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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생이 차려준 명절 밥상

by 김아름

일 년에 두 번 있는 명절이 되면 음식을 준비하고 고향에 가거나 하는 등 명절 분위기가 가득 느껴진다. 특히 시장이 있는 우리 동네는 명절 전에 많은 사람들이 시장에 몰린다. 결혼 전 엄마랑 살 때엔 하루 종일 전도 부치고 소고기 산적도 구웠다.


어느 순간부터 명절 음식을 시장에서 팔기 시작했다. 요즘은 더 많은 사람들이 사 먹는 것 같다. 나도 지금은 명절음식을 전혀 안 해서 가끔 먹고 싶기도 하다.

동네 시장에서는 전을 부치고, 맛있는 명절 음식을 판다. 갈비, 회, 떡, 간장게장, 홍어무침, 굴무침, 잡채, 갖가지 전들과 먹고 싶은 음식들이 가득하다. 아쉬운 점은

가장 좋아하는 배추전이 없다는 것이다.


오전에 시장에 갔다. 아이들이 과일을 워낙 좋아해서 평소에는 싼 과일가게에 가서 양으로 승부한다. 오늘은 맛있는 과일을 사야 하기에 비싸고 맛있는 과일가게를 갔다. 한라봉, 천혜향, 레드향 등등 맛있어 보이는 과일들이 많았다. 무엇을 살까 둘러보다가 반짝반짝 가장 빛나는 것으로 선택했다.


"안녕하세요. 천혜향 주세요. 저거 3킬로짜리 얼마예요?"

"삼만 오천 원이에요."

"맛있어요? 선물할 거라서요."

"네 그럼요. 아주 맛있어요. 예쁘게 포장해 드릴게요."


고급진 진한 초록색 보자기에 포장된 천혜향을 들고 남동생 집으로 향했다. 남동생과 나는 같은 아파트에 산다. 우리 집은 1단지 남동생은 2단지다. 명절이 아니어도 우리 삼 남매는 자주 만난다. 엄마 아빠가 안 계셔서 특별히 명절에 정해놓고 만나지는 않는다. 나는 어제 시댁에 다녀왔고 오늘은 남동생네 간다.


누나인 내가 맛있는 요리를 해줘야 하는데 미안하지만 나는 요리를 잘 못하기도 하고 요즘 우리 집이 너무 엉망이라 초대를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나는 식당에서 사주곤 하는데 남동생 부부는 둘 다 소식가라서 많이 먹지를 않는다. 외식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어쩌다 보니 올케집에 와서 얻어먹는 시누이 그게 바로 내가 되었다.


작년에 결혼한 남동생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엔 후라이드 치킨도 해주고 연어 초밥도 만들어줬다. 칼국수가 들어간 소고깃국도 맛있었다. 도라지 무침이 너무 맛있어서 어디서 산거냐고 물어보니 올케가 반찬을 했다고 한다.



누가 차려주는 밥은 뭐라도 맛있는데 이런 집밥은 더더욱 맛있다. 동생과 올케에게 참 고맙다. 남동생이 결혼하기 전에는 가끔 내가 초대해서 요리를 해주곤 했는데 그때마다 맛있게 먹어주는 남동생에게 감사했고 나는 스스로 뿌듯했다.



점심을 먹고 아이들과 윷놀이를 했다. 내가 사 온 천혜향을 꺼냈다. 새콤달콤한 천혜향 껍질을 벗겼다. 새콤함이 가득했다. 올케에게도 먹으라고 했더니 머뭇거리다 남동생이 말했다.


"아 혜지는 신 과일을 잘 못 먹어."


아차차 맞다. 올케가 신 과일을 못 먹는다고 저번에도 말했는데 나는 까먹고 과일을 샀다. 아이코. 정신 차리자.


올케야 미안. 다음엔 달콤한 과일 사갈게.^^

아니 초대해서 맛있는 요리를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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