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력과 문제해결력, 그리고 공동체 의식
지난 한 주 대한민국은 물론 전 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기의 대결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결이었죠.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4승 1패로 알파고가 이겼습니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인간이 가진 ‘직관과 통찰’이 가장 필요한 ‘바둑’만큼은 제 아무리 고도화된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인간을 이길 수 없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당초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이세돌 9단이 1국, 2국, 3국 내리 세 판을 속수무책으로 패하자 우리 사회는‘알파고 쇼크’로 불릴만한 큰 충격에 휩싸였습니다.
인간 대 인공지능의 대결로 명명된 세기의 대결에서 알파고가 이기자 각종 언론 매체들은 인공지능(AI) 기술이 가져 올 미래 사회의 엄청난 변화를 집중 조명했고, 사람들은 그 보도를 지켜보면서 막연한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이러다가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들에게 인간이 지배당하거나 일자리를 다 빼앗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갈 10년 후는 어떤 사회가 되어 있을까요? 가상현실, 증강현실, 사물인터넷을 비롯한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워낙 빠르고 혁신적이어서 그 어떤 미래 학자도 10년 후의 우리 사회를 정확하게 예측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앞으로 IT기기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쉽게 대체할 수 있는 단순 암기된 지식이나 기술만으로는 인간이 먹고살기 어려운 세상이 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창의력과 문제 해결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요즘 바둑학원이 때아닌 호황을 누린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까지 바둑알로는 기껏해야 알까기를 하거나 오목 두기를 통해 33 전법을 성공시킬 궁리나 했던 저 같은 바둑의 문외한도 이번 알파고 대국 중계방송을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아 있었을 정도이니 가히 ‘알파고와 이세돌 신드롬’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집중력과 인내력은 물론 사고력과 창의력을 키워주는데 바둑만 한 것이 없다고 하자 부모들이 너도 나도 아이들의 손을 잡고 바둑 학원을 찾는다고 합니다.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조성진이 우승한 이후 피아노 학원이 문전성시를 이룬 것과 비슷한 현상입니다.
알파고는 체력 소모도 없고 실수해도 감정 기복이 없었습니다. 스스로 학습하고 진화해가는 알고리즘에 따라 저장된 기보와 데이터를 분석하고 수많은 경우의 수를 계산해서 이세돌을 압박하고 공격했습니다. 그런 알파고를 상대로 이세돌 9단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특히 3국 패배 후에 동료 프로 기사들이 이세돌 주변에 다가와 함께 복기하는 모습은 인상적이었습니다. 쉽게 생각했던 알파고에게 계속 패한 후 이세돌 9단은 장시간 호텔방에서 동료들과 함께 알파고의 단점을 분석하고 전략을 수립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4국에서 짜릿한 1승을 거뒀습니다.‘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한 희망은 있다’는 메시지와 함께 서로 머리를 맞대 힘을 합치는 공동체 감각과 연대의식이 기계문명에 맞서 인간답게 승리하는 비결이라는 생각이 들게 한 대목입니다.
이번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을 예전 미국의 전설적인 철도노동자 ‘존 헨리’와 터널 굴착기 증기 드릴과의 대결에 비교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새로 도입된 최신식 굴착기 때문에 철도 노동자의 대량해고가 예상되자 존 헨리는 망치를 사용하는 자신과 증기 드릴 굴착기와의 터널 뚫기 시합을 제안합니다. 현재 기준으로 보면 증기 드릴에 맞서는 그의 도전이 무모해 보이지만 그 당시에는 기계에 대한 인간의 아름다운 도전으로 받아들여졌을 것입니다. 인간의 강인함을 보여주려고 최선을 다했고 시합에서도 이겼으나 결국 며칠 만에 숨을 거두고 만 존 헨리처럼 앞으로 다가올 미래 사회의 변화나 기술 발전은 어쩌면 인간이 결코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입니다. 관건은 ‘그 기술에 지배당할 것이냐, 그 기술을 지혜롭게 활용해 지금보다 더 멋지고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냐’가 될 것입니다. 결국은 인공지능 기술을 만드는 것도 ‘사람’이고 그 기술을 사용하는 것도 ‘사람’이기에 결국‘사람만이 희망의 열쇠를 쥐고 있는 셈입니다.
다니엘 핑크가 쓴 '새로운 미래가 온다'를 읽고 있습니다. 미래 인재의 6가지 조건으로 디자인, 스토리, 조화, 공감, 놀이, 의미를 꼽고 있었습니다. 기계가 결코 가질 수 없는 감성적인 분야가 미래 인재의 조건이라고 본 듯합니다. 미래사회를 예견한 책들 조차 몇 년 지나면 그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해야 할 만큼 과학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준비하라고 알려줘야 할지 부모들의 고민이 깊이 가는 요즘입니다.
어느새 봄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창의력, 문제해결력, 공동체 감각을 기르는 것도 다 좋지만 우선 주변의 일상에 감동하고 감탄하는 마음을 기르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습니다. 행복한 주말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