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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앨리스쥬디 아름쌤 Sep 21. 2024

바꿔

우리는 ‘입장 바꿔 생각해 보라’는 말을 자주 하고 듣는다. 저 인간이 대체 왜 저러는지. 나를 왜 이해해주지 못하는지. 아무리 서로를 이해한다고 해도 완전히 알기란 어렵기에 늘 옹졸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건지 모르겠다.

어른들은 어른들 나름대로의 고충이 있고, 또 아이들은 그들의 세상에서 각자의 어려움이 있다. ‘만약 하루만이라도 몸이 바뀌어 생활해 본다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바꿔’라는 책에 나오는 주인공 여자아이에게 정말로 그런 일이 벌어진다.


이 책은 며칠 전 학교 도서부 봉사를 가서 알게 되었다. 어떤 학생이 반납을 하는데 ‘바꿔’라는 제목의 책이 눈에 띄었다. 나는 그 학생에게 “이 책 재밌니?”라고 물어봤는데 “네”라고 대답하길래 궁금해서 앞장을 읽어보고 바로 빌렸다.


책 속의 주인공 5학년 여자아이는 학교에서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이 딱 한 명 있다. 나머지 아이들에겐 따돌림을 당한다. 그 한 명의 친구마저도 본인이 따돌림을 당할까 봐 친구들이 있을 때엔 말을 걸지도 않고 주로 휴대폰으로 소통을 한다. 이 아이가 얼마나 힘들지 감히 상상이 안 간다. 나도 초등학교 시절 친구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대놓고 왕따를 당한 적은 없었다. 이 친구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힘들까 안타깝고 이 부분을 읽는 내내 눈물이 났다. 나는 정말 감당하지 못했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게 진짜 요즘 학교의 현실인 것 같다.


아이는 엄마에게 이야기 진지하게 하려고 했지만 바쁜 엄마는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줄 시간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바꿔’라는 휴대폰 어플을 통하여 엄마와 아이의 몸이 바뀌게 된다. 하루가 아닌 일주일 동안 몸이 바뀐 채 생활하게 되었다. 몸이 바뀐 채 학교에 다녀온 엄마는 이렇게 힘든데 왜 이야기하지 않았냐고 울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한다. 


아이 또한 엄마의 삶을 살아가는데 만만치 않다. 매일 이른 새벽에 일어나 빵집에서 일하는 엄마는 사장님의 눈치와 힘든 노동의 고통을 알게 된다. 본인에게는 한없이 사랑을 주시는 할머니, 즉 엄마에게 시어머니는 엄마를 아주 많이 힘들게 한다. 엄마는 쉴 틈 없이 일하고 끝없는 집안일과 육아로 지치게 된다. 아이는 엄마가 이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 너무 힘들어 ‘바꿔’ 앱을 켜보지만 작동하지 않는다. 


일주일이 지나 드디어 몸이 바뀌게 된다. 일주일 동안 많은 일을 경험하면서 진정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그 바꿔 앱은 어느 누구와도 몸을 바꿀 수 있는 앱이다.  자신을 대놓고 주동해서 괴롭히는 같은 반 친구와 바꿔서 복수를 하고 싶어 한다. 과연 어떤 선택을 했을까.


이 책은 읽고 나서 계속 생각을 하게 되는 책이다. 나도 늘 이해받기만을 바란다. 상대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아는데 마음이 따라가질 못한다. 바꿔라는 앱처럼 정말 몸이라도 바뀌어 경험을 해봐야 정신을 차리려나. 내일은 오늘보다 한평 더 넓은 마음으로 상대를 이해해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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