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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솔스 Apr 06. 2023

총을 든 사람들이 숲을 누비는 시즌이 돌아왔다.

누군가의 죽음은 스포츠도 정의도 아니다.

제주도 서귀포시에서 지난 3년간 멧돼지 270여 마리, 까치와 까마귀 2만 5,000여 마리가 ‘유해 야생동물 포획’이란 이름으로 죽었다. 의성군, 울산 중구, 완주군, 증평군, 문경시, 양양군, 사천시 등은 이번 달과 지난달에 ‘유해 야생동물 피해 방지단’을 꾸렸다. 이렇게 국가의 허락 아래 총을 든 사람들은 숲을 누비며 동물들을 죽인다.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 5항에서는 유해 야생동물을 ‘사람의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주는 야생동물로서 환경부령으로 정하는 종’이라고 정의한다.



필자는 생명이나 재산에 피해를 가장 많이 주는 동물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동물은 유해 야생동물이 아니다. 이 동물은 1970년부터 2014년까지 척추동물 60%를 멸종시켜버린 인간이라는 동물이다. 수많은 종교와 도덕, 철학에는 ‘다른 존재가 해 주었으면 하는 행위를 하라’는 황금률이라는 윤리 원칙이 있다. 우리는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일들은 잊은 채 누군가를 죽이는 행위를 정당화하고 있다.


누군가를 죽이는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어떤 문제를 누군가의 죽음으로 풀려고 하는 안일하고 나태한 생각을 멈춰야 한다. 인간으로서 살게 되면, 어떤 존재에게 피해를 주며 살아가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어떤 존재에게 피해를 보며 살아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받게 되는 피해를 이해하며 내가 준 피해를 생각해 보아야 하지 않을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농작물 피해가 발생한 농부도 지속 가능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재난 이후에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해주는 사회적 지지다. 그렇게 되었을 때 우리의 마음은 여유로워질 것이다. 이런 여유가 가득한 세상이 되길 원한다.



우리는 유해야생동물 포획이란 이름으로 죽어간 수많은 생명을 기억해야 한다. 수많은 죽음을 애도하며 글을 마친다.




글쓴이: 누


2012년부터 동물과 관련된 활동을 시작했고 생명과학과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시민단체 직원으로 2년의 시간을 보냈고 호주에서 2년의 시간을 보냈다.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방랑하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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