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 후 오롯이 독립하여 살아간 지도 1년 남짓이 되어간다. 그간의 생활을 통해 '나'라는 사람을 돌보기 위해서는 얼마나 부지런과 열심을 떨어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나에게 어떤 노력을 안팎으로 기울였을까.
식사를 건강하게 챙겨먹기
부단히 노력하고는 있으나 아직도 도달하기엔 멀었다고 느끼는 노력이다. 혼자 살면서 매 끼니를 건강하게 차려먹는다는 것은 출근길을 20분 일찍 나서는 것과 비오는 퇴근길 꽉막힌 도로를 견디는 것에 맞먹을 만큼 번거롭고 지난한 일이다. 삼시 세끼 집밥을 뚝딱 해먹는 프로자취러들을 향해 존경을 넘어 경외감이 들만큼.
나의 공간을 정돈하기
'내 공간'이라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애착심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바닥을 쓸고 가구의 어깨에 쌓인 먼지를 닦아내고 그때그때 먹은 것을 설거지한다. 특히 욕실의 물때를 벗겨낼 땐 다소 예사로운 표현이지만 묵은 체증을 씻어내는 느낌이 이런 것일까 싶다.
버거운 어느 하루를 마치고 집에 들어설 때, 정결하게 정돈된 공간은 나에게 안정감과 감사함을 선물한다.
읽고 쓰는 행위를 멈추지 않기
내가 직접 고르고 조립한 책장과 조명등 앞에 서면, 하염없이 읽고 쓰고 사부작거리고 싶어진다. 요즘엔 어느 곳을 가든지 연필과 책과 독서대를 기본값처럼 들고 다닌다. 언제 어떤 상황에서 책을 읽으러 떠나고 싶어질지 모르니 만반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것이다. (실제로 퇴근길에 가고싶은 북카페가 생겼을 때 이 준비물들은 빛을 발한다.)
'나 자신을 안팎으로 돌본다는 것'은 참 어렵고 태가 안나는 일이다. 조금만 돌봄에 소홀하면 내 안의 나태함과 걱정이 어느새 물먹은 솜덩이처럼 불어나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시나브로 마음이 단단해지고, 일상을 살아내는 나만의 시선과 속도가 생겨나는 일이기도 하다.
생각해보면 조금씩 나이가 들면서 '속도'에 대해 조급해졌던 순간이 잦았다. 이때 나의 몸과 마음을 잘 보살펴 놓으면 별일이라 느꼈던 것이 별일이 아니게 된다.
까짓 거 누군가 앞장서 선두를 달릴지라도 조바심 내지 않고, 내 페이스를 유지하면 될 일이다.
조금 뒤처지는 사람이 있더라도 내 걸음을 조금 늦추거나 도착지에서 넉넉히 기다리면 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