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뜬구름을 잡기로 했어."
"또 무슨 뜬구름 잡는 소리야?"
'뜬구름 잡는 소리'는 비난하고픈 마음을 꾹 참고 최대로 존중해서 너그럽게 평가하자면 '허황된 꿈을 꾸다'는 뜻이고, 상대의 반응이나 입게 될 상처와 상관없이 탁 까놓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아무런 현실적인 성과를 가져 올리가 없는) '쓸데없는 소리'라는 뜻이다. 미래가 창창한 젊은이라면 (세상이 생각지도 못한) '엉뚱한 생각을 하다' 정도로 창의적으로 격려해 줄 수는 있겠다. 하지만, 30년 이상 해독되지 않는, 환갑의 나이가 가까운 대책 없는 남편에 대한 아내의 평가는 그리 고울 리가 없을 것이고, 한마디로 '또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는 반응임을 구태어 물어보지 않아도 알 수가 있다. 다만, 아내가 과민하게 반응하며 실눈을 뜨고 살펴보는 이유는, 내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하면 벌어져 왔던 상황, 즉, 매일매일 책이며 도구며 장비를 담은 아마존 택배 박스가 쏟아지는 상황이 오지 않을까 우려하는 것뿐이다.
뜬구름이면 뜬구름이지 진짜가 있고 가짜가 있다는 말인가? 그럼, '진짜 뜬구름'은 '진짜로 정말로 백 퍼센트 쓸데없는 짓'이라는 거냐며 아내는 조소와 경멸의 눈초리를 감추려고 애를 쓴다. 무언가 새로운 것에 관심을 가지면 책을 사 모으기 시작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관련된 도구며 기계 장치를 사기 시작하는 패턴을 지난 30년간 수 없이 봐왔던 터라 의심의 눈초리를 쉽게 거두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것은 이 것을 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지금은 무리가 되지만 미래를 위한 투자다."
"필요한 장비는 엄청나게 많지만 최소한으로 갖추어야 하는 아주 기본적인 것만 추린 것이다."
"그리고, 현재 정상적으로 구입할 수 없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당장 사야 한다."
뭐, 이런 허술한 논리 전개와 패턴이 되겠다. 그 결과로 이사를 다닐 때마다 주고 버리고 해도 세상 만물이 들어 있는 '요술 상자'는 (누군가의 관점에서는 '애물단지') 몇 박스씩 나와 함께 차별과 멸시를 버텨내며 살아내고 있다. 다만, 대부분 그때는 구입하기에 무리가 있었고, 그때 이후의 미래 어느 때에도 투자금이 회수된 적은 없다는 것이 약점이기는 하다.
"당장에는 특별한 장비가 필요 없어."
'당장'이라는 모호한 단서가 붙어 있어서 아내는 불안했을 것이지만, 전문적인 장비를 갖추기에는 현재의 장비와 너무나 큰 격차가 있어서 프로 같은 아마추어라는 중간을 선택하기가 힘들었기에 차라리 장비는 초보 아마추어 수준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생성된 자료가 향후에 상품성을 가질 수 있도록 시작할 때부터 전문가 수준의 높은 퀄리티의 영상을 생성해야 한다."
늘 시연했던 일상적인 멘트를 잠시 고민해 보았지만, 딸이 최신 휴대폰으로 바꾸면서 남겨진 구형 삼성 갤럭시 S9으로 시도하기로 했다. (부인, 이번에는 믿어 줘.) 이렇게 뜬구름 잡기는 시작되었다. 진짜 뜬구름.
구름(클라우드, Cloud)처럼 어디에나 존재하는 인터넷이라는 의미로 인터넷 통신망 어딘가에서 구름에 싸여 보이지 않는 컴퓨팅 자원(CPU, 메모리, 디스크 등)을 원하는 대로 가져다 쓸 수 있는 서비스를 클라우드 서비스(Cloud Service)라고 한다.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나 시스템을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CSP, Cloud Service Provider)라고 한다.
'구름처럼' 존재하는 것이 아닌 '구름'의 존재를 기록하고 클라우드(구름) 자원을 원하는 대로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 뜬구름 프로젝트의 의도이다. 아니 이 분이 대체 무엇을 하려고 하길래 이렇게 뜬구름 잡는 소리를 길게 하고 있나 싶으신 분이 있을 것이다. '뜬구름 잡는 소리'라고 생각하신 분들은 정확하게 파악하신 것이다. 정말 뜬구름을 잡는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을 잡을 것이다. 진짜 구름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그야말로 진정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자가 되는 것이다. 이럴 때 회사들은 이렇게 홍보한다. '업계 최초다'.
영상은 대부분 '찍는다'는 행위로 표현된다. 사진도 찍고, 비디오도 찍고, 영화도 찍는다. 물론, 나의 '잡는(캡처, capture)' 행위도 찍는 행위의 범주에 속한다. 하지만, 특별히 '잡는다'로 구별하여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는 찍는 행위에 시간과 공간이 의미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찍기보다는 잡아야 한다.
의도와 의미를 찾아서. 특히, 현대 기술의 덕분으로 구름의 '시간을 쪼개어 연결하는' 방식(타임랩스, Time-lapse)을 통해서 일상의 구름을 낯설게 만나게 된다. (시간과 공간, 의도와 의미, 관찰과 인상에 대해서는 지루하게 할 말이 많다. 틈틈이 기록해 낼 것이다.)
나는 구름이 좋다. 세상 모든 슈퍼 컴퓨터가 렌더링을 돌려도 불가능한 하늘 전체를 덮는 거대한 스케일, 머리카락 같은 세밀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섬세함, 숨 막힐 정도의 정적과 두려움을 최대치로 끌어올리는 역동성,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수함과 예측과 측정이 불가능한 다양성, '잡고 나면 보이는' 의외성 등 한마디로 '나를 미치게 만든다'.
뜬구름을 잡아서 이곳에 두었다.
https://www.youtube.com/@cloud-man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