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나는 대로종알종알
코끝이 맹맹했다. 왜 이렇게 춥지? 불과 며칠 전까지도 에어컨을 켜놓고 잠을 잤다. 날씨가 선선해져서 엊그제부터 에어컨을 끄는 대신 창을 활짝 열어놓고 잤다. 이젠 그마저도 춥게 느껴졌다. 바깥 온도를 확인해보니 20도다. 21도가 이렇게 추웠나. 여름내 밤낮 30도를 오가던 날씨를 지내오다 보니 몸이 그 온도에 적응한 것 같다. 와, 이제 겨울을 어떻게 버티지? 마스크 하나만 버티기도 힘든데 이제 극과 극의 더위와 추위도 견뎌야 한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곧 적응되겠지.
주말치곤 너무 이른 시간이지만 깬 김에 일어났다. 며칠 전 코스트코에서 사 온 새로운 차를 한잔 탔는데 망했다. 너무 맛없다. 한번 갈 때마다 카트가 넘치도록 골라오는데 막상 당장 필요하거나 유용한 것은 별로 없다. 냉장고에 인스턴트식품이나 가공음료 같은 것만 잔뜩 쌓였다. 당장 필요한 먹거리는 다시 새벽 배송으로 사고. 혼자 살면서 웬 낭비 인가 싶다.
오늘로 백신 2차 접종 후 3일째다. 3일까지가 주의 깊게 관찰하는 기간인데 아직까지는 큰 이상 없이 지나가는 것 같다. 접종 다음날은 온몸이 쑤셔서 밤새 누가 내 몸을 밟고 지나간 것 같았다. 하루 종일 누워있다가 저녁때 산책을 나갔는데 한 걸음 뗄 떼마다 세포 하나하나가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한 시간 만에 식은땀 범벅이 되어 돌아왔었다. 어제는 훨씬 나아졌다. 걷기도 전날보다 편하고 근육통도 덜했다. 오늘은 더 나아졌다. 주사를 맞은 부위가 뻐근한 것을 빼곤 열도 없고 두통도 없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라디오를 듣는 습관이 있다. 오늘도 잠에서 깨자마자 라디오를 켰다. 선곡이 꽤 맘에 든다. 신화의 Wild Eyes, 아이비의 유혹의 소나타, SG워너비의 살다가, 일기예보의 좋아좋아 같은 곡들. 평소엔 시사프로그램으로 채널을 바꾸지만 오늘은 그냥 두기로 했다. 아침햇살이 블라인드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기 시작했다. 안녕? 몸을 한껏 등받이 쿠션에 기대고 햇살을 받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