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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윈디웬디 Jun 16. 2024

장 지오노 <나무를 심은 사람>

선한 마음과 꾸준한 노력이 이룬 기적


그림책 <나무를 심은 사람>은 프랑스의 소설가 장 지오노(1895~1970)가 1953년에 발표한 단편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다. 그동안 이 소설은 세계 여러 나라 언어로 번역 출간되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짧고 단순한 이야기 한 편이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질만능주의와 환경파괴, 자신의 안위만을 돌보는 이기심이 넘쳐나는 세상에서, 선한 마음과 꾸준한 노력으로 세상을 바꾼 한 사람의 기적 같은 이야기가 잔잔한 감동을 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문학작품이면서 동시에 생태환경 교육자료로도 쓰인다고 한다.


<나무를 심은 사람>은 소설 속 화자(나)가 프랑스의 알려지지 않은 고산지대를 여행하다가 만난 양치기 '엘제아르 부피에'라는 인물의 삶에 감명받아 그를 여러 해 동안 관찰한 이야기를 전해주는 형식이다. 화자가 처음 만난 마을은 텅 빈 채 사람들도 다 떠나고 우물도 메말랐던 황량한 곳이었다. 물을 구해 헤매다가 부피에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마을이 황폐해졌던 배경에는 벌목과 난개발이 원인이었는데, 이는 현대인들이 오늘날 겪고 있는 기후 위기와도 맞닿아있는 대목이라 경각심을 느끼게 한다.


그곳엔 숯을 만드는 나무꾼들이 살고 있었다. 사람들이 힘들게 살아가는 곳이었다. 여름이나 겨울이나 견디기 어려운 날씨 속에서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서로 밀치며 이기심만 키워갈 뿐이었다. 끊임없이 그곳을 벗어나기를 바라면서 부질없는 욕심만 키워가고 있었다. (p.24)


'엘제아르 부피에'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잃고 뒤이어 아내까지 잃은 뒤, 고독 속으로 물러나 양들과 더불어 살았던 인물이다. 그는 황폐해져 가는 마을을 보면서 나무가 없기 때문에 땅이 죽어간다고 생각했고 자신이 그 상태를 조금씩 바꾸어 보기로 결심한다. 자신의 땅도 아니었고, 누가 시킨 일도 아니었지만, 매일매일 도토리를 주워와 100개씩 선별한 뒤, 정성스럽게 땅에 심는다. 그렇게 그는 오랜 세월 십만 개의 도토리를 심는다. 십만 개에서 2만 그루의 싹이 나와 그중 절반가량이 죽더라도 1만 그루의 떡갈나무가 살아남을 것을 기대했다. 더불어 자라난 나무를 정성껏 돌본다. 그런 점에서 다른 사람들의 삶의 방식과 부피에의 삶에는 확연한 차이가 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놓고 경쟁했다. 숯을 파는 일을 두고, 교회에서 앉는 자리를 놓고 경쟁했다. 선한 일을 놓고, 악한 일을 놓고, 그리고 선과 악이 뒤섞인 것들을 놓고 서로 다투었다. 바람 또한 쉬지 않고 신경을 자극했다. 그래서 자살이 전염병처럼 번지고 여러 정신병마저 유행하여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p.25)


세계 1,2차 대전의 광풍이 휩쓸고 지나가는 동안에도 부피에는 묵묵히 나무를 심고 가꾸는 일에 몰두한다. 다른 숲의 나무들이 목탄가스용으로 베어져 나가는 동안 그의 숲은 도로에서 너무 떨어진 외진 곳에 있는 바람에 무사했다. 화자(나)가 다시 그곳을 찾았을 때는 예전의 황무지가 아니었다.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공기까지도 달라져 있었다. 옛날에 나를 맞아주었던 메마르고 거친 바람 대신에 향긋한 냄새를 실은 부드러운 바람이 불고 있었다. 물 흐르는 소리 같은 것이 저 높은 언덕에서 들려오고 있었다. 숲 속에서 부는 바람 소리였다. 그러나 놀랍게도 못 속으로 흘러들어 오는 진짜 물소리가 들려오는 것이었다. 나는 만들어진 샘에 물이 넘쳐흐르는 것을 보았다. 그리고 나를 가장 감동시킨 것은 그 샘 곁에 이미 네 살의 나이를 먹었음직한 보리수가 심어져 있는 것이었다. 벌써 잎이 무성하게 자란 이 나무는 분명히 부활의 한 상징임을 보여주고 있었다. (p.62)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은 결국 이런 선한 마음과 이타적인 행동을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는 데 달려있음을 알게 한다. 더 많이 가지려 경쟁하고, 더 움켜쥐려고 아등바등하는 삶은 황폐함과 불행만을 가져다준다. 반면 부피에가 숲을 복원시키고 자연을 살리고자 했던 노력은 주변 사람은 물론 부피에 자신의 삶도 구원했다. 그는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평안한 삶을 향유했다. 수십 년간 한결같이 떡갈나무를 심었던 부피에의 모습은 일견 구도자 혹은 성자처럼 보인다. 이 책을 읽는 이들의 마음까지 평안하게 해 준다.


<나무를 심는 사람>은 캐나다의 국영방송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도 유튜브에 올라와 있다. 한번뿐인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가 삶의 가치를 어디에다 둘 것이지 자문하게 된다. 또한 내가 꾸준히 심어 가야 할 나만의 '나무'는 무엇인지, 작은 실천이라도 꾸준히 실천하려면 어떤 마음이 필요한지를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이미지 출처 : 두레아이들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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