나오는 멘드레이크.

각종 등장인물과 동물들, 특수 분장을 보고 나면 다이애곤 앨리 Diagon Alley로 나가게 된다. 다이애곤 앨리는 해리 포터 시리즈에서 마법사들의 숙박업소나 마법사들의 은행인 그린고트, 상점이 밀집된 쇼핑 거리로, 지팡이, 망토, 장난감 등 마법에 관한 모든 것을 살 수 있는 곳이다.

다이애곤 앨리는 리키 콜드런이라는 펍에서 벽돌을 두드려 들어갈 수 있는 곳으로, 머글(인간)은 접근할 수 없다. 런던 트라팔가 광장 옆에 차링 크로스 Charing Cross가 다이애곤 앨리의 배경 모델이라고 한다.

다이애곤 앨리에서 프레드와 조지의 장난감 가게를 배경으로 선 아이들.

다이애곤 앨리를 지나면 영화 제작 시 했던 건축의 설계, 디자인 및 여러 가지 모형들이 전시된 스튜디오를 관람할 수 있다. 각종 건물과 나무, 배 등의 설계와 모형들을 보고 있으면 이 영화 제작을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깜짝 놀라게 된다.

웬만한 빌딩을 건축하는 것 이상의 정성과 디테일이었다.

덤블도어 집무실 인테리어 모형. 디테일이 엄청나다.
천문 타워 모형. 스나이프가 덤블도어를 죽여야만 했던 중요한 장소이다.

각종 모형과 설계도를 하나하나 보다 보면 드디어 호그와트의 전경 모형이 있는 큰 방에 이르게 된다. 마법학교 호그와트의 전체 모습을 모형으로 만들어 놓은 건데, 실제 영화 촬영 시 버드뷰로 전체를 보여줄 때 찍었던 곳이다.

디테일이 대단했고, 규모도 커서 이 성 모형을 가운데 두고 한 바퀴를 나선형으로 걸어서 1개 층을 내려오는 구조로 되어 있다. 또한, 호그와트 모형에 조명이 주기적으로 변하면서 밤과 낮을 바꿔줘서 좀 더 환상적인 중세의 성 느낌을 전달해 준다.

호그와트 학교의 전경.
성을 보면서 한 바퀴 돌아 내려오도록 되어 있다.

영화 해리 포터를 처음 제작할 때만 해도 CG가 지금처럼 발달하지는 않았었다. 영화를 보면서 CG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실제로는 모형을 만들고 모터로 작동시킨 것도 많았고, 각종 건물 등도 직접 모형으로 제작했으니 들어간 노력과 시간은 지금보다 더 컸을지 모른다.


해리 포터 스튜디오는 소설 속의 상상이 영화를 통해 어떻게 현실에서 시각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게 했는지 그 과정과 뒷 이야기를 배울 수 있게 만들어 둔 곳이다. 해리 포터의 팬이 아니더라도 마법 세계와 판타지 문화에 관한 트렌드에 관심이 있다면 가봐야 할 곳이다.

런던이라는 공간적 제약과 오래전에 미리 예약해야 한다는 시간적 한계를 극복해야 하는 숙제는 있지만 말이다.

완드 하나 들여 가실래요? (기념품점에서)


작가의 이전글 여행을 끝내며 남기는 아이슬란드에 대한 단상(斷想)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