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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알재 Mar 24. 2022

오줌싸개 아이가 날마다
달려야만 하는 이유는?

때로는 시련이 우리를 단련시킨다

밤마다 오줌을 지리는 아이


매일 밤 잠자리에서 오줌을 지리는 남자아이가 있었다. 보통 만 4세가 되면 자연스럽게 소변을 가릴 수 있는데, 만 5세 이후에도 자면서 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것을 야뇨증이라고 한다. 아이는 초등학생이 되어서도 밤마다 소변 실수를 했다. 아이의 부모님은 아이가 게을러서 그렇다고 판단했다. 매번 무안을 주고 혼을 냈다. 밤에 오줌이 마려워도 화장실에 가기가 싫어서 참다 보니 오줌을 지리게 된다고 생각했다.


"게을러서 못 고치는 거야."


아들의 게으름을 고치기 위해서 부모님은 간밤에 오줌을 지린 침구를 동네 사람들이 모두 볼 수 있게 매일 창문에 널어놓았다. 부끄러우면 고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누가 이기나 보자."


매일 학교에서 돌아오면 자신의 침실 창문에 하얀 침대보가 펄럭이고 있었다. 아이는 나풀거리는 침대보를 볼 때마다 부끄러워 미칠 지경이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에 화장실에서 오줌을 쥐어짜도 아침이면 어김없이 침대가 젖어 있었다. 가족들도, 친구들도 모두 오줌싸개로 놀렸다. 아이는 절망하였고, 몰래 울기도 하였다. 하지만, 자신이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묵묵히 수모를 견딜 뿐이었다.


옆 집에 여자 아이가 이사를 왔다


어느 날, 여자 아이가 옆 집으로 이사를 왔다. 정말 예쁘고 너무 마음에 들었다. 게다가 같은 반이 되었다. 너무 좋았다. 학교에서 여자 아이를 도와주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무척 애썼다. 여자 아이도 남자아이를 좋아하는 눈치였다.


학교가 끝이 났다. 이웃집에 사는 여자 아이가 남자아이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남자아이는 기분이 좋았다. 그러다가, 문득 깨달았다. 자기 방 창문에서 펄럭일 침대 커버가 생각이 났다. 어젯밤에도 어김없이 오줌을 지린 것이다. 새로 온 여자 아이에게 그것만은 보여주기가 싫었다.


"어어... 내가 다른 곳에서 할 일이 있어... 먼저 가..."


남자아이는 말꼬리를 흐리며 황급히 반대 방향으로 갔다. 여자 아이가 길 모퉁이를 돌아가는 것을 확인하자 남자아이는 몸을 돌려서 다시 집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여자 아이가 가는 큰길이 있고, 멀리 돌아가기는 해도 언덕길로 가는 방법이 있었다. 남자아이는 언덕길을 향해서 달렸다. 숨이 목에 차 올랐지만 멈추거나 쉴 수가 없었다. 턱턱 막히는 숨을 참으며 전력으로 질주했다. 드디어 집에 도착했다. 아니나 다를까, 집 창가에는 하얀색 침대보가 펄럭이고 있었다. 문을 열고 집으로 달려 들어가서 자신의 이층 방을 향해서 뛰어 올라갔다. 창문에 걸려 있던 침대보를 재빨리 걷어 내리는 순간에 옆집 여자 아이가 집 앞을 지나갔다. 남자아이는 거친 숨을 감추고 창문에 서서 손을 흔들었다.


"안녕"


여자 아이가 남자아이를 보자 놀라며 말했다.


"아, 안녕. 벌써 집에 왔네. 내일 봐~"


남자아이는 매일 학교가 끝나면 전력질주를 했고, 간발의 차이로 창가에 서서 여자 아이에게 손을 흔들 수 있었다.


예상치 않은 복병을 만나다


그날도 다른 날처럼 학교 앞에서 헤어지려는데 여자 아이가 불렀다.


"오늘은 같이 가자."


남자아이는 언제나처럼 대답했다.


"먼저 가. 다른 할 일이 있어서 그래."


남자아이는 오늘도 집으로 먼저 달려갈 생각이었다. 학교 앞에 나왔을 때 오늘 특별히 여자 아이가 같이 집에 가자고 한 이유를 알게 되었다.


"오늘 우리 아빠가 자동차를 샀어. 같이 타고 가면 좋을 텐데. 아쉽네."


남자아이는 갑자기 하늘이 노랬다. 급하게 헤어지고는 자신이 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리고 또 달렸다.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모퉁이를 돌았을 때, 여자 아이를 태운 빨간 자동차가 집 앞을 지나가고 있었다. 창문가에는 하얀 침대보가 언제나처럼 펄럭이고 있었다. 여자 아이가 그것을 보았다. 다리에 힘이 풀린 아이는 털썩 주저앉았다.


가출하다


남자아이는 울면서 집을 뛰쳐나왔다. 갈 곳이 없었던 아이는 쇼핑센터를 돌아다녔다. 밤이 늦었지만 집에 돌아가기 싫었다. 쇼핑센터에 몰래 숨었다. 철문이 닫히고 아무도 없는 쇼핑센터에 남게 되었다.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다가, 침대가 전시되어 있는 매장을 발견했다. 그곳에는 자신이 정말 갖고 싶어 했던 멋진 침대가 있었다.


"나도 푹신푹신한 침대를 사 주세요."


아이는 병원에서 사용하는 비닐 매트리스가 깔린 간이침대에서 잠자기가 정말 싫었다.


"밤에 오줌을 안 싸야 사주든지 하지."


부모님의 답변은 한결같았다.


전시되어 있는 넓고 푹신한 침대에 잠시라도 누워보고 싶었다. 침대는 너무 포근하고 편안했다. 정말 좋았다.


"아~ 너무 포근하고 좋아."


웅성거리는 소리에 놀라서 잠이 깼다. 잠시 누워 본다는 것이 그대로 잠이 든 것이다. 경비원과 쇼핑센터 직원들이 침대를 둘러싸고 있었다. 잠시 후에 부모님께서 경찰관과 함께 달려오셨다. 많이 혼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엄마는 아이를 꼭 안아 주었다. 경찰에 연락하고, 밤새 아이를 찾았던 것이다.


오줌을 지리지 않았다


어리둥절해하던 아이는 놀라운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엄마, 엄마, 오줌을 누지 않았어요. 어젯밤에 침대에 오줌을 누지 않았단 말이에요."


아이가 처음으로 밤에 자면서 오줌을 지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날 이후에 아이는 더 이상 밤에 오줌을 지리지 않았다.


체육시간


체육시간이다. 체육 선생님께서 오늘은 달리기 능력을 측정할 것이고, 한 명을 뽑아서 학교 대표로 대회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모두 달렸다. 체육 교사는 눈이 휘둥그레지며 놀랐다. 한 아이가 또래의 다른 아이들보다 거의 한 바퀴나 앞서서 달리고 있었다. 그 아이는 매일 펄럭이는 침대보를 감추기 위해서 달렸던 오줌싸개 남자아이였다.


올림픽 메달리스트


육상에서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한 선수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어떻게 해서 육상을 잘하게 되었나요?"


뉴스 리포터의 질문에 선수가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 그 오줌싸개 아이였다.


때로는 시련이 우리를 단련시킨다


기대 없이 봤다가 감동을 받은 잘 알려지지 않은 스포츠 영화였다. 나에게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되새기는 영화의 메시지다. 


나에게 의미 없는 시련은 없다. 시련을 통해서 분명히 나는 성장한다. 지금은 뜻을 알 수가 없지만, 신은 나에게 미래를 준비시키고 있다고 믿는다. 오늘 나의 서투름이, 어설픔이, 부족함이, 오줌싸개로 취급받고 멸시받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일매일 전심전력을 다해서 달리자. 신은 의외의 방법으로 항상 나에게 기회를 열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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