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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May 31. 2021

한 가지에 전념해야 하는 이유.

엘리트 선수의 책임

시즌이 시작되면 선수들은 그동안 비시즌에 갈고닦았던 기량을 마음껏 펼치기 위해 분투한다. 선수들 사이에서는 시즌 첫 번째 시합이 큰 의미가 있다. 바로 지난 시즌보다 얼마큼 발전했는지에 대한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일단 시즌 첫 단추를 잘 맞추어 놓으면, 전체 시즌에 걸쳐 좋은 기량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경기력은 절대적인 요인임과 동시에 상대적이기 때문에 작년에는 별 볼일 없던 선수가 갑자기 기량이 늘면 주변 선수들로 하여금 경계 대상이 되어 높은 수준의 경쟁을 하게 된다.


사실 종목마다 다르지만 비시즌은 일 년 중 길어야 4개월. 완전한 휴식 시기를 제외하고 완전한 기량 쇄신을 위해서는 고작 2-3개월 정도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약 100일 가량의 시간 동안 완전히 다른 선수로 탈바꿈 하기 위해서는 여태 해오던 방법으로는 변화를 기대하기 힘들지 않겠는가. 설령 같은 방법으로 훈련을 하더라도 일상에서 선수가 그 훈련을 하기위해 얼마나 완벽히 준비했는지,  훈련에 얼마만큼 정성을 들였는지에 따라 기량이 갈라진다.


물론 나이가 어린 선수들 같이 신체적 정신적 변화가 급변하는 경우에는 훈련방법에 특별히 변화를 주지 않아도 자연적으로 기량이 좋아지기도 한다. 다시 말해 어린선수들의 기량 발전은 신체적 정신적인 자연적 변화에 의해서인지, 훈련 환경에 변화를 주었기 때문인지는 단지 가정만 할 수 있을 뿐,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다. 사실 학생 운동선수들은 훈련 말고도, 학업도 병행해야 한다 (아직 대한민국에서 완전한 병행이 이루어지진 않고 있지만). 이러한 특수한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운동하랴 학교 다니랴 오롯이 운동에 전념하기 힘든 상황에 놓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학생 선수들은 훈련 외적인 부분을 부모나 코치 그리고 주변 구성원으로부터 관리된다.


반면 대한민국에서 많은 엘리트 운동선수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실업 운동선수 혹은 프로선수가 되면, 학생 신분에서의 통제권에서 벗어나 선수 개개인이 스스로 책임지고 관리해야 하는 비중이 늘어난다. 또래보다 경제적으로도 상대적 여유가 생기고, 시간은 많아진다. 그럼 그 경제적 자원과 시간을 어떻게 관리해야 할까? 경제적으로 갑자기 풍족해진 비교적 어린 성인 선수들은 때 이른 사회적 책임감이 급작스럽게 부여된다. 통제되고 고정된 훈련과 학업의 병행으로 뚜렷한 사회적 경험이나 참여가 없었던 학생이자 운동선수 신분에서 운동을 업으로 하는 사회인으로 전환하는 것 이다. 대부분 훈련 이외의 영역에서 스스로 자기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연습이 안되어 있다 보니, 아주 예외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선수들이 한 번쯤은 방탕한 유흥과 잦은 술자리로 인해 훈련에 지장을 줄만한 요소들을 통제하는데 실패한다.


하지만 프로 수준의 선수라면 훈련 못지않게 훈련 이외의 변수를 스스로 컨트롤해야 한다. 그리고 오로지 훈련을 완벽히 소화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애써야 한다. 각 스포츠 종목마다 행해지는 훈련법들은 큰 맥락에서 보면 거의 비슷하기 때문에 사실 프로 선수나 수준급 이상의 선수가 되면, 웬만한 강도의 훈련은 물리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자질을 갖추게 된다. 그러니 프로 선수가 되어서 기량이 늘지 않는다거나 경기력이 전과 같지 않다면, 훈련 외적인 부분을 잘 통제하고 있는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상에서 중요한 일 (훈련) 이외의 소모적이고 불필요한 의사결정들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말이다. 주말마다 불러내는 선배의 의미 없는 부름에, 이제는 어엿한 사회인이니까 인간관계를 넓혀야 한다는 이유로, 필요 이상으로 에너지를 써가며 관계를 지속해오진 않았는지 돌아보자. 진부한 말이지만 몸이 재산인 운동선수는 (더불어 그것을 업으로 삼고 있다면), 훈련 이외의 거의 모든 것을 통제해야 한다. 본인이 먹는 음식, 자는 시간, 몸에 해로울 만한 행동들, 그리고 정서적인 안정을 해하는 불필요한 인간관계 까지. 자유는 누구나 가진 권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누리는 자유의 크기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기도 하다. 프로 운동선수는 자신의 몸을 기민하게 유지할 책임이 분명 존재한다.


왕좌에 오르려면 단 하나의 가치에 전념해야 한다. 


이미치 출처: radd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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