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2등?

최고 목표를 설정해야 하는 이유.

by 이현성

수년간 엘리트 스포츠 환경에 노출된다는 것은, 매일 매 순간 1등을 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어제보다 나아지는 것 같은 개인적인 차원의 주관적인 발전 말고, 모두가 수긍하고 객관적인 1등 말이다. 물론 이와 같은 압력이 매일매일 자신의 기량을 발전시켜봐야 의미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생각보다 많은 선수들이 이와 같은 딜레마에 빠진다).


성적 지상주의, 1등 만이 존중받는 세상을 탓하기 전에, 왜 1등이 되어 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일까. 재능이 모자라서? 환경이 열악해서? 스포츠에서 재능이나 환경 탓을 하는 것은 지겠다고 동네방네 선전하고 다니는 것과 진배없다.


꼭 스포츠가 아니라도, 어떤 분야에서 능력이 특출 나다는 것은, 그곳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당신의 자동차가 고장 났다고 해보자. 집 앞에 카센터에서는 고치는 데 일주일이 걸리고, 집에서 한 시간 떨어진 거리에 위치한 곳에서는 오늘 방문하면 고쳐줄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은 어디에 당신의 차를 맡길 것인가? 나는 당연히 한 시간이 걸려서 라도 자동차를 잘 고쳐주는 명장이 있는 곳으로 갈 것이다.


이처럼 스포츠계에서 1등이 된다는 것은, 개인차원에서의 발전은 물론이거니와, 해당 스포츠 자체의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한 분야의 챔피언은 그 종목을 대표하는 인물이며, 동료 선수들, 코치, 어린 꿈나무들까지 1등을 모방하고 카피한다. 한 때 박지성이 우리나라 축구를 대표했을 때는, 유망주 대부분 박지성처럼 플레이하려고 했을 것이고, 손흥민이 우리나라 축구를 상징하는 지금은 모두가 손흥민이 되고 싶다.


그러니까. 사회에서 1등은 꼭 필요한 존재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삶에서 우선 가치가 아닌 것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왜냐하면 모두가 1등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두가 최고가 될 수가 없다고 해서, 최고를 향해 노력하는 사람들, 그리고 최고가 된 사람들의 가치를 훼손해서는 안되며, 위로 올라가려는 자를 최소한 밑으로 끌어 내려서는 안된다.


1등이 다가 아니야. 이기적인 1등 보다는, 아름다운 2등이 차라리 낫다는 말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2등, 3등은 없다. 모두가 1등이라는 가치를 향해 노력하는 가운데, 더 노력한 사람, 혹은 조금 더 운이 좋았던 사람에게 1등의 영광이 주어진다. 이러한 전제가 충족될 때 2등과 3등의 가치는 더욱 빛이 난다.


철학자 강신주는 말한다. 100m 달리기를 하는데 상대방의 최고 기록은 10초 이고 나의 최고 기록은 11초인데 상대가 자신보다 빠른 것을 알고 포기해버리면 후회가 남는 다고. 후회를 남기지 않는 방법은 상대가 나보다 더 빠름에도 불구하고 최선을 다해 뛰는 것이다.


나 또한 선수 시절 1등을 많이 해봤지만, 2,3등을 오히려 훨씬 더 많이 해본 선수다. 하지만 한 번도 2등이 목표이고, 3등이라도 하고 싶었던 적은 없다. 내 안에 모든 것을 불태우고 1등을 하지 못해도, 2등 3등이 아니라 심지어 꼴찌를 해도, 오로지 목표는 1등이다. 그게 무엇이던 최고를 원하고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나머지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최고가 되기를 원해 보지도 않고 의미를 찾으려는 것은 경쟁에서 도망치는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삶에서 경험할 모든 중요한 순간에 대한 회피로 이어지기도 한다.


토론토대학의 심리학과 교수 조던 피터슨의 저서 <질서 너머>에서 저자는 ‘당신이 누구일 수 있는지 상상하고 그것을 목표로 삼아라’라고 이야기한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높은 가치를 목표로 삼아라. 목표지점은 움직이는 동시에 희미해질 것이다. 목표지점이 움직이는 이유는 처음 겨냥할 때는 언제나 방향을 정확히 겨눌 지혜가 없기 때문이다. 희미해지는 이유는 아무리 완벽하게 해낼지라도 새로운 완벽의 가능성이 눈앞에 펼치지기 때문이다.’ <질서 너머. p.110>


교수는 당신이 높고 심오한 어떤 것을 정교하게 겨냥하되, 그 과정에서 더 좋은 길이 나타나면 일단 그 길로 몇 걸음 가보기를 권장한다. 하지만 그 ‘더 좋은 길’이 진짜 더 좋은 것인지 알기 위해 유념해야 하는 것은 ‘어려움’이라는 것이다. 고로 현재의 상태에서 당신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운 뒤에 새로 가야 할 길이 조금이라도 더 어려운 것이라면 그 길에 확신을 가져도 된다고 한다.


따라서 스포츠에서 정상에 서는 것도 어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뚫고 나가는 것이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3등이 되는 것보다 2등이 어렵고, 만년 2등 선수에서 정상에 오르기 되기 위해서는 물리적 심리적으로 직면해야 할 어려움은 상상 이상으로 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개인이 가능한 한 최고를 겨냥해야 하는 이유는 개인차원의 발전과 더불어 사회발전에도 이로운 존재가 되기 위함이다. 1등이면 장땡이라는 이야기가 절대 아니다. 정상에서의 기쁨만이 아니라, 최고만이 느낄 수 있는 책임감, 심리적 과제에 살면서 한번쯤 당면할 가치가 있다는 말이다.


경쟁은 (단, 규칙이 공정한) 개인과 사회를 가장 빠르고 올바른 방법으로 도약시키는 가장 핵심적인 툴이다. 운동선수들 또한 스포츠라는 작은 사회에서 경쟁의 가치를 가장 공정한 방법으로 그리고 물리적인 압력과 열기를 견디며 습득한다. 최소한 정상을 향해 분투했던 그 경험의 순간들이 더 큰 사회 구성원으로서 다시 한번 최고가 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최고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이, 당신이 경쟁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오히려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더 낮은 수준에서의 경쟁뿐이다.


이미지 출처: Getty 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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