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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Mar 14. 2022

아맛오먹:
아내의 맛, 오늘은 뭐 먹지?

아내의 맛, 오늘 뭐 먹지?

아맛오먹


유행이라고 다 따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라 한다고 모두 먹히는 것도 아니다. '아내의 맛, 오늘 뭐 먹지?'는 각각 이미 종방이 된 TV 프로그램명이니 새롭고 창의적인 것도 아니다. 대충, 프로그램의 인지도에 올라타서 관심을 끌려는 얄팍한 꼼수다. 그래도, 다른 성격의 프로그램 타이틀 두 개를 합쳐 놓고는 뿌듯했다. '창조는 편집이다'라는 김정운 교수의 '에디톨로지'를 들먹이면 대충 표절 시비는 피해 가지 않을까?


세대 간의 의사소통에 문제를 일으키고 우리말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축약어 사용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심지어, 청소년 사이에 사용되는 축약어의 의미를 묻는 퀴즈도 방송에 자주 나온다. 억지스러운 것도 있고, 재기 발랄한 줄임말도 있다. 바람직하든 그렇지 않든 언어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최근의 줄임말 사용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이다.


애써 글자를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한 경우 중의 하나는, 컴퓨터에서 프로그램의 필요에 의해서 글자 수를 제한하거나 특수 문자 등의 입력을 막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브런치의 매거진 타이틀에는 쉼표(,)나 물음표(?)를 포함한 특수문자를 사용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내의 맛, 오늘 뭐 먹지?'를 '아내의 맛 오늘 뭐 먹지'로 입력할 수밖에 없다. 글 제목에서는 글자 수가 30자를 넘지 못한다. 이럴 때, 줄임말의 간편함과 편리성이 유용하다. 짧은 글자로 많은 정보를 압축해서 전달할 수도 있다. 물론, 정보의 수신자가 줄여진 정보를 해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기는 하다.


'아내의 맛, 오늘 뭐 먹지?를 지칭할 때마다 빈칸을 포함하여 15개의 자리가 필요하고, 총 29회나 자판을 두드려야 한다. 트렌드에 따라 '아맛오먹'으로 줄이면, 4개의 글자 수에 10회만 자판을 두드리면 된다. 다만, '아맛오먹'이 원래의 뜻을 알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당최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맛오먹'을 접하는 사람들이 궁금해서 의미를 추적하거나, '아맛오먹'의 의미에 한 번이라도 노출이 된다면 해결될 문제다. 대부분의 축약어들처럼. 그래서, '아내의 맛, 오늘 뭐 먹지?'라고 꼭 써야 할 상황을 제외하고 가능한 간편한 '아맛오먹'을 사용할 생각이다. '아맛오먹'이 편집된 창조의 또 다른 형태라고 억지를 부려본다.


oㅁㅇㅁ


'oㅁㅇㅁ'은 '아맛오먹'의 한글 두음만 따온 것이다. 지나치게 단순화되어서 원래의 의미를 생성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기호와 상징으로서의 간결함은 뛰어나다. 노트에다 oㅁㅇㅁ을 그려 놓고 나는 감탄했다.


"캬~ 예술인데."


노트 위에, 비탈진 언덕에 축대를 쌓듯이 oㅁㅇㅁ을 가로로 붙였다가, 세로로 쌓았다가 이리저리 그리고 있었다. 하필, 그때 등 뒤를 지나가던 아내가 한 마디 했다.


"혼자서 잘 노시네요~"


창조와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던 시대에 살며 박해받던 예술가들을 격하게 공감하며 볼멘소리로 항변했다.


"그래, 내가 '꺼야 꺼야 잘할꺼야 혼자서도 잘할꺼야' 부르며 자랐다 왜?"




[추가 - 결과물]


부부가 나란히 손잡고 다정하게 서 있는 모습이라고 상상했다.

혼자서 노는 것은,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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