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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극곰 Jun 13. 2020

엄마의 편지

사랑을 바치고 싶지만, 그냥 사랑한다


이 편지를 꺼내는 지금 어디에서 머물고 있을까. 친구와 콩콩 재미있는 여정이 되고 있겠지. 그리고 다소 지쳐있을테고. 엄마 아빠의 경제적 지원없이 혼자 준비하고 시작하는 유럽 여행, 대견함과 미안함이 섞인 마음으로 아주 아주 오랜만에 편지를 쓰는구나. 


이 세상에서 가장 유물적으로 사랑스런 딸아. 이번 여행에서 사소한, 그리고 유니크한 시간과 공간을 경험해가며 너의 미래, 꿈, 일상에 많은 그림들을 그리고 오길 바란다. 네가 닿는 곳곳의 그 땅에서의 여러 지혜들이 네 심장에 전해지고, 그것들이 또한 너의 피가 되어 너의 삶의 전반에 기저가 되어주길 바라고 싶구나. 


진실의 여왕인 내 딸, 엄마는 그런 모습으로 성장한 네가 많이 자랑스럽다. '진실', '투명', 그러한 덕목은 결국 이 세계 어떤 곳이든, 어느 시간이든 보편적 평화와 자유의 정신에 가장 근접한 것들이기 때문이야.


여행을 앞둔 너에게 하고 싶은 격언이 생각난다.


"사랑없는 배움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우쭐해질 것이다. 그리고 배움없는 사랑이란? 길을 잃을 것이다." 성 베르나르(1090~1153)


우리는 살아가는 내내 계속 무언가를 배우고, 깨지고, 무너지고 다시 또 일나는 반복으로. 늙었지라도 이 세계의, 자연의, 삶의 존재에 대해 깨닫고 배우는 어린아이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이 엄마는 깨달았어.


늘 우리는 어리고, 아이인 존재들이다. 엄마인 나조차도. 우쭐해하지 않고, 길을 잃지 않기 위해 사랑하고, 배우는 그런 삶을 위하여 건강하고 지혜의 여신으로 살아내거라. 


엄마는 자연의 일부로써 기꺼이 모성애를 다 해내고 싶다. 많이 이 엄마를 부리거라. 그리고 네가 행복해지는 길을 언제나 찾아내거라. 다만 거대한 유토피아적 이상향으로 그 행복을 찾으려 하지 말고. 삶은 늘 사소한 것이란다.


사랑을 바치고 싶지만, 그냥 사랑한다. 내 소중하고 소중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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