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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키는 법

by 김민영


무도한 세상 속에서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때로 당신들은 어설프고 다정한 마음으로, 혹은 얄궂은 마음으로 내게 채찍을 휘두른다. 그럴 때면 나는 아프다. 아니, 처음엔 놀라고 그 뒤엔 스스로를 탓한다. 그리고 한참을 침전한다.


자존감이 낮았던 나는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몰랐다. 누군가 불쑥불쑥 내 세상의 문을 열고 들어와 주기를 바랐다. 그것이 사랑인 줄만 알았다. 그러기 위해선 나의 집엔 담장이 있어선 안 됐다. 누구든 부담 없이 들어올 수 있어야 했다. 그리하여 한참을 낮췄다. 스스로 우스워지고, 헤픈 사람으로 만들었다. 누군가 나더러 주변을 편하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평을 해주었다. 처음엔 그런 말이 마냥 좋기만 했다.


그러나 그런 태도는 독이 되었다. 너무 편해진 관계는 그만큼 위태로워졌다. 선을 넘는 말과 행동을 맞닥뜨리기 일쑤였고, 때로 나는 깊게 상처받아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기도 하였다. 그리고 헤펐던 스스로를 탓하고 말았다. 빌미를 준 나의 잘못이었다면서.


틀린 말은 아니었다. 나는 사랑받기 위해 스스로를 벼랑 끝에 몰았다. 결국 스스로를 미워할 줄 알면서도, 계속 같은 일의 반복이었다. 나는 사랑을 몰랐다. 그럼에도 나를 돌아봐 주는 이들이 나타나기를 바랐다.


운이 좋게도, 이런 나를 아껴주는 이들이 있었다. 허물없는 이 세상을 구태여 정중히 열어주고, 다정하게 안아준 사람들이었다. 처음엔 그 마음을 의심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은 내게 사랑을 알려주었다. 그 따스한 마음으로부터,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라는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아직은 사랑받고 사랑하는 방법이 어설프다. 때로 당신들에게 상처 줄 때도 많다. 지난 상처들로부터의 방어기제 때문이기도, 성숙하지 못한 마음 때문이기도 하다. 사랑을 몰라 끝내 상처 줄 때, 나는 너무도 부끄러워져 어디론가 숨고 싶어진다. 모두 부족한 나의 잘못이다.


나는 아직 사랑을 모른다. 스스로를 지켜내는 방법도 모른다. 어떻게 하면 나와 당신들이 다정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서로를 보듬어줄 수 있을까.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거친 화마 속에서도, 비의 계절 속에서도, 몰아치는 바람 속에서도, 어떤 나무는 꿋꿋이 생을 이어가기도 한다. 그저 튼튼한 나무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면, 세월이 남긴 갖가지 상흔이 표피에 가득하다. 나무는 기꺼이 상처받는다. 다만 극복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 뿐이다.


나도 그렇게 살아남고 싶다.

초연하게, 다정하게.

나로서, 당신들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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