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tflix Originals “13 reasons why”
남들은 우숩다고 생각할지 모르겠는데 나는 학교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재밌다. 그런데 조건이 있다. 꿈과 희망이 가득한 학교 이야기는 현실과 상관없는 동화같아서 싫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드라마 중 “여왕의 교실”. 솔직히 마선생님(고현정 분)의 학급 운영 방식이 실제로 현실에 있었으면 이미 징계와 각종 소송으로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학생들의 태도(지나치게 어른스럽다!!!)는 더이상 학교에 있지 않는 사람들에게 학교라는 공간에 대해 환상과 미화된 추억만 남긴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것은 느와르 속에 등장할 것 같은 학교 이야기다. 어른이나 아이 할것 없이 모두가 미성숙하고 동시에 욕망 지향적이며 체제에 대한 두려움으로 혹은 체제의 수혜자가 지배하는 어둡기 그지 없는 이야기. 그걸 더 좋아한다. 왜냐? 현실적이니까.
학교는 폐쇄적이다
이 모습은 수없이 많은 드라마와 영화 속에서 나타난다.
명랑한 여자 아이를 중심으로 한 영화 마틸다, 그리고 대한민국 대표 미니시리즈 “학교”(99년에 상영한 1편만 논한다), 2016년에 개봉한 인상적인 영화 "우리들", 그리고 현재 넷플릭스의 루머의 루머의 루머(원제 : 13 reasons why) 이는 모두 사람들이 불편하게 느낄만한 학교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표현한다. 유머가 있다 한들 실제로 그 상황은 잔혹동화마냥 암울하다.
분명 학교라는 공간에서 경험하는 인간관계는 일반 사회에서 경험하는 것과 유사점이 많다. 그러나 질적으로 차이가 있으며 그 범위도 학교는 일반 사회에 비해 지나치게 압축적이며 단기간 내에 너무나 많은 일들이 복합적으로 일어난다.(생각해보자 80년에 겪어야 할 일들을 10년 안에 영화 예고편처럼 미리 경험한다. 시간이 지나 미화가 되어있을 뿐 누군가에게는 괴로운 일일 수 있다.) 특히나 학교폭력 문제가 과거 단순히 길가는 학생 삥 뜯는 것이 아니라 이젠 거의 특수 범죄로 봐야할 정도로 심각해진 시점에서는 학교는 더이상 사회의 축소판이 아니다. 아이들은 이제 단순히 미성숙한 어른이 아니라 새로운 존재로 보아야한다.
학교 환상 파괴의 끝 - 루머의 루머의 루머
13 reasons why의 인물들은 이제 고등학교 3학년(설정부터 극단적이다)으로 진정한 사회와 어른들에 의해 통제된 사회 중간에 위치한다. 이런 과도기적 설정은 어떤 드라마보다도 인간 본성의 문제와 사회화 과정 속에서의 갈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주인공들 아직 성장과정에 있는 존재들이며 부모, 교사와 교장이라는 신분의 사람들과는 질적으로 다른 입장에 있다. 그래서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또 과감하게 자신의 본성에 따라 움직인다. 그리고 본성에 따라 움직이는 행동과 말들은 사회 현실과 본성 사이에서의 괴리감을 제대로 보여준다. 대학 입시라는 성과 앞에서 갈등하고 있고 도덕적 행동과 이윤적 행동 사이에서 무엇이 득이 되는지 저울질하며, 사회적 압박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주저하는 모습은 어둡기 그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드라마를 끝까지 보게 되는 것은 현실의 우리가 할 수 없는 것을 시도해내고 있는 주인공 “클레이”가 그 가운데 있기 때문이다. 처음은 소심하며 불안하기 그지 없었지만 헤나 베이커에 대한 순수한 마음으로 움직이고 반성하는 모습이 암울한 현실에서 조금이나마 응원하고 싶은 인물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그 이외의 학생들도 정도에 차이는 있지만 다양한 인간군상을 보여주는 동시에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어른이 만들어 놓은 무언의 압박, 그리고 그 속에서 욕망과 개인의 윤리가 갈등하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에 안타까워지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이것이 무간도를 보는 우리의 태도와 13 reasons why를 보는 우리의 태도에 차이가 생기는 지점이다. 동시에 진정으로 학교물이 우리에게 줄 수있는 카타르시스가 존재하는 지점이기도 하다.
이제 시즌1이 마무리 되고 행동 양상이 많이 달라질 시즌2의 내용도 기대된다.(곧 시즌2가 시작이라고 한다!!) 그러나 시즌1이 누군가가 사회적 매장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과정을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려낸 만큼의 충격을 줄 수 있을까에는 솔직히 불안함도 같이한다. 그래도 그들의 결말이 궁금하기에 기꺼이 시즌2의 시작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