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 난 네가 맘에 들어
비행기가 몰타 루카공항에 착륙했다. 비행기의 안전벨트 비상등이 꺼지는 순간 비행기 안의 사람들은 박수를 쳤다. 멀뚱히 주변을 살피다가 박수를 따라 쳤다. 꽤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어느 책에선가 위험한 비행을 무사히 끝냈을 때 박수를 치는 전통이 있었다는 글을 본 기억이 있다. 요즘은 기술이 나아져서 착륙 실패의 확률이 적어졌지만 기장과 승무원에 감사하는 의미로, 무사히 착륙하게 되어 기쁘다는 의미로 유럽 내 저가 항공기들에선 자주 있는 일이라고 한다.
공항을 빠져나와 짐을 찾는 곳 옆에 공항과 호텔을 오가는 셔틀을 예약할 수 있는 부스가 있었다. 일반 버스로 가면 2유로지만 빙 돌아가서 한 시간 이십분이 걸린다고 했다. 공항셔틀은 5유로였고 호텔까지 30분이면 갈 수 있었다. 당연히 셔틀을 택했다. 짐을 찾고 셔틀을 타는 곳에 가니 기다리라고 했다. 조금만 기다리면 될 줄 알았는데 결국 공항을 떠난 건 한 시간 뒤였다. 셔틀을 타고 호텔에 가는 시간까지 합치면 2유로짜리 버스를 타고 갔어도 도착하고도 남을 시간이었다. 몰타인들은 여유로워보였다. 느릿느릿하고 태연했다. ‘세상에서 제일 게으른 나라’라는 타이틀이 그냥 생긴 것이 아니었음을 실감했다.
몰타의 도로는 좁고 차선이 명확하지 않았다. 버스는 구불구불 정리되지 않은 도로를 위태롭게 달렸다. 셔틀 기사는 복잡한 도로위에서 구급차가 지나갈 길은 정확히 피해주는 센스도 보였다. 시내 쪽으로 달릴수록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생경했다. 땅과 건물, 도로는 어디를 보아도 정리되지 않아 보였고, 온통 미색이었다. 내가 예약한 호텔은 미색건물 사이에 낀 현대식 건물이었다. 새 단장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 출입구와 내부 인테리어는 최신식이었다. 체크인 시간까지는 한 시간이 남아 짐을 맡기고 우선 밥을 먹기로 했다.
“큰 길까지 쭉 내려간 다음 왼쪽으로 꺾으면 조용하고 맛있는 집이 많아요.” 호텔 체크인 카운터의 Luke가 일러주었다. 그의 말대로 그곳엔 레스토랑과 카페가 죽 늘어서 있었다.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중인 다른 사람들의 음식을 관찰한 뒤 한 가게에 들어갔다. 우선 몰타의 상징 같은 CISK맥주를 들이켰다. 시원 쌉싸름한 맥주가 목구멍을 타고 온몸에 퍼져나갔다. 얼마만의 낮술이냐. 캬~ 소리가 절로 나왔다. 대낮에 회사가 아닌, 몰타에서 맥주를 마시고 있자니 내 마음에선 슬금슬금 웃음이 새어나왔다. 회사를 안 가는 것이 이렇게 좋은 일이었나.
몰타에 도착한 지 세 시간이 채 안 되었지만 나는 이곳이 마음에 쏙 들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궁합이 있듯이 여행자와 여행지 사이에도 궁합 같은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로마도 좋았지만 어쩐지 잠깐 들른 느낌이었다면(실제로도 그랬지만) 몰타는 왠지 정착지 같은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로마처럼 항상 집시를 조심하지 않아도, 매일 긴장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치스크를 마시며 몰타에서의 흥을 돋우는 동안 음식이 나왔다. 몰타에서의 첫 끼는 해산물이 듬뿍 들어간 해산물리조또와 양상추와 토마토위에 치즈가 뿌려진 샐러드였다. 리조또를 숟가락 가득 퍼 입속에 넣었다. 맥주 때문인지 좋아진 컨디션 덕분인지, 어쩌면 이곳과 나는 오랜 인연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한 입 가득 채워졌다. 술 때문인지 시차적응이 완벽해져 좋아진 컨디션 덕분인지 알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