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받는 토끼와 버려지는 토끼의 그 사이 어딘가에서.
피터 래빗을 아는 사람, 손?
피터 래빗은 영국의 여성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가 지은 동화 'The Tale of Peter Rabbit'에 등장하는 토끼의 이름이다. 귀여운 피터 래빗이 등장하는 예쁜 그림동화는 1902년 정식 출간이 되었고, 100년이 넘는 시간동안 사랑받고 있는 아동을 위한 동화이다. 한국에서는 1997년 번역 출간이 된 이후 학용품이나 식기 등의 상품에 귀여운 꼬마 토끼같은 베아트릭스 포터의 그림이 사용되어 동화책보다는 그림으로 더 유명한 토끼가 된 것 같다. 도서관에서는 지속적으로 대출이 되는지 글을 쓰기 위하여 내가 사는 동네에 있는 도서관에서 피터 래빗 동화책을 빌렸을 때, 앞뒤가 상당히 찢어져 있는 너덜너덜한 동화책을 찾을 수 있었다. 피터 래빗의 이야기는 동화책 뿐만 아니라 2018년 영화 피터 래빗, 2021년 영화 피터 래빗2:파 프롬 가든(영어 원제 Peter Rabbit2: The Runaway)가 개봉했고 2007년에는 피터 래빗의 작가 베아트릭스 포터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 미스 포터가 개봉하기도 했다.
동화책 피터 래빗에는 사실 피터 래빗의 토끼 가족 이야기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동화책에는 영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비인간 동물인 부엉이, 오리, 다람쥐, 고양이 등을 인간동물화 시킨 내용이 나온다. 인간동물화 된 비인간 동물의 그림과 동화를 볼 때마다 인간동물은 비인간동물의 습성을 '멋대로' 판단하고 재생산하는 시선에 대해 늘상 고민하게 된다. 재미있는 부분은 비인간동물의 인간동물화 시킨 모습으로 막대한 로열티를 받게 된 베이트릭스 포터는 비인간동물과 자연을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쓰면서 환경보호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사후 자신의 농장과 집, 땅을 자연보호 민간단체인 내셔널 트러스트에 증여하며 환경보호 활동을 지속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베아트릭스의 동화와 그림, 그리고 환경보호 활동에 관심을 가졌던 행보에 관심을 가지면서 나는 과연 한국 땅의 피터 래빗은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에 대해 짧디짧은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2022년 8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교내에서 키우던 토끼를 수리산에 유기하였다는 내용의 기사(한국일보, 2022년 8월 19일, "학교 내 사육 토끼, 동물교육한다며 이용하지 말아주세요")가 한국일보에 업로드 되었다. 기사에 따르면 2022년 여름, 수리산을 지나다니던 시민이 10마리 이상의 토끼를 보고 수상함을 느껴 군포시청에 해당 내용을 신고하게 된다. 신고 이후 동물을 구조해 보호하는 시보호소와 토끼보호연대 활동가가 토끼 구조를 진행하게 되는데, 유기되어있던 총 39마리의 토끼 중 33마리 구조(5마리 사망, 1마리 도망)을 하는 쾌거를 이룩하게 된다.
토끼 구조 이후 동물유기에 대해 조사를 해보니 서울시교육청이 2018년 동물복지교육 시범학교로 선정된 한 초등학교에서 중성화 수술 미흡으로 늘어나버린 토끼의 개체수를 감당할 수 없게 되자 초등학교 교사가 굳이 경기도에 위치한 수리산까지 이동을 하여 다수의 토끼를 유기한 것으로 들어났다. 문제는 이런 토끼유기가 이번 한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2020년 대구신문에는 대구 달서구의 공원에 토끼가 어떤 시민단체에 의하여 강제 방사된 후 개체 수 파악이나 조절이 안 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대구신문, 2020년 7월 27일, 토끼 출몰지 학산공원, 쉼터 마련 )등 잇단 민원가 업로드 되었다. 2019년에는 동대문구에서 배봉산 둘레길에 토끼 사육장을 만들어 토끼를 키우다가 역시 개체수 조절 실패로 2020년 토끼 무료 분양을 진행하였다가 늘어나는 토끼 유기로 인하여 토끼보호연대 및 동물권단체 하이와 협약서 체결 후 관리를 하고 있다.(국민일보, 2023년 1월 7일, 애들 교육, 어른 정서함양 위해…‘쓰다 버려진’ 토끼들) 거의 매년, 매번 토끼의 유기나 방사에 대한 기사가 업로드 되고 토끼의 특성상 빠른 개체수 증가로 인한 문제가 대두되고 있음에도 한국에서는 동물보호법 상 유기로 인한 벌금부과 외에는 별 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제한된 공간 내에서 토끼와 같은 개체수 증가가 빠른 동물을 키운다면 중성화 수술이나 암수 공간 분리로 개체수 조절에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는데, 학교 · 구청 등 에서는 정서함양을 위한 비인간 동물 키우기에만 연연할 뿐 정작 비인간 동물을 위한 환경 만들기에는 아무런 생각이 없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동물복지, 시민의 정서함양, 아동 및 청소년을 위한 생명존중교육을 위해서라면 '귀여운 동물을 보고 만져 시각 및 촉각 충족'이 아닌 동물의 생태적 특징에 맞는 환경 조성과 사료 제공, 동물의 사망 시까지 책임지고 키우는 모습과 사망 이후 이를 받아들이고 반려동물용 화장터 사용을 통한 모두에게 안전한 장례를 치뤄주는 것까지 모두 교육의 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다.
베아트릭스 포터가 처음에는 비인간 동물이 좋고 귀여워서 관찰하고 그림을 그리며 비인간 동물이 주인공으로 하는 동화를 썼지만 나중에는 비인간 동물이 살아가는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보호 활동을 하였던 것처럼 처음에는 단순히 토끼가 귀여워서 관심을 가지더라도 토끼의 생태에 맞는 환경을 조성하고 토끼를 넘어 모든 비인간동물과 인간동물 권리를 생각할 수 있는 사람이 되면 어떨까 한다. 참고로 토끼보호연대에서 수원에 꾸시꾸시라는 토끼입양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토끼를 사랑한다면, 토끼를 위한다면 백화점이나 마트에서 토끼를 구매하거나 토끼털로 만든 옷을 입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꾸시꾸시 같은 곳에서 토끼를 입양하고 토끼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여 잘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글쓴이: 나윤
동물이 좋아 동물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으며, 동물이 좋아 비건이 된 사람. 동물 중에서는 대동물을 좋아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