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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읽는 알감자 Aug 24. 2021

내가 필사노트를 쓰는 이유

알감자의 필사노트



사를 시작한 지도 벌써 4개월 남짓한 시간이 흘렀다.

나름의 필사노트를 만들어 이것저것 끄적거려보던 것이 어느덧 작은 노트 한 권을 가득 채울 분량이 되었다.


내가 필사노트를 쓰는 이유,

앞으로도 손을 놓지 않고자 하는 이 필사노트의

매력은 무엇인지 정리해봤다.




ep. 책 한 권을 전부 필사할 자신은 없어서


처음 필사를 결심하게 된 계기는 어느 서점에서였다.

한 출판사에서 '필사의 힘' 이라는 컨셉으로

다양한 고전 문학을 필사서적으로 출간했었다.


그중에서도 <어린 왕자>에 손길이 가

몇 번이고 필사서적을 들었다 놨다 했다.

하지만 결국 구매하지 않았다.

책 한 권을 통째로 필사할 자신이 없었던 것이 이유였다.


그날, 집으로 귀가하자마자 굴러다니는 노트들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냥 귀여워서 사두었던

감자 마스킹 테이프로 간단하게 노트를 꾸몄다.


제목은 <알감자의 필사노트>




1. 가슴에 새기고 싶은 나만의 문장을 기록하다


책을 읽으면서 기록하고 싶은 마음이

움트는 문장을 하나씩 필사하기 시작했다.

이게 뭐라고 바들바들 손을 떨어가며

차근차근 문장들을 적어내고 책의 제목과 저자,

페이지를 함께 기록했다.


글로 새긴 문장을 여러 번 들춰보며 가슴에도 새겼다.


라미 브랜드의 만년필을 선물받아 감사히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2. 만년필로 필사의 질을 높이다


이전까지는 네임펜이나, 볼펜 등과 같이

손에 집히는 아무개 필기구 이용하여 필사를 했다.

선물 받은 만년필로 필사를 시작한 순간부터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장비빨(?)을 세우게 된 덕분에 필사의 질이 올라갔고,

만족감은 그 곱절로 높아졌다.




3. 29년 악필 인생을 바로잡다


학창시절부터 필체가 어여쁘진 않았다.

성격도 다소 급한 탓에 글씨의 끝매듭이 흐지부지했다.

예쁜 필체이기보다는 가독성 있고

정갈한 필체를 갖고 싶었다.


필사를 시작하면서 이 소망에 성큼 다가가고 있다.

글자 틈새에 울퉁불 돋아있던 굴곡을 줄이고 

손에 힘을 적당히 고르게 주는 법을 배웠다.

덕분에 그전보다 훨씬 오랜시간 필기를 하더라도

손으로 전해지는 통증이 덜하다.




4. 책을 손으로 곱씹어보다


필사는 손을 통해 다시 읽는 독서인 것 같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문구 한편을 차근차근 적어

마침내 완성하고 나면 눈으로 훑고 내려갔던

책 속 글자들이 새롭게 살아난다.

그저 지나쳤던 문장손으로 곱씹어보게 한다.


머지않아 다가올 날엔 서점 앞에 서성이며

고민하던 <어린 왕자> 한 권을 필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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