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어스 #한달자기발견 #30일글쓰기
드라마나 소설 속에 나오는 주인공의 인생에는 공통점이 있다. 첫번째는 비범한 탄생 혹은 어린시절, 두번째는 뜻하지 않게 만난 시련, 세번째는 그를 괴롭히는 악당들, 네번째는 그럼에도 시련을 이겨내는 당참, 마지막은 나만을 위한 행복이 아닌 모두를 위한 행복을 택하는 선함이다. 나를 이 5가지 조건에 빗대어 설명해보려 한다.
예민하고 똑부러졌던 한 아이
아이는 노래를 좋아하는 엄마와 책을 좋아하는 아빠 사이에서 태어났다. 아이의 오래된 취미는 독서였다. 글과 그림을 구분하던 시기부터 매일 손에서 책을 놓지 않을만큼 아이는 독서에 진심이었다. 또 아이는 노래부르는 것도 좋아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만 되면 작은 꼬마가 어른들 앞에서 특송을 했는데 전혀 떨지 않았다고 한다. 아이는 한편으론 굉장히 예민한 아이였다. 가나다 순으로 꽂혀있던 위인전을 차례차례 읽고 나면 꼭 그자리에 꽂아 놓고 나와야만 직성이 풀렸고, 소꿉친구들과 찬양을 부르다가도 박자가 틀린 친구가 있으면 정확하게 누가인지 알아챘다. 책을 읽고 노래를 부르며 자신만의 확고한 감수성이 있었던 아이는 풍부한 감정에도 잘 울지 않는 아이였다.
속으로 울음을 삼켰던 아이
그 아이는 넘어져서 팔이 다치거나 다리에서 피가 나도 울지 않았다. 누군가를 부르며 도와달라고 고래고래 소리 치지도 않았다. 아무리 울고불고 떼를 써도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곁에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기 때문이다. 아이의 엄마와 아빠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그 아이의 첫 기억은 거실에서 소리를 지르는 아빠와 화장실 구석에서 울고 있던 엄마의 모습이었다. 아이의 아빠는 자유를 원했고, 아이의 엄마는 안정을 원했기에 두 사람은 처음부터 맞지 않은 인연이었다. 집에 잘 들어오지 않는 아빠, 그러다 아빠보다 먼저 집을 나가버린 엄마. 아이가 7살이 되었을 때 아이의 옆에는 자기보다 조금 작은 남동생 뿐이었다.
아이는 황급히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에 길러졌다. 그 두 분은 이 작은 아이들을 키울 자신도, 돈도 없었다. 그래서 매일 밤마다 아이를 붙잡고 자신의 인생을 한탄하셨다. 아이는 그때부터 울지 않았다. 자신보다 더 큰 어른들이 울고 불고 한숨 쉬는 모습을 보며 아이는 도저히 울 수 없었다. 아이는 자신을 지켜야 했다. 하루하루가 힘들고 불안해도 무너질 수 없었다. 무너지면 자신을 지켜줄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왜 이기적인 사람이 되었는데요
아이는 자라 소녀가 되었다. 소녀는 겉으로는 교회도 열심히 다니고 말썽도 부리지 않는 착한 아이처럼 보였지만 속을 썩어 문드러져 갔다. 소녀의 친척들 중에는 집이 부유하고 화목한 가정이 많았다. 명절이 되면 온 식구가 모였는데, 소녀에게만 엄마, 아빠가 곁에 없었다. 친척들은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이야기, 새로 산 차와 이번에 새로 시작하는 사업에 대해 이야기했다. 소녀의 표정은 점점 굳어갔다.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다. 매번 방으로 들어가 꿍한 표정을 짓는 소녀에게 어른들은 돌아가면 한 마디씩 했다. '인상 좀 펴. 무슨 안 좋은 일 있니?', '아무래도 인문계 고등학교보다는 취업이 빠른 실업계가 낫지 않겠니? 네 동생 네가 먹여 살려야지.', '기도하면 하나님이 다 도와주실거야.' 하하호호 웃는 그들의 눈에 비친 소녀는 너무나 초라하고 비참했다. 여기 중 누구도 자신의 편은 없었다. 소녀에게 마음을 묻거나 조용히 안아주는 어른은 없었다. 소녀는 그래서 이기적인 사람이 되자 마음 먹었다.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바로 나야
소녀에게 있어 가장 이기적인 행동은 가난하고 어려운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었다. 가족들은 소녀의 인생보다 어떻게 하면 자신들이 그 소녀를 책임지지 않을 지에 대해 머리를 굴렸다. 그리고 그 소녀가 이 가난한 집안의 가장노릇을 하길 바랐다. 하지만 가만히 있을 소녀가 아니었다. 소녀는 악을 쓰고 스스로에게 계속 해서 말을 걸었다. '네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뭐야, 너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네가 생각하는 행복의 기준은 뭐야, 너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은 누구야?' 고민하고 또 고민하고 결심하고 또 결심한 소녀의 결론은 이 가족을 떠나는 것이었다. 때마침 오래 전 집을 나갔던 엄마에게 연락이 왔고, 엄마는 이제 준비가 되었으니 같이 살자 말했다. 소녀는 미련없이 오래된 시골 집을 떠났다. 소녀에게 새로운 인생이 펼쳐지는 순간이었다.
나를 사랑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소녀는 어른이 되었다. 어른이라기엔 어릴 때 받은 상처와 아픔으로 서툰 부분들이 많았지만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열심히 살았다. 재수 준비를 하며 불안해도 꾸준히 하는 법을 배웠다. 대학교에선 과대표를 하며 리더십을 키웠다. 회사에선 이해되지 않아도 순종하는 겸손을 배웠다. 하지만 그녀가 도저히 할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일이었다. 사랑도 받아본 사람이 할 수 있다. 그녀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성장하는 법은 익혔지만 사랑하는 방법은 배우지 못했다. 사랑은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랑전선에 빨간불이 들어오니 그녀의 노력에도 비상이었다. 사랑이라는 감정은 삶의 토대가 되어 어떤 시련과 어려움에도 스스로를 가치 있는 사람이라 여기게 만든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이 사랑이 없었다. 그러니 무너지면 끝도 없이 무너졌다. 그녀에게 있어 최후의 장애물은 바로 '자신을 사랑하지 못함'이었다.
사랑이라는 안경
그녀는 이 장애물을 어떻게 뛰어넘게 되었을까? 바로 '글'이다. 그녀는 마음이 너무 괴롭고 답답할 때마다 글을 썼다. 슬프면 슬프다고 썼고, 화가 나면 화가 난다고 썼다. 그녀는 계속해서 자기의 마음을 스스로 만져주었고, 어느순간 숱한 어려움에도 묵묵히 걸어온 자신의 인생을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하니 세상이 달리 보였다. 반드시 성공해서 날 힘들게 한 사람들 앞에 당당히 서겠다는 마음보단 나 스스로가 만족할만한 하루를 살겠다 다짐하게 되었다. 어릴 적 트라우마에 잠식되던 마음은 내 탓이 아니라고 훌훌 털어버릴 수 있었고, 무엇보다 주변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사랑'이라는 안경은 신기하게도 그 시야가 굉장히 넓다. 그 안경을 쓰면 내 주변에 힘들어 하고 있는 이웃이 보이고, 그 안경을 쓰면 그들을 도와줄 방법들이 생각난다. 그 안경을 쓰면 내 미래가 찬란하게 느껴지고, 그 안경을 쓰면 누구나 새로운 마음, 새로운 인생을 살 수 있다는 확신이 생긴다.
아, 내가 주인공이어서 그동안 힘들었구나!
불안했던 어린 시절의 나는 어느새 자신감 넘치고 긍정적인 어른이 되었다. 고난과 시련은 '고유한 내 모습'에 '성숙'이라는 살을 붙여 나를 더 단단한 사람으로 만들어주었다. 그래서 나는 흔들릴 것 같을 때마다 나에게 외친다. '지금 내가 힘든 건 내가 내 인생의 주인공이기 때문이야. 이 힘듦을 외면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때 나는 내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거야!'