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알재 Mar 05. 2023

애나 만들기
Inventing Anna

이제 당신도 거짓과 이미지 조작으로 부자처럼 보일 수 있다

"모든 이야기는 다 사실이다. 완전히 꾸며낸 부분을 제외하고는."

"This whole story is completely true. Except for all the parts that are totally made up."

-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애나 만들기(Inventing Anna)> 중에서 인용 -




애나 만들기: 2022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주의: 혹시 드라마 시리즈를 시청할 계획이라면, 드라마 속에서 당신을 몰입시킬 극적인 상황과 결말을 짐작할 수 있는 김 빠지는 스포일러가 포함될 수 있으니 여기서 멈추고 넷플릭스로 달려가시라.)


범죄 실화


미국에서 일어 난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넷플릭스의 드라마 '애나 만들기 Inventing Anna'는 최근에 추적하고 있는 개인적인 관심사와 맞물려 내용이 몹시 궁금했다.


먼저 넷플릭스가 유튜브에 공개한 공식 예고편을 살펴보자. 몸을 화면 앞으로 바짝 당겨 앉으시라.


https://youtu.be/ooB8rVkGXkQ

동영상 링크: 넷플릭스, 애나 만들기, 공식 예고편 유튜브 공개 링크, 넷플릭스 코리아 제공


'애나 델비'는 누구인가?


'애나 델비'의 본명은 '애나 소로킨'이다. 1991년에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트럭을 운전하고 어머니는 편의점을 운영하였다고 한다. 열여섯 살인 2007년에 부모를 따라 독일로 이민을 갔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파리에서 ‘퍼플’ 잡지의 인턴으로 근무를 했다.


2013년에 뉴욕으로 옮겨가며  ‘애나 델비’라는 가명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백만장자 상속녀’ 사기 행각을 시작한다. 애나는 자신을 6000만 달러(약 715억 원)에 달하는 신탁자금을 물려받은 독일 부자 상속녀라고 말하며 뉴욕 사교계에 해성같이 등장한다.


애나가 가짜 상속녀 신분을 인증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것은 바로 인스타그램이었다. 럭셔리 호텔이나 요트 여행 사진, VIP들과 파티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사람들로부터 부자의 이미지를 얻는다. 뉴욕 사교계는 애나를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고 한다.


애나는 뉴욕의 상류층 인물들, 최고급 호텔, 은행, 지인들에게 사기를 친 혐의로 2019년에 체포되었다. 피해자들에게 20만 달러를 갚으라는 명령과 함께 사기죄로 최대 12년형을 구형받았으나, 가석방으로 2021년에 출소하였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조작 전략 1. 이름을 바꾼다


그녀의 이름은 '애나 델비'다. 본명인 러시아식 이름 '애나 소로킨'을 버리고 '애나 델비'라는 고상한 유럽식 이름으로 바꾼 것이다. 그녀는 다소 촌스러운 '소로킨'이라는 본명이 아니라, 세련된 '델비'로 불려지기를 바랐다. 그녀에게 새로운 이름은 새로운 삶을 의미하였는지도 모른다. 사실 우리도, 보잘것없거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남아 있을 때, 숨기고 싶은 과거가 감추어지고, 더 멋진 현재를 새롭게 만들어 나갈 새로운 이름과 새로운 인생을 꿈꾼다. 그래서, 애나가 제일 먼저 한 것이 이름을 바꾸는 것이었다.


조작 전략 2. 부자라고 자랑한다


애나는 뉴욕에서 자신을 부유한 독일 상속녀라고 소개한다. 자신의 부모가 독일에서 엄청난 부자라고 자랑한다. 부자 부모님께서 자신에게 많은 돈을 유산으로 물려주었다고 사람들에게 자랑한다. 엄청난 부자이지만 모두 독일 신탁계좌에 묶여 있기 때문에 현재 머물고 있는 뉴욕에서는 쓸 돈이 없다고 설명하며 여러 사람들에게 신세를 진다. 애나는 뉴욕 사교계의 유명 인사인 척하며 뉴욕의 상류층 인물들과 사귀고, 은행의 특별한 혜택을 받으며, 최고급 호텔에 머물며, 그녀의 돈을 부러워하는 주변 인물들에게 둘러싸여 살 수 있었다. 완전히 빈털터리임에도 말이다.


조작 전략 3. SNS를 이용하여 이미지를 만든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했을까? 그 중심에는 바로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과 같은 SNS가 있었다. 애나는 남의 카드로 몰래 긁은 명품 옷으로 스스로를 치장했고, 뉴욕의 특급 호텔에만 머물며, 고급 요트를 타거나, 유명 음식점을 방문하고, 명사들의 파티에 참석하고, 사교계의 인물을 만날 때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과 영상을 업로드했다. 화려하고 환상적인 그녀의 사진을 통해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그녀의 부를 부러워하며 개인적인 친분을 맺으려고 애를 썼다. SNS로 본 그녀의 삶은 '부자 상속녀' 그 자체였으니까.


SNS를 통해서 보여지는 삶의 거짓


이 드라마는 SNS를 통해 들여다본 타인의 삶이 얼마나 허상에 가까운지 극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애나가 자신을 '6,000만 달러 신탁 계좌를 가진 독일 상속녀'라 소개하였으나, 알고 보니 그는 빈털터리 러시아계 여성이었고, 신탁 계좌 같은 건 애당초에 없었다.


결국에는 수 억 원대 사기를 쳤다는 혐의로 기소되어 3년을 복역한 애나 델비는 SNS 시대에 어떻게 자신의 이미지를 마케팅하며, 어떻게 존재하지 않은 이미지의 인물을 만들어 내고 그를 통해서 돈을 벌 수 있는지를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애나는 스스로 유명해지기 위해서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와 대중 매체를 잘 이용했고, 자신의 부와 상황을 과장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거짓말을 만들어 냈다. 드라마에서는 거짓말인 줄 알면서 거짓말을 하는지, 아니면, 거짓말을 진짜로 믿고 있는 것인지 구별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사람들은 거짓인 줄 알고 거짓말을 한다면 결국에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게 되어 대부분 갈등을 하게 된다. 하지만,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으로 지어내는 사실도 스스로 진짜라고 믿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른다. 뻔히 들통이 날 거짓말을 그때그때 둘러대는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이럴 것이라 짐작해 본다.


이미지, 돈, 권력


애나는 부자 부모나 연줄도 없이 뉴욕에 왔다. 철저한 흙수저인 셈이다. 하지만, 뉴욕에서 성공하고 대우를 받으려면 '부자인 척'해야 사람들이 특별하게 대하고 따른다는 사실을 간파하였다. 그래서, 애나는 그녀가 머무르던 호텔에서 사소한 일에도 100달러짜리 팁을 마구 뿌렸고 호텔에서 전설적인 존재가 되었다. 그 덕분에 어디를 가든 부자로서 VIP 대접을 받았다. 애나는 이를 가능하게 하는 세 가지 요소가 '이미지, 돈, 권력'이라고 이야기한다.


'유명해야 한다'는 집착 이외에 '애나 델비는 초특급이다'라는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서 애썼다. 자신이 어떤 영역에서 독보적인 최고임을 보여주고 최상위에 속한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 여러 가지 증빙과 거짓을 동원한다. 우습게도, 사람들에게 먹혀들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눈앞에 수많은 허술한 증거들이 있었음에도, 뻔이 눈에 보이는 그녀의 거짓을 이상하게 느꼈음에도, 정보의 단순한 오류나 애나의 가벼운 실수쯤으로 애써 외면하며 사람들은 자신의 판단을 합리화했다. 우리도 크게 다르지 않다.


조작 전략 4. 거짓을 사실에 교묘하게 잘 섞는다


9부작으로 이루어진 '애나 만들기' Inventing Anna는 항상 다음과 같은 타이틀로 시작된다.


"모든 이야기는 실화다. 완전히 지어낸 부분을 제외하고는."

"This whole story is completely true. Except for all the parts that are totally made up."


현실에서 거짓말이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실과 거짓을 적절하게 잘 섞어야 한다. 거짓말을 하면서 거짓에 진실과 사실을 표 나지 않게 잘 버무리고, 거짓말을 눈치채지 못하게 진실과 사실의 틈 사이에 살짝 끼워 넣는 것이다. 이것이 거짓말의 고급 기술이다. 그래서, 지어낸 부분을 제외하고는 모두 믿을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증명되는 사실을 증거로 거짓도 '확인되지 않은' 사실로 인증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거짓말이 사실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한번 인증된 거짓말은 사실의 가면을 쓰고 SNS를 통해서 퍼져 나가고, 여기저기에서 발견되는 다수의 거짓이 교차 검증되는 사실로 서로를 확증해 주며 명백한 사실로 인정되며, 마침내 흔들릴 수 없는 진실의 참조처가 되는 것이다. 검증 끝. 논란 끝. 게임 끝이다.


당신도 쉬운 먹잇감이다


'애나 만들기'를 통해서 우리가 깨달아야 할 것은 'SNS의 허구성을 분명히 볼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화려하고 황홀한 장면에 홀려서 정신을 잃지 말고, 눈에 보이는 프레임 밖을 바라볼 수 있는 눈(중심,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부자'라는 이미지를 선망하고, '돈'을 갈망하고, '권력'을 추앙한다면, 당신도 또 다른 애나 델비의 쉬운 먹잇감이 될 것이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야?


우리는 잊지 말고 질문하여야 한다.

"도대체, 당신은 누구야?"

속지 않으려면.

근거 없는 추종자가 되지 않으려면.



(* 이미지와 영상은 모두 넷플릭스에서 공개한 것을 갈무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모든 자료와 내용에 대한 권한은 넷플릭스에 있음을 밝힙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