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흐름을 따라서
일상에 빠르게 적응하려고
늘어지고 싶은 마음을 조금 조절한다.
과도하게 에너지를 쓰지 않았기 때문인지
따로 보충 행동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대신 의도적으로,
푹 그리고 길게 잠을 잤다.
충분히 피곤한 몸을 풀어주었다.
동생과 점심을 먹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서로의 마음을 건넸다.
작은 선물 같은 시간이었다.
이런 작은 선물조차
줄 수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너무 마음이 궁핍해서
스스로를 옭아매며 살던 시간들.
그래서 이 시간이 나는 더 기뻤다.
동생을 챙겨줄 수 있었다는 사실이.
내가 쓰려고 챙겨두었던 손수건까지
덤으로 건네주고 나니
마음이 흡족했다.
그 시절의 나는
등이 굽고,
몸이 오그라들어
마음도 동작도 작고 작았다.
공항 면세점에서
거울 속에 비친 나를 보았다.
생각보다 당당해 보였다.
그래,
사랑해. 너를.
그동안 정말 힘들었지.
잘해왔어.
포기하지 않아서 고마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줘서 고마워.
잠깐,
시험 결과가 생각과 다르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스쳤다.
위가 잠시 멈춘 듯했다.
그리고 다시 움직였다.
불안하구나.
불안하다.
쓰디쓴 맛을 느끼게 될
나 자신이 떠올라서.
엽구리 쪽에 살짝 통증이 느껴진다.
그래도 나는 안다.
그동안 고통감내의 기술이 늘었다는 것을.
아프고 고통스럽겠지만
나는 살아갈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