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쌓인 겨울 아침
꽁꽁 얼어붙은 손을 호호 불며 묵직한 나무문을 온몸으로 밀고 들어서면 풍기는 고소한 커피 향은 언제나 나를 미소 짓게 만든다.
리드미컬하게 흘러나오는 80년대 재즈팝송과 노오란 조명의 따듯함은 쌓인 눈을 녹일 듯 겨울임을 잊게 만든다.
테이블이 10개 정도 있지만 서로 방해받지 않을 만큼 간격이 꽤 넓다. 거기에 중간중간 커다란 식물이 있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카페.
주변에 핫한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 오래된 이 카페는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다.
시끄러운 대화 없는 조용한 이곳.
이곳을 나는 좋아한다.
오자마자 드는 생각은 늘 같다.
'오늘도 오길 잘했다.'
스윽 둘러보니 운이 좋게도 창가 자리가 비어있다.
의자에 가방을 내려놓고 달래달래 주문을 하러 간다.
갈색머리에 베이비펌을 하고 동그랗고 검은색 티타늄 안경태가 잘 어울리는 사장님은 잘 웃지는 않지만 잘생긴 얼굴자체가 친절하게 느껴진다. 검은색 유니폼에 갈색 앞치마가 잘 어울리는 그가 준비가 되었냐는 듯 표정을 짓는다.
카푸치노 한 잔 주세요.
예, 시나몬 가루 뿌려 드릴까요
네, 많이 뿌려주세요
그럼 준비되면 불러 드릴게요
오늘 같은 추위엔 따듯한 카푸치노 한잔이면 충분하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테이블 위로 비치니 바쁘고 복잡했던 나의 마음이 조금은 누그러든다.
내가 좋아하는 오크색 나무 테이블 위엔 나뭇잎 모양의 라떼아트가 그려진 카푸치노가 하얀색 커피잔에 담겨 있다. 오늘도 예쁘다. 엽서에 나오는 사진처럼 옆엔 오늘 가져온 책자와 그 위에 핸드폰이 놓여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줄을 돌돌 말아 다니는 걸 보는 사람들마다 한 마디씩 하지만, 아직은 유선이어폰이 편하다. 핸드폰 또한 버전도 잘 모르는 그냥 옛날 아이폰. 이어폰이 꽂혀 있는 핸드폰을 대충 내려놓는다. 내가 애정하는 음악이 아직 재생되고 있는 채 놓여있다. 이제 핸드폰은 잠시 꺼두고, 당분간 눈을 감고 카페를 즐기며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그 일에 대해서는 당분간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