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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민영 Oct 10. 2019

무엇이 검찰 개혁의 본질을 호도하는가

이른바 '조국 사태'를 바라보며

혼란스러운 정국이 지속되고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의혹을 두고 몇 달째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뉴스에선 온종일 조국 장관과 검찰개혁에 대해서 떠들어대고 있고, 매주 수많은 시민들이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치권과 진영 간의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는 모양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사회의 가장 큰 화두는 '조국 장관과 검찰 개혁'이다. 며칠 전 집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도 광장의 시민들을 마주할 수 있었고  나는 문득 알고 싶어 졌다. 도대체 검찰 개혁이 왜 필요하길래, 이렇게 세상이 혼란스러운 것인지.  사람들은 거리로 나오는 것인지.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나온 시민들. 혼란스런 정국이 계속되고있다(사진=동아일보,연합뉴스)



검찰 개혁은 왜 필요한가?


현재의 대한민국 검찰은 전 세계 어디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다. 수사권과 기소권이 분리되어있는 대부분의 나라와는 달리,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보유해 막강한 힘을 휘두르는 검찰은 그 자체로 민주적 견제가 사실상 불가능한 폭주하는 거대 권력이 된 상황이다.


서초동 대검찰청(사진=연합뉴스)


검찰 내부에서 발생하는 비리와 부정부패, 과도한 표적 수사와 같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의 감시 기관을 통해서가 아닌, 검찰 스스로 수사하고 기소하는 것이 구조적 현실이며 이는 결국 봐주기 수사, 솜방망이 징계로 이어져 검찰의 자정능력을 현저히 저하시키고 말았다. 또한 상부에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검찰 조직 문화로 인해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도 저항하기가 거의 불가능하고, 또한 정권, 재벌 등과 결탁해 그들 내부에서 벌어지는 비리와 각종 의혹들에 제대로 수사하지 않았던 경우들은 지난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 의혹 수사를 비롯하여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반복되어왔다.



물론 모든 검사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의를 위해 힘쓰는 검사들도 분명 많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검찰의 문제는 조직 자체적인 결함이다. 정의로운 검사들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자정 능력을 상실하고 그 자체로 통제 불가능한 거대한 정치적 권력이 되어버린 검찰. 정의로운 사법 질서 수호가 아닌 그들의 권력을 위한 수사를 해오면서 대한민국 사법 질서도,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 무너지고 말았던 것이다. 특정 누군가를 위한, 가진 자들을 위한 선택적이고 정치적 의도를 가진 수사는 정의로운 사회 질서 유지가 아닌 누군가의 권력을 더욱 공고히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 전락해버리게 되었다. 그러나 법과 질서는 모두에게 동등하고 공정하게 적용되어야 한다. 그것은 상식이며, 사회 구성원이 합의한 아주 기본적인 가치이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는 결코 공정한 사회가 될 수 없다. 결국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 검찰 개혁은 여야,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시급히 완수되어야만 할 기본적이고 시대적인 과업인 것이다.



무엇이 지금, 검찰 개혁의 본질을 호도하는가


그러나 지금 우리 앞에 펼쳐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은 너무나 혼란스럽기만 하다. 매일 갈등을 빚는 정치권,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시민들. 온종일 조국 관련 뉴스를 쏟아내고 있는 언론까지 우리는 혼란을 넘어 이 사태에 대한 피로감까지 느끼고 있다. 검찰 개혁이 뭐길래, 이렇게 온 나라가 시끄러운가 하는 생각까지 들게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검찰 개혁 그 자체의 문제가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이 검찰 개혁의 의도를 흐리고 본질을 호도하고 있을까?



1. 검찰 수사에 대한 논란

  조국 장관을 향한 검찰 수사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일부 진보 진영 인사들은 검찰의 수사가 그의 낙마를 목표로 한 의도적이며 무리한 수사라고 비판하며 그 이유로 수 십 곳에 대한 무리한 압수수색, 검찰이 관련 정보를 고의로 언론에 흘리며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는 의구심, 장관을 향한 먼지 털이식 수사 등을 들었다. 물론 검찰 측과 보수진영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합리적인 수사며 오히려 검찰이 장관 일가에 대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지만 이러한 논란은 그 자체로 검찰 개혁이 아닌 검찰 vs 조국의 구도, 더 나아가 검찰 vs 정권의 구도로 옮겨가 갈등 양상을 더욱 확대시키고 검찰 개혁의 의도는 흐리게 하고 있다.



2. 언론의 보도 양태

  이번 사태에서 언론은 과연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을까? 몇 달간의 사태에서, 그동안의 검찰은 무엇이 잘못되어왔고, 어떠한 방향으로 검찰 개혁이 이뤄져야 하는지에 대한 심층적이고 구체적인 보도는 거의 찾을 수가 없었다. 두 진영으로 나뉜 언론은 조국 일가에 대한 각종 의혹성 보도들을 쏟아내고 있고(특정 보수언론은 작정하고 조국 장관을 낙마시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듯하다), 서로를 선과 악으로 규정하며 진영 간의 분열과 대립 양상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금 조국 장관과 검찰이 내놓고 있는 검찰 개혁 방안에 대한 분석과 비판, 혹은 검찰 개혁은 어때야 한다는 각기 다른 방향성 제시를 통해 사회적 논의를 이끌어 내야 할 언론이, 검찰 개혁이라는 본질은 흐린 채 보수 vs 진보의 프레임 구축으로 양 진영의 싸움 만을 부추기는 꼴이다.  



3. 정치권의 갈등, 그리고 국민 분열

  그렇다면 정치권은 무얼 했는가?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쏟아져 나온 시민들의 외침을 진정 헤아리려는 노력은커녕 서초동에는 200만이 모였네, 그럼 광화문에는 300만이 모였네 하는 같잖고 한심한 숫자 싸움만 해댔다. 시민들 개개인의 다양한 목소리와 생각은 정치인들의 논리에 의해 양자화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또한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해 나가야 할 정치권은 상대 진영을 비난하기 바빴고 덕분에 거리에 나온 시민들은 각자의 광장을 적진처럼 여기게 되었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토론과 경쟁은 실종된 지 오래다. 상호 비방, 낡은 이념 논리, 낯 뜨거운 욕설들만이 그들의 공간을 채우고 그들은 이 사태가 앞으로의 선거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에 촉각을 곤두세울 뿐이다. 그들의 정치에 '국민'은 없다. 그들의 세력을 과시해 줄 '숫자'만 있을 뿐이다. 늘 그렇듯 희생자는 분열된 국민들이다.



4. 가장 본질적인 원인, 의혹의 주체인 조국 법무부 장관 본인

  그러나 앞에 언급했던 이 모든 갈등과 시끄러운 정국의 가장 본질적인 원인은 결과적으로 의혹의 당사자인 조국 법무부 장관 그리고 그 일가에게 있다. 그들이 행해왔던 모든 것들이 의혹의 빌미를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에게 제기된 의혹이 애초에 존재할 수 없었다면(그들의 삶이 진정 도덕적이었다면), 이런 정국은 처음부터 만들어지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정의로운 사회, 공정한 사회를 바라는 국민적 염원과 함께 들어선 이번 정권의 핵심 인물이었던 그가 자녀 입시 특혜 논란과 사모펀드 의혹 등에 연루되며  부패했던 기존 정치인들과 다를 게 없다는 실망감, 그리고 그러한 사람이 검찰 개혁을 이끌어 나갈 자격이 있는가라는 의문점을 남기며 뜨거운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더욱이 많은 국민들이 그에게 분노와 배신감을 느끼는 것은 바로 그가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가 있는 사회를 약속한 이 정권의 주요 인물이자 그동안 자신의 SNS를 통해 비난해왔던 다른 정치인들의 부도덕한 행태를 오히려 본인이 답습하는 '내로남불'식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 제기된 의혹은 단순히 의혹으로 치부할 문제가 아니다. 정의로운 사회를 약속했고 검찰 개혁을 주도하는 상징적 인물이 정작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부당하게 이득을 취해왔다는 의혹은, 설령 그들에게 제기된 의혹들에 위법적인 요소가 없음이 밝혀지더라도 그 자체로 자격 박탈로 이어질 수 있는 도덕적 치명상이며 국민을 향한 배신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그들이 말하는 검찰개혁은 결국 무엇을 위한 것인가?(사진=연합뉴스)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정한 사회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힘 있는 자가 자신의 권력을 함부로 쓰지 않고, 그러한 힘의 차이로 인해 소외받고 좌절하는 사람이 없는 사회가 바로 모두가 바라는 공정한 사회일 것이다. 검찰을 개혁하는 것 하나만으로 공정한 사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소해 보이는 어떤 것에서도 힘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예외나 특혜는 없어야만 하며, 그러한 원칙을 철저히 지켜나가야 비로소 공정한 사회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바라보며 평범한 시민들은 분노해왔고, '공정'과 '정의로움'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여왔던 것이다. 검찰 개혁에만 눈이 멀어 평범한 시민들의 이러한 깊은 관심과 분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한 것. 바로 조국 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다. 왜 검찰 개혁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다시 답을 찾아가면 모든 것은 명확해진다. 검찰 개혁은 공정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하나의 노력이자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검찰 개혁을 위해 장관의 도덕적 의혹을 덮어두고 넘어가려는 모습은 결국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이것을 보며 검찰 개혁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국민들이 하나 둘 늘어가는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것이다.  



검찰개혁을 넘어 진짜 공정한 사회로


검찰 조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의혹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그 어떤 것도 명확한 사실로서 밝혀진 것은 없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장기적으로 끌고 가는 것은 사회적 갈등만을 고조시키며 핵심인 검찰 개혁으로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말 것이다.



검찰 수사는 신속하게 종결되어야 한다. 막대한 수사인력을 동원하며 조국 일가에 대한 수사에 강한 의지를 표하고 있는 검찰은 그 수사에 있어 어떠한 의도 없이 신속하고 사실 그대로 명명백백히 밝혀내야 할 것이다. 정치권과 언론 모두 과도한 갈등 양상을 고조시키기보다 이성적인 자세로 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국 장관 역시 본인과 가족에게 제기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모든 것을 책임지고 우리 사회가 검찰 개혁에 몰두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국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현실 속에서 왜 조국이어야만 는지에 대한 충분한 설명과, 그리고 장관 임명 결정에 시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들으며 끊임없이 소통해야 할 것이다. 갈등으로 점철된 검찰 개혁은 결국 또 다른 갈등을 초래할 것이며 이는 공정한 사회가 아닌 분열과 반목뿐인 사회를 만들고 말 것이다.



더 나아가, 우리는 검찰개혁에 그치지 말고 이번 사태를 말미암아 진정 공정한 사회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해 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촛불을 통해 부패한 정권을 몰아냈지만, 새로이 개혁을 주창하던 사람 역시 불공정 특혜 의혹에 시달리는 이 사회의 비극적인 현실을 마주하고 말았다. 무엇이 정의인지 분간조차 할 수 없어진 지금, 사회 곳곳에 뿌리내린 불공정한 문화와 시스템에 대한 대대적인 점검과 함께 무엇을 통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되어버린 사회를 바로 잡을 수 있는지 또 앞으로 우리 사회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절실하다. 그렇지 않고서는 제2, 제3의 조국 사태도, 이로 인한 사회적 분열들도 계속 반복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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