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따라 강남 간다.
영어 공부를 하다 보면 열심히는 하는데 실력이 늘지 않아 주눅이 들 때가 많다. 누구는 6개월 만에, 누구는 3년 만에 영어가 유창해졌다는 말을 들을 때면 나에게는 영 재능이 없는 것 같다.
영어 학원 같은 곳에 가보면, 영어 자신감을 키우기 위해서 가끔은 자기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대화함으로써 우쭐한 기분을 느끼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이 방법은 궁극적으로 원어민과 자연스레 대화하는 데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영어가 늘려면 그냥 외국인과 부딪히는 것이 맞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나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과 훈련하면서 심리적으로 우위를 점하기보다는, 나보다 월등한 사람, 훨씬 빠른 사람, 늘 나를 이기는 사람과 훈련해야 한다.
그럼에도 스포츠 안에서의 경쟁은 좀 복잡한 면이 있는데, 나보다 너무 뛰어난 사람이랑 경쟁을 하다 보면 운동 동기가 떨어져, 경쟁에 참여해서 이길 생각을 아예 안 하게 되는 사람도 있다. 반면 자기보다 못하는 사람이랑 경쟁하다 보면, 더 높은 수준에서의 경쟁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보다 뛰어난 선수와 경쟁해야 하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엘리트 선수는 기량을 최대로 늘리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을 갖춘 선수와 비교하면 처음에는 온통 부족한 것 투성이 일 테지만, 그 선수의 동작, 생활습관 그리고 마음가짐 같은 것을 따라 하다 보면 어느새 경쟁의 압박보다는, 기량이 일취월장하는 것을 느끼면서 운동 동기를 얻는다. 프로복싱 세계에서 챔피언의 스파링 파트너가 결국 세계 챔피언이 된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나그네 길에서 자기보다 뛰어나거나 비슷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든 차라리 혼자서 갈 것이지 어리석은 자와 길 벗이 되지 말라." <법구경 5장 61절>
취미로 운동을 즐기는 경우가 아니라면 애초에 엘리트 스포츠 선수는 성적을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닌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고통을 즐긴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잘해야 하는 게 운동선수다. 한 스포츠에서 탁월한 경기력을 갖추려면 운동 환경, 최신 트레이닝 장비, 과학적인 훈련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동료 선수들과 매일매일 높은 수준의 경쟁을 하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futureofsourci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