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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쥬디 아름쌤 Sep 20. 2024

집 김밥은 사랑


요리에 재능이 없는 나는 무언가 먹고 싶으면 그냥 사 먹고 만족을 하는 편이다. 그런데 정말 돈주고도 못 사 먹는 아니 사 먹어도 그 맛이 아닌 음식이 몇 있다. 그중 하나가 바로 김밥이다. 김밥도 식당마다 맛이 차이가 난다. 아무리 김밥 맛집이라고 하여도 집에서 만드는 김밥처럼 왜 그 맛이 안 나는 건지 의문이다.


엄마도 요리를 못했는데 집에서 만들어주는 엄마의 김밥은 정말 최고였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 줄은 기본, 두줄에서 세줄정도는 먹어야 배가 찼다. 그리고 엄마가 잔뜩 해놓은 김밥을 하루종일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이제 엄마가 없으니 그렇게 집에서 만든 김밥은 다시는 맛보기가 힘들었다. 작년인가 큰아이 친구 할머니가 집에서 대충 만든 것이라며 김밥을 주셨다. 원래도 요리를 잘하시고 자주 반찬도 주시는 고마운 분이다. 대충 만드셨다고 하셨는데 그날 정말 행복한 날로 기억한다. 그 소중한 김밥은 나 혼자 다 먹었다.


오늘 오전에 나래가 우리 동네 잠깐 들렀다. 큰아이 학교 등원시키고 나에게 쌀을 갖다 주러 온 것이다. 우리 집 2호와 같이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서 인사를 하고 쌀을 받았다. 그리고 포일에 싸인 무언가를 들고 오는 것이다. 오늘 둘째가 소풍 가서 김밥을 만들었는데 내 것도 챙겨 온 것이다. 우와!! 집에서 만든 김밥이라니!  나는 너무 좋아 팔을 흔들며 소리 질렀다. 정말 감동이었다. 두줄이나 싸주었다.


둘째 어린이집 등원시키고 다시 집에 가는 길에 온통 김밥 생각이었다. 사실 요즘은 아침도 안 먹고 오전시간은 공복을 유지하려 한다. 그런데 집에서 만든 김밥은 참을 수가 없었다.  꼬다리를 한 개만 먹어볼까 했는데 결국 두줄을 거의 다 먹었다. 정말 꿀맛이었다. 내가 만들면 이렇게 안되던데 나래도 요리를 잘한다.


나도 몇 번 집에서 김밥 만들기를 도전해 본 적이 있다. 매번 실패했었다. 실패의 이유는 다양한데 대량김밥은 특히 어렵고 아이들과 같이 하니 항상 엉망이었다.

밥이 너무 질거나 재료가 부족하거나 돌돌 말아서 싸는게 어려웠다.

최근에 아이들과 오이냉국을 만들려다가 재료가 없어서 급하게 오이김밥을 만들었는데 정말 밥에 오이만 넣었다. 그런데도 맛있다고 먹어주는 우리 아이들은 천사인가. 미각을 잃은 건 아니겠지.

조만간 꼭 제대로 된 김밥을 만들어봐야겠다.


충격의 오이 김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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