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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쥬디 아름쌤 Sep 18. 2024

친구가 좋을 나이

명절 연휴의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온전히 우리 네 식구가 시간을 보낼 수 있기에 신랑이 어디를 갈까 물었다.

나는 그럼 서울 나들이를 가자고 했다. 사실 서울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도시를 좋아하는 신랑을 배려(?)하고, 초2인 첫째 아이에게 무언가 도움이 될만한 곳을 가보고 싶었다.


카톡!

오전 10시쯤 카톡이 울렸다.


"잠깐 티타임 가능해?"

"오늘 서울 나들이 가볼까 하는데 오전에 만나고 가도 되니깐 가능! “

"그럼 잠깐 만나서 수다하자."

"오케이 좋아. 1호도 친구들이랑 놀고 싶어 하니깐."


같은 동네 사는 첫째 아이 친구 엄마가 연락이 온 것이다.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평일엔 학원 때문에 바빠서 친구들과 놀 시간이 없기에 잠깐이라도 만나자고 했다. 딱히 어디를 갈지 정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카페에서 나는 엄마들과, 1호는 자기 친구들과 열심히 놀았다. 나도 오랜만에 엄마들을 만나서 이런저런 할 말이 너무 많았다. 12시까지만 있기로 했는데 헤어질 시간이 다 되어 가자 1호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다른 친구 둘은 집에 가서 더 논다고 하니 아쉬워하며 울상이 되었다. 그래서 1호도 친구집에 가서 더 놀라고 보내주었다. 친구들이랑 노는 것이 더 좋았으리라.


1호는 적극적인 성격이 아니라 학교에서는 말도 거의 하지 않고, 친구를 잘 사귀지도 못한다. 어린이집에서부터 친구였던 친한 친구 몇 명 외에는 친구를 사귀지 못하는 것 같아 많이 걱정이 되기도 한다.

다른 아이들은 한창 또래집단이 형성되고 삼삼오오 잘 사귀는 것 같은데 1호만 못하는 건 아닌지.

다행인 것은 둔하고 예민하지 않은 성격이라 아직은 크게 신경 쓰지를 않는 것 같다.


누구나 나이 상관없이 친구가 좋겠지만 초2인 지금 딱 친구가 좋을 나이인 것 같다. 앞으로는 더 그러겠지. 지금은 많이 이해를 하는데 처음 친구를 좋아하기 시작할 쯤에는 내 품을 벌써 떠나는 것 같아 서운했었다.

육아의 목표는 독립인데 사랑이라는 무기로 아이를 너무 내 곁에만 붙잡아 두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늦은 오후에 서울나들이를 갔다.

역사박물관에 갔는데 다행히 너무 재미있었다고 한다. 이번 명절은 정말 알차고 좋았다고 하니 나도 너무 좋고, 다음엔 어디를 데려가볼까 기대하게 된다.




광화문 광장 이순신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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