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이 끝났다

by 김아름

새해 복 많이 받으라는 인사를 하는 날도 이제 끝났다. 길고 긴 명절이었지만 달력의 빨간 날은 순식간에 지나가버렸다. 명절이라고 해도 나는 명절증후군이나 힘든 것은 하나도 없다. 친정부모님이 안계시기에 갈 수 있는 친정이 없다.


차로 1시간 내에 있는 시댁에 간다. 시댁에 가면 식당에 가서 맛있는 것을 사 먹는다. 어머님 아버님은 우리에게 언제 와라 언제 가라 하지도 않으신다. 이번 명절은 연휴가 길어서 어디 여행을 가고 싶었다. 그래서 명절 전 일요일에 시댁에 다녀왔다. 그리고 하루는 남동생 집에 갔고 이틀은 아이들과 서울 구경을 갔다. 앗 중간에 하루는 무엇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하루가 없어졌다.


아무튼 이번에 부산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명절에 최소 7시간이 걸린다는 지인의 제보에 마음을 접었다. 숙박도 자리가 하나도 없었다.


평소 자신이 J라고 여기는 신랑은 그동안 살면서 미리 계획해서 어디 여행이나 놀러를 간 적이 거의 없다. 도대체 무슨 근거로 J라고 하는 건지 열받는다. 누군가에게 들었는데 J도 다 같은 J가 아니고 '멍청한 J'가 있다고 했다. 그래서 신랑을 이해해 주기로 했다.


아무튼 이번 명절엔 이틀 연속 서울 나들이를 갔다. 역사박물관, 청와대, 경복궁, 국립현대미술관, 어린이박물관 등등 온종일 걷고 또 걸었다. 그 결과 엄청난 명절증후군이 나타나서 피곤하다.


길고 긴 명절이 끝나고 드디어 오늘 둘째는 어린이집에 갔고, 첫째는 학원에 갔다. 후

아이들을 보내고 난 과외를 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라면을 끓였다.


명절이 끝나고 혼자 먹는 라면이란, 최고다.

오늘 해야 할 집안일과 써야 할 글이 있지만 고요한 이 시간을 조금만 더 누리고 싶다.

곧 하원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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