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을 기록하기로 선택했다.
5시 알람이 울리면 머리맡에 두었던 스마트폰을 재빨리 집어들어 소리를 없앤다.
그리고 내 옆에 꼭 붙어서 자는 딸아이가 깨지 않았는지 조심스레 확인한다.
그 다음에는 선택을 해야한다.
이대로 있을 것인가 몸을 일으킬 것인가.
지난 밤, 도저히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일찍 잠들었다.
'5시에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야 해.'
왠지모를 위기감이 들었다.
번역 마감이 코앞에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 있을 북클럽 준비도 다 끝냈는데
내 심장이 조여왔다.
나를 위한 글을 쓸 여유도 없이 매일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눈을 뜨면 나의 생활은 아이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면
이제 당장 해야할 일들이 내 시간을 잡아 먹는다.
'해야 할 일'에 이끌려 하루를 보내다보면
나를 위해 멈춰 설 시간은 몰려오는 잠이 잡아 먹는다.
이러면 안 된다.
용기를 내어 브런치에 작가 등록을 한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고,
(그런데 한 편도 발행을 못했다.)
작년에 내 시간을 점령했던 <셜리>번역도
이미 11월 말에 다 끝났는데
나는 아직도 나를 위한 글을 쓰기를 미루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는 건 핑계일지도 모른다.
그보다는
나를 들여다보는 용기,
나를 마주보는 의지.
그런게 부족했던 건 아닐까.
매일 많은 글을 자주 쓴다.
하지만 모두 다른 사람들을 위한 글이지,
나를 기록하는, 나를 위한 글과는 거리가 멀다.
나를 위한 글과
타인을 위한 글의 분량과 무게가
균형을 잃은지도 한참이 지났다.
왜일까.
마흔 두 살이 된 올해에는
더이상 미루면 안 되겠다는 압박감이
그 두 손으로 내 심장을 조용히 감싼다.
거의 매해마다 다른 나라에서 사는 S가 어제 갑작스레 나를 찾아왔다.
작년 2024년에는 호주에서 살고 있던 그녀였다.
"올해까지만 호주에 살고 그 후에는 모르겠어요.
매번 다양한 살 곳을 찾아 다니는 건
마치 재미있는 책을 펼쳐보는 일 같아요."
남편과 아이 둘과 다른 나라에 정착할 때마다
삶을 내려놓고 친구를 사귀고
그럼에도 변하지 않는 자신의 생활 루틴을 이어나가는 그녀가
참 용감하다.
'용감하다.'
S를 향해 응원하고 칭찬하며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나를 돌아보았다.
그래서 다시 글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다른 이들을 위한 글이 아닌 나를 위한 글을 쓰자.
5시 새벽에 일어나 나를 위한 시간을 마련하리라.
나의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풀어내는 글을 쓰리라.
내 삶을 기록하기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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