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ud Mania] 스토리가 있는 구름 감상
나는 초원에서 태어났으며 초원에서 자랐다. 초원에는 나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누구의 것이 아니었던 시간부터 그곳에 있었다. 초원도 누구의 것이 아니었으며 우리도 누구의 것이 아니었다. 어느 날 그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오래전부터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그 초원에 줄을 그었다. 그렇게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것이 누구의 것이 되었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초원에서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나의 할아버지도 누구의 것이 되었다. 누구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누구라 불려질 필요가 없었던 나의 할아버지는 누구의 것 중에 하나인 누구라고 구별하기 위해서 '하얀 바람(백풍, White Wind)'이라 불렀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기에 이름이 필요하지 않았던 할아버지였지만 하얀 갈기를 휘날리며 바람처럼 달려가는 할아버지에게 잘 어울리는 이름이기는 하였다. 누구의 것이 되고 싶지 않았던 할아버지는 발버둥 치며 저항했지만 고삐가 뚫리고 채찍을 맞으며 누구의 것이 되는 운명을 받아 들일 수밖에 없었다.
나의 아버지는 '하얀 구름(백운, White Cloud)'이다. 태어날 때부터 이미 누구의 것이었기 때문에 나의 아버지는 누구를 위해서 살았다. 간혹 할아버지께서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초원과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였지만, 누구의 것이 아닌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었던 나의 아버지는 누구의 것이 주는 편리와 안락함에 집중하기로 했다. 순종적이고 훌륭하다는 칭찬을 받았던 나의 아버지 하얀 구름은 누구의 꿈을 위해서 죽을 힘을 다해서 살았다.
나는 '하얀 벽 (백벽, White Wall)'이다. 처음부터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할아버지와 처음부터 누구의 것이 었던 아버지와 같이 기골이 장대하였으므로 마치 하얀색 벽 앞에 서 있는 것 같다고 붙여진 이름이다. 나는 희고 긴 갈기를 가졌으며 지나치게 큰 골격에 윤기가 흐르는 하얀 털로 덮여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를 내 세울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은 늘 칭송했고, 내가 누구의 것임을 자랑하였다. 그래서, 나는 누구의 것이라는 사실이 오히려 자랑스러웠다.
칭송과 자랑이 퍼져 나갔다. 어느 날, 누군가 와서 지금부터 나는 더 이상 누구의 누구가 아닌 누구의 누구가 되었다고 했다. 누구의 누구는 달라졌지만, 다행히 누구의 누구는 '하얀 벽' 그대로였다. 나는 여전히 하얀 벽이었으며 누구가 누구가 되었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
나는 아버지의 이름처럼 하얀 구름이 되어 구획된 수많은 초원과 초원을 넘어갔고, 나의 할아버지의 이름처럼 하얀 바람이 되어서 초원과 초원을 질주했다. 상처가 나고 두려움이 몰려올 때마다 나의 근육은 핏줄이 선명할 정도로 부풀고 팽창되었고, 코와 입에서는 뜨겁고 거친 입김을 불꽃처럼 토해내었다. 하얀 벽과 같이 버티고 서 있는 나를 두려워했다. 그럴 때면 뒷발로 땅을 힘차게 차며 울부짖었다. '내가 백벽이다.'
언제나처럼 수많은 함성과 함께 나는 눈의 흰자를 드러내며 거품을 물고 달려 나갔다. 오늘은 달랐다. 갑자기 머리가 텅 빈 것 같은 느낌과 함께 푹 고꾸라졌다. '이게 뭐지'라고 느낄 틈도 없었다. 나는 달려 나가라고 했을 때 달려 나갔으며, 두려울 때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하면 두려워하지 않은 척했다. 영웅을 태우고 달렸다는 것 만으로 얼마나 영광스럽고 보람 있는 일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사람들의 의견을 나는 받아들였다. 그래서, 나의 일은 영광스럽고 보람차며 나의 희생은 의미가 있다고 믿고 살았다.
한 때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나의 할아버지가 거닐 던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초원 위에서 누구와 누구의 것을 위해서 거친 숨을 헐떡이다 나는 죽었다. 무심히 전원 스위치를 내리듯이 툭하고 정신이 나갔다. 대의와 명분은 고사하고 아무런 생각을 할 틈도 없었다. 무심한 사람들 몇 명이 큰 구덩이를 파고 나의 주검을 묻었다.
누구의 것도 아니었던 초원에 다시 더 넓은 줄을 그으며 영웅은 말했다. "오늘의 승리는 영웅의 말이 전장에서 죽어가며 승리의 여신이 되는 꿈을 꾸었기 때문이다." 그는 죽음으로 자신을 지킨 내가 어디에 묻힌 줄 모른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누구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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