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향한 불꽃놀이
마지막 밤
오늘은 여행 마지막날 밤.
참 오랜만에 불장난을 한다. 너무 좋은 불멍.
그리고 문득 그때 그 기억이 떠오른다.
때는 90년대 중반쯤.
나이가 다른 국민학교 아이들 대여섯이 모여 옹기종기 동그랗게 쪼그려 앉아 있었다.
아 바람이 왜 이렇게 부는 거야.
얘들아 더 가까이 좀 붙어봐.
나의 말에 아이들은 한 걸음씩 더 모여 팔뚝이 닿도록 서로의 몸을 딱 붙이고 손으로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았다. 자꾸 불이 꺼지자 내가 다시 말했다.
바람이 위에서도 들어오잖아.
위에도 막아야지!
그래 그럼 내가 할게 언니.
까칠하지만 언니의 말은 잘 듣는 한 살 어린 여동생이 일어서 허리를 굽히고 상체로 위를 막는 자세를 취하여 얼굴을 아래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불장난
어릴 때부터 나는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싼다던 어른들의 말을 애초부터 믿지 않았던 것 같다.
생각해 보면 시골에 산 것도 아니고. 불장난을 할만한 곳에서 한 것도 아니다. 아파트 놀이터나 건물사이의 잔디 같은 곳에서 불장난을 했다. 들키지 않고 몰래 해야 하니 위험하게 어딘가 숨어서 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큰일이 안 난 게 다행이고 감사하다.
아니지, 이 사건은 큰일이었다.
그날도 문방구 건물 뒷길에 동네 아이들을 불러 모은 것 같다. 하필 그냥 불장난이 아니고 불꽃놀이를 준비했다. 그 위를 막은 사람이 여동생인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불이 붙자마자 나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 수밖에 없었다. 하늘로 솟아 올라가는 불꽃놀이였다. 그것은 정확히 내 동생 목으로 발사되었다.
으악 비명과 함께 여동생이 떠나가라 소리를 지르며 방방 뛰고 울었다. 나는 그 불꽃이 동생 목을 뚫고 지나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 목에 불이 붙은 것 같았다. 너무 충격을 받은 나머지 기억이 정확하지가 않다.
다만 확실한 건 그 불꽃을 맞은 사람은 여동생이었고, 그걸 쏘아 올린 사람은 나였다는 사실이었다.
불장난이 왜 그렇게 재밌었을까. 외갓집에 가면 할머니가 아궁이에 불장난을 하는 게 너무 부러웠다. 나도 해보고 싶은데, 나도 잘할 수 있는데 어른들은 늘 못하게 했다. 흥.
여동생 목에 불꽃을 쏴버리고 아마 엄마한테 엄청나게 혼이 났을 텐데 그건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오늘 불장난을 하며 너무 재미있다는 생각과 함께 그 사건이 기억나고 말았다.
지금은 멀쩡한 여동생에게 미안하고 고맙다.
조만간 불장난 같이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