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식물을 들인 뒤로 달라진 것들
겨울이 오면 집 안은 조용해진다.
창밖은 회색에 가까워지고, 하루의 대부분은 실내에서 흘러간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계절이 바뀌면 가장 먼저 집 안 풍경을 떠올리게 됐다.
그런 겨울에,
꽃이 피어 있다면 어떨까.
난방이 돌아가는 거실 한쪽에서
조용히 꽃봉오리를 열어 보이는 식물이 있다.
밖은 차가운데, 이 작은 화분은 계절을 거스르듯 제 할 일을 한다.
그 모습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안하게 만든다.
“지금 이 계절에도, 괜찮다”라고 말해주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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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키운다고 해서
갑자기 삶이 부지런해지지는 않는다.
다만 하루의 속도가 조금 느려진다.
물을 줄 때 잠시 멈추고,
잎을 들여다보며 괜찮은지 확인하고,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를 괜히 한 번 더 바라보게 된다.
겨울에 꽃이 피는 식물은
집 안의 공기보다 먼저, 마음을 바꿔 놓는다.
크리스마스 선인장은
화려하지 않게, 그러나 정확한 시기에 꽃을 연다.
시클라멘은 서늘한 공기를 좋아해
난방이 강한 방에서는 오히려 힘들어한다.
카랑코에는 다육식물답게
말이 없고, 요구도 적다.
빛만 충분하면 자기 몫의 꽃을 오래 보여준다.
이 식물들의 공통점은
‘겨울에 맞춰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겨울철 식물을 키우며 알게 된 건
물 주는 횟수나 온도보다
지켜보는 시간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겨울에는 식물도 천천히 자란다.
물을 너무 자주 주지 않아도 되고,
굳이 무언가를 더 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빛이 드는 자리에 두고,
마른 흙을 확인하고,
시든 꽃을 조용히 정리해 주면 된다.
어떤 식물은
한 철 꽃을 피운 뒤 휴면기에 들어간다.
잎만 남고, 더 이상 변하지 않는 시기도 있다.
그 시간을 실패라고 부르지 않게 된 건
식물을 키우고 나서부터다.
쉬는 계절이 있어야
다음 꽃이 온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집 안에 많은 식물이 필요하지는 않다.
창가에 작은 화분 하나면 충분하다.
아침 햇빛에 꽃이 살짝 비칠 때,
저녁 불빛 아래 잎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울 때,
그 순간들이 겨울을 견디는 힘이 된다.
꽃은 꼭 정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겨울에도,
실내에서도,
조용히 피어날 수 있다.
그리고 그 꽃은
집 안보다 먼저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