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음식
요즘 꽃게와 대하철이다.
시장에 살아있는 새우가 싱싱하게 바둥거리는 것을 보니 아이들에게 맛있는 대하를 해주고 싶었다.
나는 요리를 못하기 때문에 자연 그대로의 재료를 그대로 해주는 것을 좋아한다. 당연히 새우도 요리라고 할 수 없는 구이나 찜을 할 것이다.
대하구이를 먹으러 세 번 정도 직판장이나 현지 식당에 가보았는데, 우리 가족은 새우만 질리도록 먹는 그런 스타일은 아님을 확실히 깨달아 다시는 안 간다고 했었다. 그런 곳엔 오직 새우와 라면밖에 먹을 게 없다.
그래서 몇 년 전 집에서 대하소금구이를 한답시고 야심 차게 한 적이 있었다.
왕소금을 깔고 새우를 맛있게 구워 먹었다.
다 먹고 소금을 버리고 냄비를 보니
아예 쓸 수 없을 정도로 다 망가져
버려야만 했던 충격이 있었기에,
그것도 다시는 안 하겠다 생각했었다.
오늘 갑자기 얼마 전 산 찜기가 생각이 났다.
오 그래!
찜기에 쪄서 주면 되겠다 생각하고 시장에 갔다.
시장
오늘 시장엔 정말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동네에 있는 시장은 그렇게 크지는 않지만
매우 활성화가 잘 되어있어
명절이면 정말 정말 많은 사람과 차들이 온다.
그래서 명절 앞엔 늘 좁은 도로가 막히고,
경찰이 와서 교통정리를 해준다.
오늘도 명절 전이라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이럴 때 나는 늘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명절만 되면 대체
다 어디서 나타나는 걸까.
엄마가 살아있을 땐 나도 저 무리들처럼
하루종일 장보고 음식하고 했었는데,
이제 나와는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안녕하세요. 대하 얼마예요?
1킬로에 27000원이에요.
네 주세요.^^
이거 그냥 냉장고에 두었다가 저녁에 해 먹어도 되는 거죠?
네 저녁에 먹을 거면 그렇게 하면 돼요.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대하 1kg 몇 마리지? 다른 가게에서 27마리?라고 쓰여있던 것 같다. 계산을 하고 새우가 든 검정봉지를 받아 들고 몇 걸음 가지 않아서 잠시 후회했다.
새우가 너무 살아있어서 파닥거리는데 검정봉지를 뚫고 튀어나올 것 같았다.
아. 그냥 저녁에 먹기 전에 사 올걸 그랬나.
신랑한테 시킬걸 그랬나.
아 아니다. 그럼 내가 살아있는 새우를 손질해야 하는 거네. 윽.
신랑은 그런 건 절대로 안 해주는 걸 알기에
이대로 냉장고에 넣고 죽으면 씻어야겠다 생각했다.
살아있는 대하를 먹으려고 산 건데 죽기를 기다리다니 참.
한 손엔 우산 다른 손엔 검정봉지를 들고 걸어가는데,
새우들이 파닥거릴 때마다 내 손에 느낌과
징그러움 때문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검정봉지를 든 손은 가만히 내리지 못하고
팔이 아팠지만 몸에서 최대한 멀리 뻗어
들고 가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머릿속에 문득 궁금한 것이
살아있는 새우 얘네들을
갑자기 뜨겁게 익히는 것이 더 맛있을까,
죽은 새우를 익히는 것이 맛있을까 하는
잔인하고 쓸데없는 의문이 들었다.
아무래도 살아있는 새우들과 함께 집으로 가는
그 길이 너무 힘들었나 보다.
살아있는 새우가 갑자기 죽어서 스트레스를 받아
안 좋은 스트레스 호르몬이 나와서
맛이 없을 수도 있을까,
혹시 그럴 수도 있을까 하는
하지 않아도 될 생각들을 하며 집으로 왔다.
이따가 맛있는 새우를 먹으며 좋아할 아이들을 생각하니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냉장고에서 3시간 정도 있던 새우를 찜기에 올리려는데 새우 몇 마리가 아직도 살아있었다!!!
우와!!!!
찜기에 넣고 뚜껑 덮고 인덕션에서 예쁘게 익는 것을 보았다
오 성공이다.
잘 쪄진 새우로 홈파티(?)를 했다^^
다음에 한 번 더 해야겠다.
찜기가 있으니 너무 편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