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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로그 Nov 18. 2023

영국의 전통 애프터눈티

갑작스러운 동행

"구두랑 슬랙스 있으세요?"

동행의 갑작스러운 애프터눈티 제안이 들어왔다. 저녁에 만날 그의 동행의 일정에 차질이 생겨 같이 갈 사람이 없어진 게다. 이미 두명으로 예약을 해 놓은지라 누군가가 필요했고, 그래서 낮에 만난 나에게 물은게다.


장소는 더 리츠. 여행 정보 검색하면서 익히 들어본 유명 애프터눈티 호텔이다. 혼자 여행하니 진즉 포기했던 곳인데, 막상 제안이 들어오니 관심이 생겼다.


문제는 구두가 없다. 뚜벅이 여행자에게 웬 구두람. 한국에서부터 계획을 하지 않았으니 나에겐 비슷한 것 조차 없었다.


'티 하나 먹는데 복장 제한이 있어?'

믿기 힘들었다. 아무리 고급진 호텔이라지만 복장하나로 입장이 제한된다고? 그것도 운동화를 신었다는 이유 하나로?


온갖 의문이 생겼다. 검색도 해보고 직접 확인 전화까지 걸었다. 구두를 대여해준다는 글도 보았지만, 사실은 아니었고, 운동화 신은 사람은 출입이 불가한게 맞다.



이제 긴 여정의 시작이었던 나는 짐을 늘릴 여유가 없었다. 그래서 포기하려던 찰나, 동행이 자라에서 앞코가 구두처럼 보이는 샌들을 사 나에게 빌려주고 데려왔다.


입구부터 화려한 샹들리에가 반기는 이곳. 확실한 5성급 호텔답다. 양복과 화려한 드레스가 어울릴만한 장소다.



엘리자베스 여왕이 즐겼던 것으로 귀족들의 고고한 문화 중 하나였던 애프터눈티는, 본래 차려입고 격식 갖추어 즐기는 것이었다. 더리츠 그 전통을 지키고 있어 복장 규제가 있는 것이다. (현재 유일한 전통 애프터눈티를 고집하는 곳이라고 한다.)


남녀 모두 머리부터 발끝까지 격식입게 갖춰 입었는지 입구에 확인을 하고, 불편한 외투는 맡아준다. 가방은 귀중품이 담긴지라 테이블 밑에 숨겨놓을 수 있도록 되어있다.



궁전 뺨치도록 화려한 장식의 내부에 앞쪽엔 작은 무대가 있었다. 이곳에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줄 잔잔한 클래식 음악을 연주한다.


전체적인 무드에 맞춰 웨이터도 모두 양복을 갖춰 입었다. 유럽은 한국과 다르게 나이가 더 많은 사람을 경력때문에 선호한다는데, 이곳에도 연세있으신 웨이터가 꽤나 보였다.


역시 하나하나 사소한 것까지 신경쓴 게 보인다.



이미 애프터눈티는 메뉴가 정해져있기 때문에 차 종류만 정하면 된다. 무난한 건 잉글리쉬 브렉퍼스트 티. 우유와 늘 타 먹는 영국의 대표적인 차라고 하겠다.


주변을 둘러보니 각설탕을 넣어 따라해봤는데 조금 건강한 밀크티 맛이다.



솔직하게는 한번의 경험으로 만족한다. 두번 내 돈으로 올만한 곳은 아니다. 누군가에게 추천할만큼 조차도.


가격에 준하는 분위기를 갖추고 있지만, 규제가 있는만큼 웨이터도 보다 더 훈련되어 있었으면 한다. 다른 분들은 괜찮아 보였으나 담당 웨이터가 조금 헤멨기에 아쉬웠다.


또한, 샌드위치는 무한리필. 그러나 전형적인 영국 음식 느낌이다. 빵 사이에 간단한 식재료 하나. 조금만 먹어도 배부른 탄수화물이 주 메뉴라는 게 내부 인테리어를 따라가지 못하는 지나친 평범함이랄까.


여행 중 우연한 계기로 갑작스레 한 경험으로써는 손색이 없었다. 혼자서는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니까. 전통을 지키고자하는 노력이 상당히 인상 깊었고, 비록 아쉬움은 있었으나 이런 것이 잘, 꾸준히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진 업로드 에러 발생으로 추후에 추가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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