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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읽고 쓰는 윈디웬디 Jul 31. 2024

허정윤/고정순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

우리가 외면하지 말아야 할 동물들의 절규


허정윤 작가가 글을 쓰고, 고정순 작가가 그림을 그린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은 동물원에 갇힌 동물들의 안타까운 입장을 생각해 보게 하는 그림책이다. 



야생에서 자유롭게 살아야 할 동물들이 오로지 사람들의 눈 요깃거리로 동물원 우리 속에 갇혔다. 결코 그들이 원하는 삶이 아니었다. 그들이 있어야 할 곳은 드넓은 초원이고, 정글이고, 북극 바다다. 좁은 철창 속 우리 안에 갇힌 동물들은 오늘도 절규하듯 외친다.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에요." 그들은 자유를 박탈 당한 채 오늘도 힘겨운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동물의 마음을 대변하듯 글과 그림이 시종일관 진중하게 전개된다. 읽다 보면 마음이 아프다. 그들의 불행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무심코 동물원의 동물들을 구경했던 마음이 부끄러워진다.


표지를 넘기면 나타나는 첫 페이지부터가 심상치 않다.

동물 우리의 쇠창살이 그려져 있다. 그야말로 감옥이 따로 없다.


사자, 홍학, 물개, 앵무새, 원숭이, 미어캣, 코뿔소, 침팬지, 돌고래, 사슴, 북극곰,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이 차례로 등장한다. 자신이 살던 야생을 떠나 도시의 동물원으로 잡혀 온 동물들이거나 동물원에서 태어난 녀석들이다. 그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슬프다.  인간의 이기심이 그들을 얼마나 불행하게 하는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나는 동물원에 살고 있는 사자 레오입니다." 


밀림의 왕자 레오가 동물원에 살고 있다니. 위상에 걸맞지 않은 대접이다.

 "희망이 없어도 밥은 챙겨 먹어요. 내가 없으면 또 다른 친구가 동물원에 오게 됩니다."


동물들의 대사는 처연하다. 불행은 자기 자신으로 족하다는 생각이 참 가슴아프게 다가온다. 자기가 죽으면 자기 대신 또 다른 동료가 와야 하기에 희망이 없어도 꾸역꾸역 밥을 먹는다는 이야기다. 

연애만 하고 새끼는 갖지 마세요. 고통을 그대로 물려줄 수는 없지 않습니까? 


마치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 사회를 자식에게까지 대물림하지 않기 위해 더이상 아이를 낳지 않는 대한민국과도 닮아있다.

뉴스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동물원 동물들의 반복적 이상행동 (이른바 '정형행동')은 그들이 좁은 철창 속에서 얼마마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보도에 따르면, 기린이 철장을 계속 핥는가 하면, 곰이 머리를 좌우로 계속 흔들기도 한다. 하루 종일 누워서 잠만 자거나 자기 털을 뽑는 자해 행위를 하는 동물도 있다고 한다. 동물원을 탈출한 맹수가 탈출 4시간 만에 사살되었다는 소식도 있고, 얼룩말이 도로를 활보하다가 다시 잡혀갔다는 뉴스도 들은 적이 있다. 동물들을 불행하게 만드는 열악한 사육 환경의 동물원을 계속 유지해야 하는지 정말 의문이다. 물론 일부 예산이 풍부한 동물원은 최대한 야생 사파리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하려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그야말로 소수에 그친다. 

"적당히 참아내세요. 힘들지 않은 동물은 이곳에 없습니다. 그저 자신을 지켜갈 뿐이지요."


코끼리의 자조 섞인 이 말이 동물들의 자포자기 심정을 대변한다. 

"이제 마지막 글을 남겨야겠어요. 언제나 두 손 모아 기도하세요.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수도 있으니까요."


사자는 불행한 현실을 잊기 위해 두 손 모아 기도한다. 부디 다음 생에는 다른 모습으로 태어날 수 있기를. 다음 장면은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초원이 그려져 있다. 하지만 책장을 덮기 전 마지막 속지는 그림책 처음과 마찬가지로 동물원 철장 그림이다.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경종을 울리는 듯하다.

동물원에 대한 운영방식도, 동물원을 찾는 사람들의 태도도 이제는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동물복지와 동물권을 생각하지 않고, 동물들의 불행을, 동물원의 원숭이 보듯 구경만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우리 여기 있어요, 동물원>은 동물에 관심있는 아이들과 부모들이 모두 함께 읽어보고 생각해 볼 만한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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