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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성 May 21. 2021

쉬운 것보다 어려운 것을 선택해야 하는 이유.

쉬운 길을 가는 것에 대한 위험.

살다 보면 선택의 기로에서 불가피하게도 내가 할 수 있는 것 (쉬운 것)과 내가 할 수 없는 것(어려운 것) 사이에서 하나만을 택해야만 하는 순간이 온다. 시험공부를 할 때도, 취업을 준비하는 순간에도 그리고 운동선수에게는 시합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매일매일 연습을 하는 순간에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운동을 그만두고 유학을 결심한 이유도 어쩌면, 코치가 되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었기 때문이 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도자가 되는 것이 쉽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훌륭한 지도자가 되는 것은 진짜 어렵다). 단지, 은퇴 시점에서 내가 선수들을 가르치는 선택을 하는 것에 비해 공부를 선택한 것이 상대적으로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쉬운 것과 어려운 것을 가르는 척도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정도가 아닐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어떤 일을 마주할 때 내가 쉽게 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리고 결과 예측이 쉽다면) 그 일을 나중으로 미루게 된다. 지금이 아니라도 할 수 있다는 계산이 서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해외 여행에서 언제든지 갈 수 있는 스타벅스에 가서 커피를 마시기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현지 커피숍에 가길 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여행지의 로컬 커피숍은 언제 다시 올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는 동안 끊임없이 고민하게 되는 것이 있다. 바로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할 것인지 아님 단점을 보완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이다. 간단히 말해 장점을 키우는 일은 비교적 단점을 보완하는 것보다 쉬운 일이다. 농구선수를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은 슈팅이 장점이다. 하지만 돌파 능력은 떨어진다. 당연히 슈팅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슈팅을 백번 천 번 만 번 매일 해야 하겠지만, 장점만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슈팅 연습만을 고집한다면 당신의 돌파 능력 (단점)은 절대 개선되지 않을 것이다. 마치 엉켜있는 실타래를 서랍 속에 넣어두고 풀지 않는 것과 같다. 문제를 서랍 속에 넣어 둔다면 당장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라고 여기지 않는다.


물론 장점만을 극대화해서 성공을 거둔 선수들도 많다. 하지만 장점만을 살리는 것은 단기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만 유용하다. 만일 시합이 코앞에 있거나 이미 시즌에 돌입했다면 장점을 최대한 살려 승률을 높이는 것이 현명하다. 하지만 비시즌 기간에 어떻게 훈련할 것인가? 비시즌은 단점을 보완시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어쩌면 선수가 가지고 있는 장점들은 비시즌 동안 단점들을 보완한 결과로 보아도 무방하다.


Image: pixabay.com


우리의 신체는 내성이 생기기 마련인데, 한 가지 동작을 익히기 위해서 처음에는 불필요한 근육 (주변 근육)까지 동원해서 쓰게 된다. 헬스장에서 벤치프레스를 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원리적으로는 가슴 근육을 사용해서 무게를 들어 올리는 운동이지만, 가슴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았을 때는 어깨랑 팔에 과도하게 힘이 들어가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것이다. 적절한 근육만으로 동작을 익히기 위해 다른 주변 근육들이 무게를 들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또한 동작이 익숙해질 때까지 정신적으로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에너지 소모가 상당하다. 하지만 동작이 익숙해지고 필수 근육이 발달되면 처음에 어렵고 무거웠던 쇠붙이는 한결 가벼워지고, 심지어 딴생각을 약간 하면서도 그 동작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선수 때를 돌이켜봐도, 내가 잘 못하는 것을 해결했을 때, 기존의 장점 또한 함께 좋아진 경험을 수도 없이 했다. 좋은 성적은 자연스레 따른다. 하지만 성적이 저조했던 때는 내가 불편한 훈련, 어려운 훈련을 회피했을 때이다.


코치들이 선수의 단점을 파악하고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해도, 선수는 안 그럴 수 있다. 남들보다 뒤처지는 훈련을 할 시간에 자기가 이미 잘하고 있는 것을 더 잘하고 싶기 때문이다. 근데 여기서 선수들이 빠지는 딜레마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인지, 그저 쉬운 길을 택하는 것인지 혼동한다는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하기 위해서는 부족한 점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부족한 것을 채우는 것은 물론 어려운 일이다. 이처럼 훈련을 할 때도 마찬가지로 처음에 어려웠던 훈련이 쉬워졌다면, 또 다른 어려운 훈련을 찾아서 해야 한다. 우리의 세포는 외부로부터 새로운 자극에 의해 성장하기 때문이다. 특정 근육을 크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게를 점점 늘려야 함은 물론이요 주변 근육을 키우기 위해 다른 동작도 함께 해야 하는 것과 같다. 따라서 이미 숙달된 훈련을 필요 이상으로 많이 해버리면, 제한된 우리 신체와 근육은 지치게 되어 있다. 그리고 특정 근육의 과도한 사용은 부상을 초래한다.


엘리트 운동선수라면 하고 싶은 훈련만으로 스케줄을 채워서는 최고가 될 수 없다. 자신의 단점이 해결되면 장점이 극대화된다. 힘은 장사인데 기술이 부족하다면, 기술을 연마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자. 기술이 정교해지면 가지고 있는 힘을 효율적으로 나누어 쓸 수 있게 된다. 반면 기술은 좋은데 체력이 부족하다면 심폐훈련이나 근지구력 훈련에 집중 하자. 선 체력 후 기술, 선 기술 후 체력 같은 말 뒤에 숨어 얄팍하게 뭐 하나라도 안 하려고 우회하지 말자. 최고가 되려면 결국 체력과 기술이 다 필요하다. 단지 어떤 부분을 보완하는가에 대한 문제이다.


선수가 가장 집중해야 할 훈련은 내가 다른 선수들에 비해 많이 뒤처지고, 어렵게 느껴지는 훈련들이다. 다시 말해, 가능하면 안 하고 싶고 피하고 싶은 훈련이 지금 당장 해야만 하는 훈련인 것이다. 본인에게 쉬운 훈련은 나중에 해도 여전히 쉽지만, 어려운 훈련은 나중으로 미룰수록 더 어려워진다.



이미지 출처: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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