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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로그 Nov 25. 2023

런던에서 버스탑승 시 꼭 확인해야 하는 것

그냥 가서 타면 되는 줄 알았지

공항 가는 날이기에 아침부터 철저한 계획을 세우고 움직였지만, 예상치 못한 따뜻한 날씨에 여유로이 에스프레소를 즐기다 늦었다. 스페인 날씨는 앞으로 일주일 비가 온다는데, 비로 유명한 런던은 앞으로 계속 맑단다. 이러니 미련이 안 생기는가.



짐을 숙소에서 찾아 튜브 타러 갈 때까지만 해도 촉박한지 몰랐다. 참 안일했다. 데이터도 터지지 않는 런던 튜브에서 어쩌면 늦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도착시간을 몇 번이고 다시 계산하며 애타는 마음으로 갔다. 하지만 이내 탑승 시간보다는 일찍 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서 잠시 마음의 짐을 덜었다.


서쪽에서 출발해 런던시내를 건너 런던 동부까지 왔다. 이곳은 내가 그동안 머물렀던 곳과는 완전히 달랐다. 예상치 못한 엄청난 규모의 지하철역에 당황했다. 아직 15분이나 남았지만, 구글맵에 따르면 아직 도보 5분이 남은 상태. 이 넓은 곳에서 방향 한 번 잘못 잡고 방황했다가는 꼼짝없이 놓치게 생겼다.


'일단 길을 묻자.'

눈앞에 보이는 인포메이션으로 달려갔다. 마음이 급해서 그들의 답을 제대로 듣지 못하고, 역내에서만 방향만 알아들은 채 무작정 달렸다. 출구만 정확히 나가도 버스 정류장을 찾는 데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 거라 생각에 다시 묻지도 않았다.


밖의 거리는 역사 규모만큼 몇 배로 커졌다. 많이 당황했지만, 다시 지도에 집중해 방향을 잡고 걸었다.


'이거 맞아?'

지도가 알려주는 곳에 도착했지만, 여행객으로 보이는 사람이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남은 시간은 약 5분. 뭔가 잘못되었단 직감이 왔다. 정류장에 서 있던 현지인에게 물었지만, 잘 모른단다. 그렇다고 뒤쪽 건물이 버스 회사도 아니었고, 그 어디에도 공항버스의 흔적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무작정 물어볼 곳을 찾아 주소지로 해당되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이거 여기 맞아요?"

급박함이 절절하게 흐르는 내 모습과는 달리 여유로웠던 그녀. 그래도 친절하게 도와주려 했다. 도움이 되진 않았지만. 내가 걸어온 역 방향으로 가리키는 그녀에게 애써 부정했지만, 여기서 그래봤자 얻을 게 없단 생각에 속는 셈 치고 다시 뛰어 돌아갔다. 그렇게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을 땐 이미 버스 출발시각이 되어버렸고, 희망의 불씨가 꺼져갔다.


유난히 고층 건물이 나를 잡아먹는 듯했고, 그곳의 나는 한없이 조그만 존재 같이 느껴졌다. 미아가 된다는 게 이런 기분일까.


'경찰서?'

길 건너에 경찰서가 눈에 띄었다. 이 동네에 잘 알고 있을 경찰들에게 물어보면 무언가 답이 나오지 않을까 싶어 마지막 희망의 끈을 잡고 달려갔다. 정신없이 들어갔지만, 안의 경찰들은 역시나 여유로웠다. 아무도 없는 인포에 안을 기웃기웃거리니 경찰이 고개를 내밀곤 잠시 기다리란다. 할 일도 없고 수다 떠는 거 같았는데. 나는 그들을 기다려 줄 여유가 없었다. 그들에게 인사조차 건네지 않고 곧장 밖으로 달려나와 길을 다시 건넜다.


그렇게 눈에 들어온 신문 나눠주는 할아버지 한 분.

뽑아온 종이의 주소를 보여주며 물었다. 그리고 마침내, 해답을 찾았다.


"Stop G니까 저어어어어어기까지 걸어가면 돼. 정류장 위에 알파벳 확인하면서 가."

주소지 뒤의 'Stop G'를 보며 궁금하긴 했지만, 그때까진 상상도 못 했다. 버스가 서는 곳 위치를 구분해 놓은 것이라곤.


런던 시내버스 Tip.

런던은 대도시인만큼, 버스가 많이 다니는 곳이 많다. 같은 길에 같은 방향으로 가더라도, 버스가 줄지어서 밀리는 것을 대비해 정류장을 나눠두었는데, 그게 정류장끼리 거리가 꽤나 있다. 그리고 번호판 위에 알파벳으로 구분 지어두어 체계적으로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러니 타고자 하는 버스가 지도상의 정류장 위치 번호판에 적혀 있지 않다면, 위의 알파벳을 확인하고 찾아갈 것. 방향이 헷갈릴 때에도 도움이 된다. 한국의 정류장 고유번호 같은 역할을 하는 격이다.


런던이 처음인 여행객인 나는 이 사실을 몰랐다. 그동안 지하철만 타고 다녀서 더 알 길이 없었다.


정류 장 위 알파벳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Stop G를 향해 달렸다. 달리면서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정류장을 바라보며 왜 이렇게 곳곳에 있는지 알게 됐다. 구글맵은 자세한 위치를 알려주지 않고 대략적인 위치를 알려준 것이었고, 내가 가야 할 정류장은 한참 먼 곳에 있었다.


마침내 나와 같은 여행객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제야 마음에 안정이 찾아왔다. 광활한 거리에서 헤매느라 15분 일찍 왔음에도 5분 늦게 도착했다. 감사하게도 버스가 제시간에 오지 않아 타야 할 버스에 오를 수 있었다.


공항버스


버스에 앉고 나서야 내가 얼마나 긴박한 상황에 놓여있었는지 떨리는 손을 보며 알았다. 버스 티켓과 주소가 적힌 종이를 한 손에 쥐고 10kg 배낭에 28인치 캐리어를 이끌고 20분을 한 거리에서 뛰어다니며 사람들에게 물었다. 이 버스를 놓치면 비행기도, 스페인 축제도 놓치고, 여기서 잘 숙소조차도 없었기에 그 어떤 일보다도 긴장됐다.


정시가 중요한 공항에 가는 버스가 약 20분 늦게 온 건 조금 당황스러웠지만, 이번 경우에는 이 낮은 정시성이 너무나도 고마웠다. 이후 절대 잊지 않는 런던 시내에서 버스 탑승 시 체크해야 할 것 하나, 버스 정류장 알파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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