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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로그 Sep 21. 2023

아프리카가 처음이라면 이곳부터

새로운 땅에 적응하기 위한 관문, 탕헤르

유럽이 보이는 아프리카 도시, 탕헤르

모로코를 가기 위해 이용하는 이동 수단은 두 가지로 나뉜다. 비행기 또는 배. 여행국가와 여행자의 특성, 그리고 스페인 타리파에서 배로 약 1시간 밖에 안 걸리는 등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 비행기보다 배를 타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이렇게 배를 타고 오는 이들이 반드시 거쳐가는 도시. 바로 탕헤르다.


런던-탕헤르 에어 아라비아 항공기


우리는 런던에서 비행기를 타고 와 다른 큰 도시로도 갈 수 있었지만, 이곳부터 여행을 시작했다. 특별한 볼거리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지리적 영향으로 건축 및 생활양식이 스페인과 유사성을 갖고 있고, 비교적 부자들이 모여 사는 도시이기에 안전하다 판단되어 한 선택이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볼 때, 우리의 생각이 틀리지 않았단 걸 더 크게 느꼈다. 탕헤르는 모로코가 첫 방문인 이들이 적응하는데 도움을 줄, 게임으로 비유하자면 초보자 단계인 곳이다. 



1) 호객행위 그리고 우당탕탕 식사, Old Medina

늦은 밤에 도착해 주변을 둘러볼 새도 없이 급히 들어갔던지라, 날이 밝고서야 첫 아프리카의 풍경을 제대로 눈에 담았다. 스페인의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이라, 곳곳에서 엿보이는 다른 문화 사이에서 익숙한 유럽이 느껴졌다. 스페인 남부와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이슬람 건축양식을 얹고, 수많은 차를 둔 느낌이랄까. 


올드 메디나 바깥 풍경


올드 메디나까지 10분 남짓의 시간동안 호객행위도 없었다. 미디어에서 비친 모습은 이 나라의 자그마한 한 조각이 과장되었던 것이 아닐까 의심이 들 만큼 상당히 유럽과 닮아있었다.


'생각보다 괜찮은데?'

메디나에 들어서고 마음의 경계가 조금 풀어지자, 어떤 한 할아버지가 말을 걸었다.


정확한 대화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언제나 호객꾼들이 그렇듯, 대화를 왜 시작했는지 기억이 안 날 만큼 모든 것이 자연스럽다. 물 흐르듯 그 대화에 녹아들었고, 정신차리고 보니 길 안내를 받고 있었다. 다행히 여행 경험이 많은 사람끼리 온 데다가, 처음 온 대륙이라고 조심스러웠던지라 금방 호객행위에서 빠져나왔다. 하지만 그를 떠나보내는 순간까지 끈질기게 말을 거는 모습을 보며 쉽지 않은 여행이 펼쳐질 미래를 가늠할 수 있었다.


계란을 낱개로 판매하는 모로코


문제는 길은 거의 하나라는 것. 다시 말해 우린 결국 그 길을 가야 한다는 말. 아침 식사를 하려 했던 식당이 있는 방향으로 길을 안내해주려는 그를 떨쳐내고 나니 우리가 갈 수 있는 길의 선택지가 대폭 줄었다. 그도 그것을 아니 그쪽으로 우리를 데려가려 하지 않았을까 싶다.


식사를 주문하는 것조차도 난관이었다. 기껏 다른 식당을 찾아갔더니, 재료가 없단다. 방금 막 연 식당에서 식재료가 없다니. 제철 음식 같은 것도 아니고 대부분 메뉴에 들어가는 주재료가 없다니 황당할 따름이었다. 거기다 불어로만 말을 해 정확한 소통에 어려움을 겪었고, 결국 식당을 나서야만 했다.


그렇게 찾아간 다른 식당에서도 언어의 장벽이 있었다. 손가락으로 글자를 가리키며 주문을 하는데도 소통이 안 되었다. 분명 바디랭귀지가 만국공통어인데, 아무리 말을 해도 못 알아듣는 직원이 답답하기만 했다. 주방에서 식재료 그림이 들어간 것까지 챙겨나와 대화를 시도하는 모습을 미루어봤을 땐 고의는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지만, 왜 소통에 오류가 생기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한참 답답함을 느끼고 있을 때 갑자기 어떤 젊은 청년이 식당에 나타났다.


모로코 첫끼 식사


“Habla espanol?”

“Yes. English also OK.”

드디어 말이 들리기 시작했다. 탕헤르는 스페인과 가까워 스페인어 사용자가 꽤나 있단 말을 들어,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말을 걸었는데, 돌아오는 답은 영어. 이게 웬일인가? 그의 말 한마디가 지금까지 쌓였던 답답함을 한 번에 내려주었다. 그의 도움 덕분에 막막했던 주문을 무사히 마쳤다.


그의 정체는 알고보니 식당 직원이었다. 편안한 옷차림으로 밖에서 갑자기 들어와 식당 주인이 부른 언어 잘하는 동네 주민인 줄 알았다. 우리가 식사를 하는 동안 몇 번 찾아와 살갑게 말을 걸던 직원. 그의 친절함은 플러팅에서 온 듯했지만, 갈 때까지 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밀고 말을 거는 그의 모습에 웃으며 즐겁게 떠났다.



2) 사진 찍기 좋은 명소, Bab Al Bahr

메디나도 둘러볼 겸 바닷가로 걸어왔다. 항구와 드넓은 바다, 그리고 유럽 대륙까지 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다른 국가와 마주하고 있는 바닷가여서 그런지 높은 요새가 있어, 이곳에서 바라보는 드넓은 풍경이 예술이다. 개인적으론 멀리 흐릿하게 보이는 스페인을 보며 감회가 새로웠다. 약 1년 전, 반대편 스페인 땅 알헤시라스에서 언젠가 갈 북아프리카라며 이곳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에. 그땐 이렇게 일찍 아프리카에 올 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한국에서 거리도 꽤나 있고, 혼여행을 즐기는 사람치곤 겁이 많은 지라 평생 물음표만 안은 채로 남을 줄 알았으니까.


스페인과 맞닿은 지브롤터 해협


사실 시각적으로 직관적인 특별함은 없다. 건너편에 보이는 땅이 ‘다른 대륙’이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그저 평범한 바다에 불과하기 때문. 언제나처럼 의미 부여가 장소를 만든다. 그래도 의미를 떠나서 날씨와 상관없이 아름다운 코발트블루 빛깔인지라 탕헤르에서 일정이 여유롭다면 시간 보내기 좋은 곳이다.


우리가 탕헤르에서 보낸 일정이 1박 2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더욱 짧았다. 자정이 지난 시간에 도착했으니 한나절도 안될만큼 머무른 것이다. 시간을 더 보내면 이곳의 매력을 더 찾을 수 있겠지만, '가벼운 경험'이 목적인 우리에겐 적당한 결정이었다. 모로코의 주 여행지 중에서 여러가지 면으로 가장 유럽과 맞닿아 있는 곳인만큼, 새로운 대륙과 이 국가에 대해 탐색을 하고 적응하는 데에 조금의 도움이라도 받기 좋아, 누군가가 모로코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면, 다른 도시보다도 이곳을 출발점으로 정할 것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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