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계

by 글빛아름

지붕 위 쌓인 눈 아래

가마솥 피어나는 연기

아궁이 안에 마른 장작 하나 넣고

불꽃에 떠오르는 얼굴


흰머리 곱게 빗고 저린 무릎 매만지며

굳은살 두터운 손으로 전화를 잡는다

달 위에 뜬 그리운 얼굴 하나

하늘을 향해 말을 걸어


춥제

김장했다

김치 가져가래이


바빠요

사 먹으면 되는데

그럼 나중에


그래 바쁘제

미안타

안 먹어도 된다

김치 가져가라


가져가기만 해라

가지러 오기만 해라


칼바람이 볼을 스치고 눈에 들어가

눈물이 나는가 보다

살얼음 위 굽은 허리를

어찌 걸어갈꼬


밥 짓고 기다리는

고기 한 점 없는 어미 밥상


평생 미안하다는 말이

사랑한다는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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